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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으로 갈 것인가?
집단면역으로 갈 것인가?

프랑스, 코로나 징비록(懲毖錄) #07

이제 내일이면, 프랑스엔, 파리엔 축제가 시작될 것이다.

5월 19일. 수개월간 영업이 금지되었던, 프랑스의 식당, 카페, 술집 그리고 각종 바(BAR)에 영업제한이 해제되는 날이다. 파리 식당들은 들썩이고 있다. 모두 저마다 가게 앞 주차공간에 야외 테라스를 설치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1차 대유행 이후 이동제한이 풀리며 프랑스 정부는 야외 테라스 설치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자동차 이동 억제에 올인하던 파리시는 적극 동참했다. 식당 앞 도로의 주차공간은 오로지 식당 몫이 된 것이다.


지난해 9월 10일 파리 몽마르트르 인근 카페 테라스의 모습. 이날 프랑스 확진자는 9843명이었다.


그렇게 영업제한이 풀린 야외 테라스는 지난여름 내내 빽빽했다. 휴가를 떠나지 못한, 또 다른 소일거리를 찾지 못한 대부분의 시민들, 무료한 젊은이들은 6월에서 7월을 거쳐 8월, 9월, 10월까지 매일 저녁 파리 테라스를 가득 채웠었다. 독일 특파원은 파리에서 지중해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기사를 송고했다. 제목은 파리엔 테라스뿐이다 였다. https://www.courrierinternational.com/article/tourisme-tout-paris-nest-plus-quune-terrasse


전 세계가 WHO의 권고에 따라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었지만, 프랑스와 파리는 그 여름 내내 그 어느 때 보다 밀착되어 있었다. 결과는 순리대로였다. 9월 12일, 일일 확진자가 1만 명을 돌파하며 확산일로를 접어들었다. 프랑스 정부는 서둘러 2차 이동제 한령을 내리며 차단에 나섰지만, 확진자 상승 곡선은 멈추지 않았다.  11월 7일 일일 확진자가 8만 7652명까지 치솟았다.


그렇게 프랑스 모든 식당의 영업이 금지되었다. 그리고 7개월여 만에 그 금지령이 풀리는 것이다. 야외 테라스를 설치했던 식당들은 방치되었던 구조물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설치하지 않았던 식당들은 새롭게 설치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은 테라스에 지붕까지 얹는 곳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비가 와도 장사를 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어제(5월 11일) 프랑스 정부는 작은 식당의 경우 야외 테라스에 점유율을 50%, 절반으로 제한하는 방침을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너무 빽빽하게 들어차는 것을 막아보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영업 재개 방침이 내려진 마당에 절반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이미 '어불성설'이었다. 테이블마다 6명이라는 '인원 제한'방침을 정하긴 했으나, 그마저도 테이블 사이 간격에 대한 '분명한' 규제가 없는 마당이니, 인원 제한의 의미는 없는 셈이다.


공사중인 파리의 테라스, 작년과 달리 지붕을 얹기 시작했다.


이번 결정은 의료계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의 권고가 깡그리 무시된 '대통령과 정부'에 의한 철저히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사실에 '이견'은 없는 듯하다. 이미 지난해 9월 2차 대유행을 앞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천명한 것처럼 "전문가들의 권고를 청취하되,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권력이 결정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자, 그러면, 그러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권력이 또 다른 '희생자'를 낳을 경우 그 '책임'은 어떻게 지게 될까? '육중한 책임'이라고 해 봐야 다음 대선의 '낙선' 정도가 아닐까?


이제 프랑스는 다시 한번, '집단면역'과 '집단 감염'의 기로에 서있다. 정부가 믿고 있는 것은 단 하나. '백신'이다. 그러나 과연 그 식당과 주점의 야외 테라스에 빽빽이 들어차게 될 그 많은 사람들 중 과연 백신을 맞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하루 1000명 이하의 확진자를 보이면서도 11월 집단감염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한국을 떠올리면, 한국이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곳은 여전히 하루 확진자가 2만 명 수준(5월 5일 2만 6000명) 임에도 불구하고 '집단면역'이 마치 코앞인 듯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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