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Happy Letter Aug 18. 2023

이별, 하지만 새로운 비상을 위하여!

유치원(Kindergarten) 등원부터 만 18세까지


여기도 무척 덥습니다. 집집마다 에어컨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은 문화이다 보니 독일 생활 속 유일한 더위 해소 방도(方道)는 선풍기 정도이고 아니면 창문을 활짝 여는 수밖에 없네요. 한여름 무더위에 독자분들 모두 건강 컨디션 잘 챙기시길 바라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성격"의 '이별'(離別)에 관한 소소한 단상을 한 번 적어 봅니다.




여름엔 유럽도 '이상기후' 현상의 여파로 예전에 비해 엄청 더 더워졌지만 한가지 좋은(?) 점이라면 해가 늦게 진다는 것입니다. 늦은 시간까지 산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해가 길고 밝은 편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핀란드를 비롯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백야(白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죠. (안 좋은 점은 역으로 겨울엔 해가 너무 일찍 지기 때문에 오후 4 ~ 5시만 되어도 어둑어둑해져 버린다는 것입니다.)


저녁 시간 너무 더워 창을 열어 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커다랗게 푸드덕대는 새 날갯짓 소리에 놀라 밖을 내다보니 새 무리들이 한꺼번에 하늘을 비상(飛上)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와..경이로운 광경이었습니다!


하늘 위에 새 무리들이 한꺼번에 어디론가 집단 이동하는 멋진 광경을 경탄하며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그 무리들 중 일부는 비교적 작은 몸집에 날갯짓이 서툰지 마치 무리들 밖으로 나가떨어질 듯 연신 위태위태하게 힘겹게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쉽게도 너무 경탄하며 바라보다가 정작 새 무리 사진은 못 찍었음..ㅠ)




여기는 한국과는 달리 3월 봄에 첫 학기를 시작하지 않고 대개 9월 ~ 10월경 (지방 주정부, 지자체 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가을에 입학식 등 첫 학기를 시작합니다. 동네 마다 초등학교 앞에 학부모들과 손잡고 입학식 가는 아이들은 여기 초가을에 볼 수 있는 너무 사랑스럽고도 정겨운 모습들입니다.


다른 한편, 유치원(Kindergarten)에 첫 등원하는 아이들은 부모와 난생처음 (반나절이라도) "생이별"하는 것이라 여기저기 큰소리로 울고불고 난리가 아닙니다. 어린 나이에 '분리 불안'은 누구나 가지는 공포스러운 고통이므로 이렇게 어리고 어린 유치원생들의 첫 등원은, 아니, 그 등원하는 자녀들의 '울음'은 참으로 마음 아프기 그지없죠. 아이를 두고 돌아서며 나오는 학부모들도 아픈 마음을 가누지 못해 애써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야 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이렇듯 이별과 분리, 그리고 또다시 또 다른 "새로운 이별"을 반복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 유치원생이, 초등학교 입학을 하고, 중고등학교 입학과 졸업을 하며 성장해 가듯, 우리는 성장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그 '이별'을 마주해야만 하니까요.


여기는 만 18세부터 성인입니다.

이건 안되고 저건 어떤 경우에는 안되고 없이, 아무런 제한 없이 그냥 '성인'입니다. 따라서 만 18세를 맞이하는 생일이 오면 아주 거창한(?) 특별한 생.파.(생일파티)를 하는 편인데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히 얘기하기로 하죠.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인즉슨, 여기 만 18세가 주는 의미, 그러니까 여기서 '성인'이 된다는 것의 의미는 상당히 크다는 사실입니다. 어쩌면 한국 청소년들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대학 1학년에 진학하거나 직장생활로 사회에 처음 나갈 때인 만 19세의 한국 성인 나이와 비교해 볼만하네요.


만 18세가 되면 집을 나갑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대개 집을 나가 독립해서 살려고 한다 라는 말이 맞네요.


대학생이든, 직업전문학교를 다녔던 직장인이든. 대학교 기숙사(자리가 한정적이라)를 구하지 못하면 자취방을 구해서라도 지금까지 키워준 부모 곁을 애써 떠나려고 합니다. 하루 한시라도 더 빨리! (물론 이들도 예전에 유치원 첫 등원땐 다 통곡하듯 목놓아 엉엉 울었던 아이들이었죠.)




예전에 어느 채널에선가 보니 어떤 유명한 강연자 한 분이 강연 내내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성년(成年)이 되고 다 컸는데도 키워준 어미(부모)와 같이 사는 동물은 자연속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사람 빼고는. 그래서 (예전 세는 나이로) 20살이 되면 무조건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역설(力說)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훌쩍 다 큰 새가 비좁은 "새둥지"에 떡하니 자리 잡고 앉아 여전히 어미새가 물어오는 먹이만 입 벌리고 받아먹고 있는 성년의 새는 없다는 겁니다. 자연의 법칙에도 어긋나고 순리에도 맞지 않다는 겁니다.(현재 인간 사회가 만 19세에 혼자 집을 나가 혼자 힘으로 공부하고 먹고살지 못하게 되어 있다면 그건 인간 스스로가 만든 사회구조가 잘못된 것일 뿐일까요?)


'캥거루족'이니 뭐니 하면서 만 19세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부모에게 손 내밀고 경제적 도움을 받으며 사는 많은 한국 젊은 사람들에게 경각심(警覺心)을 불러일으키는 강연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20살 넘은 자녀들이 부모를 안 떠나는 건지, 아니면 혹시 부모가 20살 넘은 자녀를 못 떠나게 애써 잡아두고 있는 건지 모호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자식들에게 바라는 게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무리들 밖으로 나가떨어질 듯 연신 위태위태하게 힘겹게 날아가는" 작은 새처럼 보여도 우리는 이제 "믿으셔야" 합니다. 믿고 맡기고 놓아주어야 합니다. 예전에 유치원(Kindergarten)에 첫 등원했던 우는 아이의 손을 내려놓고 돌아서 나오듯이.


하지만 이제는 그때처럼 돌아서며 울 필요는 없습니다. 애타게 목놓아 울던 그 아이도 이젠 다 큰 '성인'이니까요!




문득 그런 생각도 떠오릅니다. 우리 아이들도 커서 나중에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우면 알게 될까요, 부모들만 느낀다는 '빈둥지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이 뭔지를..?




타국 멀리 살면서 글을 써다보니 부모님이 더 많이 생각나는 시간이 되고 말았습니다..ㅠ


비록 스스로의 "날갯짓"으로 떠났지만…어쩌면 이젠 자식들인 우리가 부모님 집을 돌아서 나오며 (혹은 전화통화를 마치며) 그 '울음'을 삼켜야할지도 모릅니다.






 

(*근접 촬영 아님 주의 : 위 사진은 확대한 것이며 스트레스나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충분히 거리를 두고 멀리서 찍은 사진임.)






다음 [어학사전],

이별(離別) :

1. 사귐이나 맺은 관계를 끊고 따로 갈라섬.

2. 상대로 사귐이나 맺은 관계를 끊고 따로 갈라서다.


비상(飛上) :

1. 공중으로 날아서 올라감.

2. 어떠한 한도나 한계를 뛰어넘어 벗어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백야(白夜) :

위도가 높은 지방에서, 해뜨기 전이나 해 진 뒤에도 어두워지지 않는 현상.


매거진의 이전글 하루에 몇 시간씩 '감정 노동'하고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