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10 by The Happy Letter
한 계단 한 계단
그저
앞만 보고 위만 보고 걸었습니다.
마음 조급(躁急)할 땐
두 계단씩 뛰어오르고
숨차도 허덕대며 부단히 걸었습니다.
올라갈수록 계단 폭 비좁아져도
그래도 인내(忍耐)하며
앞만 보고 위만 보고 걸었습니다.
뒤돌아 보기 무서워
얼마나 올라왔는지도 모른 채
계속 앞만 보고 위만 보고 걸었습니다.
한참 올라가다 보니
함께 걷던 사람 하나 둘 이별(離別)하고
혼자서도 걸었습니다.
올라가는 것만 알고
내려가는 방도(方道)를 몰라
이리저리 헤매기도 하며 걸었습니다.
이 계단 내려가면
그 끝 바닥에 뭐가 있을지 몰라
두려움에 떨면서도 걸었습니다.
한 계단 한 계단
그저
바닥만 보고 아래만 보고 걷고 있습니다.
계단 내려가다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갑자기 땅 꺼지듯 순식간에 쑥 내려가는
이 계단이
숨차 허덕대며 오르던 바로 그 계단이었음에.
by The Happy Letter
다음 [어학사전],
허덕대다 : 어떤 일이 힘에 부쳐 몹시 괴로워하며 애쓰다.
인내(忍耐) : 괴로움이나 어려움 따위를 참고 견딤.
방도(方道) : 어떤 일이나 문제를 처리해 나가는 방식이나 수단.
소스라치다 : 두려움이나 놀라움 따위로 몸을 떠는 듯이 움직이다.
순식간(瞬息間) : 눈을 한 번 깜짝하거나 숨을 한 번 쉴 만한 극히 짧은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