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8 by The Happy Letter
동네 축제 한마당
붐비는 인파(人波)
여기저기
웃음소리 왁자지껄한데
한적한 이동식 와인 부스 천장 끝엔
초가을 햇살
차가운 몸 녹이는
술잔만 애처로이 거꾸로 매달려 있네
술잔아,
너는 그렇게 오래 거꾸로 매달려 있으면
어지럽고
머리 아프지 않으냐
술잔아,
너는 왜 늘 그리 어렵게 사느냐
거꾸로 매달려 꼿꼿이 모든 것을
다 쏟아내고 살아야 속 시원하냐
술잔아,
너는 살면서 풍류(風流)라곤 아느냐
마실 나온 김에
잠시나마 내가 말벗되면 정녕 안되느냐
그 잔에 술 가득 따라 마시면
나도 어지럽고
머리 아프겠지만
술잔은 내 마음 알아주겠지
천장 끝에서 막 내려온 말벗에게
*리슬링 따르고 있으니
어디선가
물씬 익어가는 가을 내음 들린다
by The Happy Letter
*리슬링(Riesling) : 화이트 와인 포도품종
다음 [어학사전],
왁자지껄 : 몹시 소란스럽게 지껄이고 떠드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 또는 그 모양을 나타내는 말.
애처롭다 : 처한 상황 따위가 슬프고 처량하여 가엾고 불쌍한 데가 있다.
말벗 : 함께 이야기를 나눌 만한 친한 사람.
풍류(風流) :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일. 또는 그러한 생활이나 태도.
막 : 이제 금방.
물씬 : 1. 어떤 분위기나 기운, 연기 따위가 매우 많이 피어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2. (기본의미) 냄새 따위가 코를 찌르도록 아주 강하게 풍기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