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소통 방식(4) - 개인적 자유의 영역과 한계에 관한 짧은 단상
얼마 전 어느 날 지인집에 갑자기 독일 Polizei (police, 경찰)가 불쑥 찾아와 엄청 놀랐다고 했다.
방문한 이유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익명의) 이웃으로부터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한 것이라는 데, 요지인 즉슨, "당신 집의 펜스(fence) 너머로 나뭇가지들이 너무 많이 삐져 넘어 나와 길가는 행인들을 방해하고 있다."라는 것이었다.(실제로 좀 삐져나와 있어서 언제 한 번 정리를 하려던 참이었다고 한다.)
[안내문] : 필자가 쓰고 있는 이 '사회적 소통방식' 시리즈에는 각자 개인마다 성향이나 처한 여건에 따라 해석하거나 받아들임에 있어 '온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또 나라마다 지역마다 사회 정서적 문화와 관습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위의 사진은 실제 지인 집의 펜스(울타리) 사진은 아니고 단지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참고용임.)
당시 방문한 독일 경찰 측은 지인에게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경찰이 전문업체를 불러 펜스 넘어 삐져 나온 가지들을 정리하게 시키고 그 용역 작업비, '청구서'를 보내면 그 청구금액을 지불하는 방법과 두 번째는 즉시 (지정된 빠른 시일 내에) 지인이 직접 이 문제를 스스로 깨끗이 정리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결론적으로 지인이 직접 정리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해프닝'은 일단 마무리 지어졌지만 그 신고한 (누구라고 특정할 수는 없지만 짐작이 좀 가는) '이웃'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다고 한다.
바로 근처에 살면 좀 찾아와서, 아니면 벨을 눌러 직접 말하면 될 터인데 이런 일로 이렇게 (온 동네 시끄럽게) 경찰까지 '출동'하게 만들다니..., 이런 마음도 있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 '이웃의 입장'에서는 안 좋은 일로 얼굴 대면하고 직접 말하는 것을 피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렇다. '이런 일'로도 경찰을 바로 부르는 것이 여기 사람들의 "이웃과 소통하는" 방식이고 '문화'다. 여기 살면 (문화적인 차이로도) 조심해야 할 것이 많다. 어쨌든 그 이웃도 필자의 지인과 마주치는 것을 (서로 대놓고 얼굴 붉히며 말하는 것을) 싫어했을 것이기에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필자의 지난번 글, '사회적 소통방식(3편)'중에서 '원초적 거리두기' 관련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공동체 속에서 개개인 각자의 자유에 대한 존중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개인의 자유만 너무 강조하다 보면 공동체의 조화로운 질서와 규범을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나와 타인, 그리고 공동체"라는 모두를 동시에 함께 생각하지 않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 '공동체'는 바로 나 자신과 이웃이 모두 함께 모여 만들어지는 것이고 우리 저마다는 그 사회 공동체의 일원(구성원)이기도 하다.
나의 자유로운 영역인 'boundary'(바운더리)라는 나의 자유는 ('울타리' 내에 있는) 내 영역 내까지만 이며, 나의 사적 영역을 넘어서는 순간 이미 나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즉 남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되고 만다. 이는 저마다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사회공동체 내 '방임'을 경계해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느낀 'boundary'(바운더리)가 갖고 있는 응축된 '메타포'(metaphor)에 대한 단상을 기억하기 위해 우선 여기 짧게나마 적어 둔다. 또한 필자 자신도 혹시 내 주위에, 남에게, 함께 사는 이웃에게, 그리고 내가 속한 그 사회 공동체에 '울타리를 넘어서는' 언행이나 대상이 없는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독자분들은 '이웃'과 불편한 일이 있으면 - 불편한 일을 당하면 - 어떻게 '소통'하고 '해결'하는지 궁금하다.
다음 [어학사전],
boundary(바운더리) : 1. 경계 2. 영역 3. 한계 4. 테두리
방임(放任) : 돌보거나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 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