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와 품질사이. 제조업의 딜레마.
밑지고 파는 장사 없듯이, 싸고 좋은 제품은 없다. 공장을 방문하면서 폐기물 매트리스나 방음벽 매트리스 처럼 워낙 충격적인 현실을 여러번 봐왔기 때문에 우리는 정말 내가 써도 떳떳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만들고 보니 우리가 예상했던 제조원가 보다 훨씬 높은 제품이 생산되었다. 매트리스는 깨끗한 커버에 둘러쌓여 내부를 알수 없는 제품이다. 직접 몇년을 써봐야지만 차이를 알수 있는 제품. 우리도 손쉽게 고객을 속일 수 있는 방법이 몇가지 있었다.
고객을 속이고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몇가지 팁
1. 메모리폼의 밀도를 낮춘다.
>> 어짜피 고객은 모른다. 새로 산 매트리스가 3년 뒤에 조금씩 내려 앉기 전까지는...
2. 안전한 MDI 대신 약간의 유해물질이 포함된 TDI를 사용한다.
>> 역시나 고객은 알수가 없다. 어쩌다 걸린 라돈 사태같은 대란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3. 화학 안료가 포함된 산업용 스폰지를 사용한다.
>> 고객은 정말 알수가 없다. 매트리스의 빨강, 노랑, 파랑색. 무슨 재료로 이런색깔을 만들었을지 되묻기 전까지는...
1. 고밀도에 집착하다.
메모리폼의 품질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 무거운 메모리폼이 좋은 메모리폼이다. 밀도는 kg/m3으로 표기된다. 동일한 부피 1m3에 얼마나 많은 재료를 넣어서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매트리스 업체들은 40kg 이하의 저밀도 제품을 사용한다. 잠깐 누웠을 때는 차이를 못느낄 수 있지만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 저밀도 메모리폼은 3년 이상의 내구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몇년 쓰니까 조금씩 가라앉는 매트리스. 뭔가 불편해지는 것 같은데 이유는 모르겠고. 하지만 고객이 그 차이를 인지하는 것은 구매한지 3년 뒤.
창업초기 우연한 기회에 국내 대표 침대 브랜드 S사를 키워낸 주역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이 해주신 말씀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처음 3년은 많이 팔아도 위험합니다. 당신들이 만든 매트리스 진짜 자신있나요? 당신들은 몇년이나 써봤어요?"
열심히 마케팅을 하고 브랜딩을 해서 처음 몇년 매트리스를 많이 팔아도 3년 뒤에 제품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브랜드가 고객의 신뢰를 잃는 것도 금방일 것이다. 우리가 쓰고 싶은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하자. 둘러가는 길이 때로는 빨리가는 길이 아닐까.
2. TDI와 MDI. 성수가 써도 안전할까?
메모리폼은 폴리올과 이소시아네이트의 화학 반응으로 만들어진다. 이때 사용되는 이소시아네이트는 원료에 따라 TDI(touene di-isocyanate)와 MDI(methyle di-p-phenylene)로 분류된다. 두가지 이소시아네이트 중 TDI는 가격이 30% 정도 저렴한 대신 유해물질 VOC가 더 많이 검출된다. 2017년 한국에서 라돈 침대 사태가 터진것 처럼, 2016년 독일에서는 BASF사가 생산한 TDI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제기되었다. 이후 유럽 브랜드들은 TDI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TDI와 MDI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리고 일부 브랜드들은 메모리폼 매트리스에 사용되는 여러 소재 중 모두 TDI를 쓰고 한개 소재만 MDI를 사용한 뒤에 MDI 매트리스라고 스스로 광고한다. 고객은 역시나 알길이 없다.
고밀도 메모리폼은 3년 뒤에 회사에 닥쳐올 큰 위험을 막기 위해 처음부터 쉽게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MDI에 대해서는 끝까지 고민이 많았다. 가격이 30%이상 인상되는데... 아무도 그 차이를 모르고 궁금해 하지도 않을텐데.. 굳이 MDI 여야만 할까?
"종화야 나 결혼하는데 사회 좀 부탁할게. 그리고 매트리스 하나 사자. 얼마야?" 고민은 길었지만 답은 우연한 기회에 단번에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제품 개발을 하는 모습들을 인스타그램에 연재했고, 공동창업자의 고등학교 단짝친구가 결혼을 하면서 결혼식 사회와 함께 매트리스를 주문한 것.
친구에게 준 매트리스가 3년 뒤에 내려 앉는 다면?
언젠가 태어날 친구의 아이가 조금씩 유해 물질에 노출 된다면?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좋은 제품에 대한 우리의 기준. 그 기준이 조금씩 더 확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