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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비행기가 한 대씩
추락하는 것과 같습니다.

프랑스, 코로나 징비록(懲毖錄) #05

내 귀를 의심했다.

라디오 클래식에서 정시마다 발표되는 뉴스로는 답답해서,

뉴스 채널로 돌려 자세히 들어보았다.

4단계로 진행된다는 '이동제한령 완화'정책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6월 30일이면, 

모른 '제한'과 '규제', 그리고 코로나에서 벋어나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말해지고 있었다.

6월 30일이면 겨우 두 달이다.


4월 30일, 정부가 발표한,

더 정확히는 마크롱 대통령이 내놓은 '완화 대책' 즉, 완화 '청사진은 다음과 같다.


지난 5월 26일 개학을 0단계로 상정한다.

*1단계 - 5월 3일, 10 킬로미터의 이동제한을 해제한다

*2단계 - 5월 19일, 야간통금을 19시에서 21시로 늦추고, 비필수용품 상점 영업이 허용되며,

식당 야외 테라스 영업도 허용된다. 영화관 박물관도 입장객 제한을 두고 허용된다.

*3단계 - 6월 9일, 야간통금이 23시로 늦춰지고, 카페나 식당 실내 영업이 허용된다. '보건 증명서'를 소지한 외국 관광객의 입국도 허용된다.

*4단계 : 6월 30일, 야간 통금이 해제된다.



이번 발표는 텔레비전 담화 형식이 아니었다.

주요 방송과의 인터뷰도 아닌, 지방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해진 것이다.

작년, 코로나와의 승리를 선언할 때처럼 요란하지 않았다.

마치 작은 소리로 이야기하듯, '조심조심' 이루어졌다.

그리고 지난 발표들과의 또 하나의 차이점은

'과학기술 자문단' 즉 '전문가'들과 확실하게 '거리'를 둔,

철저히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이 발표한 완화 대책에는 전문가의 견해로 비롯되는 근거는 없었다.

다만,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뿐이었다.


뉴스 전문채널 BFM TV의 22시 앵커 '막스'는 생방송 중 

"담화문을 여러 번 읽어보았지만, 어디에도 '사망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정확하고, 용기 있는 지적이었다.

대통령의 인터뷰 어디에도 '코로나 사망자'들에 대한 애도나 언급은 일절 없었다.

'막스'의 질문을 받은 한 기자는, 

"대통령은 철저히 '좋은 소식'만을 전해겠다고 결심한 듯 보인다."라고 평했다.

실제로, 프랑스에선, 코로나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섰지만,

정부차원의 어떠한 공식적인 추모행사도 없었다.

'코로나에 지쳐있는 국민들을 위해', 무거운 소식은 가급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철저히 친정부적인 '추측'만이 있을 뿐이다.


대통령의 완화 정책이 예상된 며칠 전부터 파리는 들썩이기 시작했다.

식당들은 야외 테라스를 손질하기 시작했고,

벌써부터 파리 곳곳의 바 근처에는 술과 음료를 테이크 아웃해서

식당 근처에 무리 지어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제 19일, 야외 영업이 풀리면, 

식당 외부 테라스가 꽉꽉 들어찰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는 테이블당 6명이라는 '인원 제한'을 두었지만,

테이블 간 '거리두기'에 대해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지난 3월 19일, 

보르도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벤자망 클로조는 프랑스 3과 인터뷰를 했다.


"매일 300명, 400명이라는, 사망자 수치가 아무 의미 없게 와 닿는 것 잘 압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매일 비행기 추락사고가 한건씩 발생하고 있는 거라고..."


그리고 그는 덧붙였었다.


"몇 주 전부터, 나이가 많으신 환자분들이 돌아가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30대 40대 환자들입니다."


어제 프랑스 패션 명가 랑방의 수석 디자이너 알버 앨바즈 가 코로나로 사망했다.

그의 나이 59세였다.

벤자망 클로조 선생은 호소했었다.


"그러니 제발 300명 400명이라는 사망자 수치에 익숙해지지 마십시오,

익숙해지면, 주의를 덜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한 달 반이 지났지만,

프랑스의 사망자 수치도, 확진자 수치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4월 25일 - 1일 확진자 : 24,332명 / 7일 평균 확진자 : 29,542명

*4월 25일 - 1일 사망자 : 144명 / 7일 평균 확진자 : 302명

https://news.google.com/covid19/map?hl=ko&mid=%2Fm%2F0f8l9c&gl=KR&ceid=KR%3Ako


이제, 이동 제한 조치 완화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매일 비행기가 한 대씩 추락하고 있다.


"관심을 늦추지 말아 주십시오.

매일, 비행기가 한 대씩 추락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wIm8w61RlA

벤자망 클로조의 방송 인터뷰 "관심을 늦추지 말아 주십시오.  매일, 비행기가 한 대씩 추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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