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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침

파리의 우버 운전사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중에서 , 마랭 마레의 독백) 


  


스승은, 젊은 청년을 제자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성가대 활동을 했던 그 청년은 변성기가 오자 음악을 계속할 수 없게 되었고 

비올라 다 감바 ( Viola da Gamba)의 대가였던 스승을 찾았다. 

비올라 다 감바는 바로크 시대에 연주되던 비올라와 첼로 중간 크기의 현악기이다. 

  


구두수선공이었던 아버지의 망치소리를 증오했으며, 

그런 운명에서 벋어나 '유명한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청년의 포부에   

스승은 얼굴을 찡그린다. 


  

''자네가 내 제자가 될 만큼 불행한지 두고 보세나.'' 

딸들의 성화에 밀려 듣게 된, 청년이 작곡했다는 작은 소품 한 곡 때문에 

스승은 청년에게 한 달의 유예기간을 주게 된다. 

  


''너는 연주를 잘 한다. 운지법도 나쁘지 않고... 

그러나 너는 음악가는 못될 것이다.'' 

  

한 달 만에 찾아온 청년에게 스승은 무덤덤히 말을 이었다. 


  

''다리 위에서 연주를 하며 생계를 이을수도 있을 것이다. 

때론 갈채도 받게 되겠지... 

그러나 너는 음악가는 아니다.'' 

  

그리고 스승은 말한다. 

  

''내가 널 받아들인 것은 네 현(弦) 때문이 아니라, 네 한(恨)때문이다... 

네가 그토록 증오한다는 네 아버지의 망치소리가 나를 건드렸다.'' 


  

허락 아닌 허락, 환영 아닌 환영을 받고 청년은 제자가 되었다. 

명망 높던 대가의 모든 기술을 배우고 

제자는 왕궁의 궁정악사가 되어 크게 성공을 거둔다. 

스승은 늘 자신의 오두막에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음악을 연주하며 살아간다 

  

화려하게 성공한 제자는 오두막에만 존재하는 스승을 두고   

왜 음악을 발표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스승은 말한다. 그 음악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고 

인생을 왜 열정적으로 살지 않느냐는 큰딸의 물음에 스승은 대답한다 

''얘야, 난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살고 있단다.. ''라고 

  

궁정악사로 성공한 제자는 연인이었던 스승의 딸을 두고 떠났고 

그녀는 연인이 선물한 구두끈으로 목을 메어 생을 마감한다. 

그녀가 마지막까지 되뇐 말은   

''그는 구두 수선공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구두 수선공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였다. 

  

딸을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스승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음악 속에 지쳐가고 

궁정악사라는 최고의 자리에도 여전히 남는 공허함에, 제자는 스승을 찾는다. 

그리고 스승과 제자는 음악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아침'이라는 영화의 내용이다. 

언젠가 고교시절, 미술을 막 시작할 즈음,   

한 친구는 나에게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꼭 보아야 할 영화'라며 이 영화를 꼽았었다. 

  

30여 년이 넘게 흘렀는데, 이 영화는 늘 내 옆에 생생히 살아있다. 

젊은 시절엔 욕망이 가득한 마랭 마레가 이해가 되었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스승이었던 생트 콜롱브가 이해가 되어갔다. 

방에서 그림만 그리는 나를 두고,   

좀 더 인생을 재미있고 열정적으로 살라는 말에 

난 콜롱브와 똑같이 대답했었다 

난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라고 


  

세상의 모든 아침이란 이름으로 블로그를 만들었던 곳에서   

사이트를 닫는다는 연락이 왔다. 

그즈음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래저래 한번 정리가 필요하던 차였으니 차라리 잘되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아침, 이라는 이름,   

그리고 마랭 마래와 생트 콜롱브를 이야기하며,   

한 사람 더 잊지 않고 언급하고 싶은 분이 있다.   

그분은 바로 조르디 사발, 이라는 분이다. 

  

세상의 모든 아침의 음악도 그렇고,   

바르크 시대의 비올라 디 감바의 대가는 바로 이분 조르디 사발이다.   

우리는 이분 덕분에 마랭 마레의 음악과   

생트 콜롱브의 음악을 온전히 듣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체칠리아 바르톨리가 비발디와 살리에리의 음악을 발굴하듯이   

크리스티 경이 바로크 시대의 음원들을 되살려 내듯이,   

조르디 사발은 늘 잊지 말아야 할 고마운 분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늘 지울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짧게나마 이분의 이름을 언급한다. 깊은 감사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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