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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Jul 19. 2023

독일 숲에서 '피' 본 썰 - 독일 숲 이야기

혐) 조류 공포증 절대 클릭금지 : 숲 속에서 피 흘리며 집에 온 사연


*이 글을 읽기 전에 아래의 [주의 사항] 꼭!!! 확인 요망하며 이에 미리 공지합니다!


[주의사항]:

아래의 글 내용 중 일부 묘사는, 어떤 독자들에게 본의 아니게 '혐오감'을 줄 수도 있음을 사전 고지함.


특히, 조류 공포증/포비아(Ornithophobia, phobia of birds), 해충, 벌레 공포증/포비아(Entomophobia, phobia of insects)가 있는 분들은 아래 글 읽기 전에 스스로 판단하여 더 이상 읽지 말고 이 창을 떠나시기 바람.






유럽도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고온으로 여름이 예전 대비 무척 더 더워졌다. 일상생활에서 집이나 직장 사무실, 상점, 학교 등에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과거엔 요즘처럼 이렇게까지 많이 덥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더우면 어떡하냐고? 창문을 연다. 다른 방도가 없다. 많이 더우면? 창문을 "많이" 연다. 정말로 진짜, 진짜로 많이 더우면? 초등학교(Grundschule)는 그냥 학교 수업을 중단하고 갑자기 전교생이 모두 다 그냥 집에 간다.(물론 선생님들도) 정확히 표현하면, 그냥 집에 '가야 한다!'(농담 아님.) 어느 날 하루는 학교 갔던 아이가 집에 일찍 돌아왔다. 왜냐고 물으니, 선생님이 "오늘은 너무 더우니 수업을 중단하고 모두 다 일찍 집으로 가라"라고 하셨다고 한다. 소위 독일에서 말하는, '폭염 학업 면제'(독일어 Hitzefrei / Time off) 또는 '폭염 휴식'(Hitzepause)다.


주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학교 학생들은 - 중요한 것은 실시간 일기 예보나 해당지역의 그때그때 폭염의 더위 정도에 따라 관할 교육 관청과 협의하에 - '전교생 모두 오늘은 일찍 하교하라'는 지침을 학교로부터 받기도 하고, 아예 '내일은 학교에 등교하지 마라'는 연락을 받기도 한다.(학교에 에어컨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너무 더워 공부를 할 수 없다고 본다는 말이다.(단, 고교생 고학년 일부는 제외인 경우도 있지만) '독일식 합리주의'의 한 예가 이런 것일까?




어쨌든 더위가 주는 스트레스는 어디서나 누구에게든 참기 힘들다. 그래서 여기 동네 사람들은 - 사계절 모두 다 산책을 많이 하지만 - 특히, 여름에는 울창하기로 유명한 독일 숲 속 시원한 그늘을 찾아 산책을 많이 한다.


여담이지만, 독일 남서부 아래쪽에 있는 프라이부르크(Freiburg)라는 도시는 인근 주변 지역이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 검은 숲)로 유명하다. 잘 알다시피 '검은 숲'이라고도 불리는 이 숲은, 나무나 그 나뭇잎 색깔이 검은 것이 아니고 나무들이 워낙 울창하고 빽빽하게 자라 햇빛이 잘 안 들 정도이기 때문에 "Black Forest"(Schwarzwald) 라는 지역 별칭을 얻게 된 것이다.


독일 남서부와 이 도시 주변 지역 숲(슈바르츠발트)이 특히 더 유명한 것은 맞지만, 실은 독일 내 다른 지역들에도 이에 못지않게 울창한 숲들이 많이 있으며 정부와 지자체 모두의 투자로 잘 관리되고 있는 편이다. 독일은 '숲 가꾸기'에 강국이다고들 하지 않는가!




어느 날 지인 한 분이 숲 속 길을 산책하며 걷다가 갑자기 지인의 머리 정수리 부위를 새부리로 쪼으며 공격하는 새 때문에 머리에 피가 많이 날 정도로 크게 다쳤다고 한다.




그 새는 왜 갑자기 가만히 걷고 있는 지인에게 날아와 공격했을까?


주위에 숲을 좀 아는 다른 지인에 따르면, 산책하며 가만히 걷고만 있었다 하더라도, 자기 어린 새끼가 있는 또는 부화 중인 새끼알이 있는 나무의 새둥지밑이나 그 근처로만 다가와도 어미새는 - 몸집 크기와 상관없이 - 다가오는 대상("침입자"로 보고)에게 본능적으로 아주 무섭고 거세게 공격한다는 것이다. 자기 새끼들을 지키기 위한 보호본능이다. 이때 새들의 공격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한다.


동물들은 크고 작음을 떠나 본능적으로 공격해야 할 상대의 가장 '치명적'인 급소(急所)를 잘 아는 듯하다. 대개 머리와 얼굴, 그리고 목을 집중 공격한다.(야생 동물들끼리 서로 싸울 때 목을 먼저 무는 쪽이 무조건 이기는 것처럼)

다음[어학사전], 치명적 : '생명을 잃을 정도의 것'

다음[어학사전], 급소(急所) : '몸의 부위 중에서, 외부로부터의 타격에 극히 민감하여 정도에 따라 목숨이 좌우되는 부위'를 뜻함.




새가 자신에게 거세게 날아오는지도 모르고 그냥 무방비 상태로 음악만 들으며 산책길을 걷고 있던 그 지인은 머리 정수리에 새 공격을 받고 비명을 지르며 순간 그 엄청난 고통과 공포로 그 자리에 주저앉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 새는 이어서 몇 차례 더 지인의 머리 위를 맴돌려 계속 공격했고 지인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머리 정수리 위를 손으로 덮으며 일어나 급히 달려 그 자리를 벗어났다고 한다. 그 평화롭게 보이는 숲 속에서 상상하기조차 싫은 일이 순식간에 일어난 것이다.




후일담으로 들은 바에 따르면, 아주 위험한 상황을 빨리 잘 벗어나 더 이상의 큰 피해를 막아 천만다행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독자분들도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은 산 속이나 숲 속을 걷게 될 때 제일 먼저 "모자"(!)를 항상 챙기고 또 잘 쓰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다.


모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새 공격으로부터 머리나 얼굴 등에 "최소한"의 보호 기능도 있고, 무엇보다도 지나다니는 산속, 숲 속 주위의 나무들이나 수풀 등에 붙어사는 유독성 벌레들로부터 1차적인 보호 장비 기능도 한다.




특히 '일부' 숲 속에서 기승을 부리며 치명적 상처를 주고 몸 신체나 피부에 한번 파고들면 잘 제거하기도 어려운 해충인 '쩨켄'[독일어 Zecken]은 여기 사람들도 상당히 조심하고 아주 기겁하며 무서워한다.


'쩨켄'은 아주 작은 거미 비슷하게 생긴 진드기 같은 벌레이자 위험한 해충인데, 더 심각한 위험은 우리 몸 신체 부위를 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문 상태로 신체로, 피부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주위 나무로부터 사람의 머리 위에 떨어지거나 물리면 더더욱 아주 위험하고 심각해진다!)


그래서 그 벌레는 그냥 뜯어내면 안 되고 잘 돌려서 빼내야만 그 벌레 사체(?)의 일부(몸통 또는 다리)가 우리 몸에 박혀 남아 있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관련 사진은 혹시 '혐오감'을 줄지도 몰라서 여기에 첨부하지는 않았지만 궁금하신 분은 서치하면 사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로 인해 그 해충 제거용으로 심지어 드라이버처럼 돌려서 빼내는 플라스틱 "집게" 같은 것(심지어 "약국"에서 판매함)도 별도로 있을 정도다. 각설하고, 그 해충에게 물리면 그리고 몸으로 파고들었다면 무조건 병원 가야 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문제는, 내 몸 어디에 붙어있는지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숲 속에서 여기저기 막 뛰어다니며 논 아이들의 경우, 팔이며 다리며 몸 전체에 일일이 다 찾아봐야 한다!)


모든 숲에 다 그런 해충(injurious insects)이나 벌레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즌별로 특별히 심한 지역들이 따로 있으면 언론 매체에서도 날씨 일기 예보하듯, "최근 특히 어느 어느 지역에서 해충이 많이 기승을 부리고 위험하니 산이나 숲에 다닐 때 해충 조심하라"는 맵 정보를 준다. 항상 관심 갖고 미리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어떻게 사전에 자신을 보호할 것인가이다.


산이나 숲 속에 갈 때는 여름이라도 긴 팔과 긴 바지를 입는 게 안전하며, "모자"를 반드시 쓰고(모자는 햇빛만 가리는 게 아니다!), 신발도, 양말도 물론 튼튼하고 벌레가 들어오지 못할 그런 종류여야 한다.


산행이나 산책에 앞서 옷 위에 그리고 노출된 신체 부위에, 얼굴 주위에 '해충퇴치 전용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그런 크림을 발라줘야 해충으로부터 피해를 조금이라도 방지할 수 있다.


그 퇴치제 특유의 향으로 인해 벌레나 모기 등 다른 해충들의 접근도 함께 막아주는 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 조심하고, 특히 땅바닥이나 잔디 위에 그냥 앉거나 손을 짚지 말고 항상 바닥엔 무언가를 깔고 앉아야 안전하다.


집으로 귀가 후엔 샤워뿐만 아니라 입었던 옷 전부를 밖에서 잘 털고 전부 세탁해야 한다. 혹시 모르게 옷에 묻어 있을 수 있는 게 벌레고 그 해충이니까.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숲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좀 심하게 해충이 많은 일부 특정 지역이 '위험지역'으로 일기예보처럼 공지되기도 한다. 숲 속 야외 나들이나 트레킹 할 때 특별히 더 조심하라고. 깊은 숲은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특별히 이런 해충들을 더 조심해야 한다.(물론 숲 속 야생동물들도!)






독자분들 모두는 이 무더위를 어떻게 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무쪼록 무탈하고 건강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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