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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Sep 22. 2023

사과

THL 창작 시(詩) #12 by The Happy Letter


사과



가을 익어가는 소리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데

아무도 따가지 않은 사과 하나

어찌 혼자 애처롭게 매달려 있나


다 같이 떠나갈 이별 채비하는데

어찌 아직 혼자 매달려 있나

떨어질 때를 놓친 건가

잡은 나무 놓지 못해 집착(執着) 하나


때가 되면 돌아갈 만물(萬物)의 근원,

대지(大地)의 품이 싫은 걸까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는

떠난 님 기다리느라 애태우고 있는 걸까


힘겨운 모진 인연(因緣) 내려놓고

이제라도 툴툴 다 털어버리지

매정한 이 세상

너무 일찍 알아버린 마음의 상처

그리도 컸단 말인가

그리도 용서(容恕)가 안된단 말인가


깊어가는 가을 향내

애달프기 그지없구나,

썩어가는 사과 지켜보는 사과나무

자신이 익어가는 줄 아는 그 사과...



by The Happy Letter










다음 [어학사전],

애처롭다 : 처한 상황 따위가 슬프고 처량하여 가엾고 불쌍한 데가 있다.

채비 : 어떤 일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물건, 자세 따위를 미리 갖추어 차림.

집착(執着) : 어떤 일이나 사물에 마음을 쏟아, 버리지 못하고 매달림.

대지(大地) : 대자연의 넓고 큰 땅.

인연(因緣) :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분 또는 사람이 상황이나 일, 사물과 맺어지는 관계.

매정하다 : 쌀쌀맞고 인정이 없다.

용서(容恕) : 지은 죄나 잘못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을 주지 않고 너그럽게 보아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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