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행복론 16) 사는 게 너무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요즘 아침저녁 일교차가 심하고 날씨도 제법 좀 쌀쌀해졌다.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어찌 금방 초겨울 분위기가 되어가는 듯하다. 문제는 초겨울이 다가오면서 일조량도 더 적어지고 무엇보다도 해가 점점 더 늦게 뜨고 일찍 진다는 사실이다.(여름 시즌에는 그 반대지만.)
초겨울이 다가오면 출근하는 직장인들이나 등교하는 학생들은 어둠이 완전히 걷히지 않아 아직 어스름한 거리로 서둘러 길을 나선다.
여기는 초등학생들도 수업을 오전 8시 전에 시작하기 때문에 15분 전까지 학교에 도착하려면 집이 좀 멀리 있는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등교하기도 하다 보니) 심지어 벌써 7시경에 집을 나서기도 한다. 새벽밥(?)을 먹고 나서기도 하고, 아니면 도시락통에 샌드위치 빵이나 바나나, 사과 등 과일 등을 조식 대용으로 책가방에 넣어 등교하기도 한다.
아침 일찍 출근하면서 혼자 등교하는 어린 초등학생을 보면 참 많이 안쓰럽기도 하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 유치원생 때 정도는 등원을 도와주지만 초등학생 때부터는 대개 다 혼자 등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스름한 월요일 이른 아침, 찬바람은 몸을 잔뜩 움츠리게 만들고, 비안개 속 찻길에는 출근길 차들만이 저마다 앞다투며 쌩쌩 달리고 있어 건널목 길 위에 반쯤 지워진 하얀 선들 마저 위태로워 보인다.
자신의 덩치보다 더 큰 책가방을 둘러맨 어린 초등학생은 등굣길 종종 발걸음을 서둘러 재촉하는데 희뿌연 비안개가 조금씩 걷히니 멀리서 집 채 만한 큰 트럭이 그 어린 학생 쪽으로 달려 내려온다. 이때 예닐곱 살도 안되어 보이는 그 학생은 건널목 앞 길을 건너려 성큼 도로길로 들어선다.
제일 앞서 달려 내려오던 그 집 채 만한 큰 트럭이 먼저 멈춰 서고 뒤따르던 출근길 차들도 일제히 차 브레이크 밟는 소리를 낸다. 안쓰럽게까지 보이는 그 어리디 어린 초등학생은 그래도 혼자 씩씩한 발걸음으로 길을 건넌다. 두려움 없이 앞만 보고 씩씩하게 길을 건넌다.
그 맞은편에 켜진 초록색 신호등 불빛만 보고 씩씩하게 길을 건넌다. 건널목 길을 반쯤 건너다가 옆으로 슬쩍 한번 그 멈춰 선 트럭을 쳐다보는 여유도 부리며.
맞은편 차 안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며 마치 온몸이 얼어붙은 듯 출발하지 못한 채 나는 나의 초록색 신호등만 찾고 있었다.
힘들거나 두려울 때 나에게도 나만의 "초록색 신호등" 같은 '길잡이'가 있으면 된다. 두려움 없이 앞만 보고 씩씩하게 그 초록색 신호등만 믿고 길을 건너는 그 어린 초등학생처럼, 나의 험난한 인생길을 씩씩하게 건널 수 있게.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무서운가? 우리 인생도 (그 어린 초등학생처럼) 앞만 보고 한 발짝 한 발짝 내딛으며 길을 건너가는 것과 뭐가 다른가?
사는 게 너무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도 믿고 따를 수 있는 내 인생의 "초록색 신호등" 하나만 있으면 어떤 고난(苦難)이라도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THL 생각입니다.
다음 [어학사전]
어스름 : 날이 저물 무렵이나 동이 트기 전에 햇빛이 거의 비치지 않아 어둑어둑한 상태.
길잡이 : 1. 어떠한 목적을 실현하도록 이끌어 주는 지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기본의미) 앞에 나서서 길을 인도하는 사람이나 사물. 3. 방향을 바로잡아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사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