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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 달디 단 맛인 사람들...

프로젝트, 소년이 온다(9)

양심이라는 씁쓸한 것이 그의 심장 언저리를 가만히 찌르는 걸까.


(한강, 소년이 온다 중에서)





양심이 달디 단맛인 사람들이 있다.

괜찮아, 이 정도쯤은, 남돌도 다 그러는데, 기억의 조각이 없는걸..


달디 단 사탕처럼 입안을 굴리며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 정도 괜찮아 다들 그래,라고 말할지 모른다.

죽은 사람 없잖아, 하려다가 실패한 건데 뭘 그것을 갖고 그래


양심에 물어도 한낮 거리낌 없이 그렇게 단맛에 익숙해진 사람들..

이태원 참사 때 행안부장관이었던 이는 자리를 떠나며,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159명이 목숨을 잃고 가족들은 피눈물을 흘렸는데, 그 순간도 행복했단 말인가.

양심이 달지도 단 사람들.. 아니 그들이 사람일까..


이 정도는 당연히 누려야지,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해서 서울대학 갔는데, 사법고시는 얼마나 어려운데,

내가 그걸 통과한 사람이야..라고 말할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아부해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양심이 단맛인 사람들은, 그들에게 양심이란,

행위를 정당화시켜주고 단맛으로 상을주는 사탕 같은 거 아닐까.. 원할 때마다 꺼내먹는..


쓰디쓴 양심이라는 것이...

이 한 대목이,

이 한 대목이 목에 걸렸다.

그래, 그렇지.. 양심은 단적이 없는데. 늘 쓴데..

심지어 이 대목은, 내 양심이 아니라, 상대방이 양심의 쓴맛을 보았나?라고 추측하는 대목이다.

내게 못됐게 했어도, 그 사람이 '사람'이기를 바라는 것,

그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주었어도, 그 사람이 양심의 그 쓴맛을 느꼈으면 하고 바라는 것...

그것은 그 상대방을 벌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치유받고 싶어서 그런 것 인지도 모른다.

그래.. 이해해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알아요라고,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인 거다.

왜냐면, 괴물을 보는 것이 너무 힘드니까...


이태원 참사에 책임자인 누군가가 만약 눈물을 흘리며 유족 앞에서 용서를 구했다면,

유족들은 그를 탓하지 않았을 것이다. 붙잡고 통곡을 했을지언정, 더 원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족들에게,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사람의 모습, 인간의 모습 보이지 않는 쓰디쓴 양심을 가진 존재들의 모습이었다.


뺨을 일곱 대 맞은 여사원은 멀쩡하게 나온 편집장에게 부은 뺨을 보이지 않기 위에 고개를 돌렸다.

한강은 고개를 돌렸다고 적지 않고, '외틀었다'라고 적었다

자기가 창조해 놓은 등장인물이 앞에 앉은 편집장의 마음을 마음 쓰는 것이 작가는 자신이 창조해 두고도 싫었나 보다. 아니 그냥 고개를 돌렸다고 하기엔 너무 일상적이었나 보다, 외틀었다.

외틀었다. 찾아보니, 한강의 다른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도 외틀었다는 표현이 있었다.

한쪽으로 고개를 틀다.

왜 돌리다가 아니라 외틀었다... 였을까...


양심이 달디 단..

상대방의 마음을 더 이상은 조심하려고 하지 않는 단맛의 세상이어서,

한강의 글은 한걸음, 한걸음 읽게 된다.

한 줄 읽고 쉬고, 한 줄 다시 읽고, 인공지능, gpu, 수십만 장, 메가시티, 너무 빠르고, 따스함이라고는 없는 '지나치게 빠른' 세상에서, 잠시 멈추고, '사람'을 찾을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양심이, 쓰디쓴 양심의 맛을 아는 '사람'들과 '스쳐'라도 지나가며, 손끝 아니 눈빛만으로도 잠시나마 위안받을 수 있도록...


내일이면 내란이 1년이다. 여전히, 바보행세를 하거나 뻔뻔한 얼굴을 한, 또 그런 이들을 풀어주고 봐주는 판사들... 슬프게도 셰익스피어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지옥은 비어있다. 모든 악마들이 여기 있다." -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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