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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L 창작 시

베개

THL 창작 시(詩) #194 by The Happy Letter

by The Happy Letter


베개



머리 가만히 대고 누웠다가

한쪽 팔 머리 옆으로 베기도 하고

그 베개 목 밑으로 당겨 베다가

가로 접어 높여 베다가

이리저리 잠 못 이루고 밤새 뒤척였다


백세(百歲) 시대 온다고

다들 아주 오래 살 거라고

저마다 좋아라 한다지만

노후 대비는 언감생심(焉敢生心)

오늘내일 먹고살 근심걱정 태산 같다


오래 살려면 건강해야 한다는데

건강하려면 잘 자야 한다는데

고침단명(高枕短命)이라 했다지만

밤새 구겨진 그 베개

내 자화상(自畵像) 같아 보인다


저녁 무렵 어스름 다시 오면

온 동네 정신없이 뛰어놀다

엄마의 무릎베개에 칭얼대며 누워

곤히 잠이 들던 코흘리개 어린 시절

문득 그때가 한없이 그리워진다



by The Happy Letter














베개 : 잠을 자거나 누울 때에 머리 밑에 괴는 물건.

언감생심(焉敢生心) : 감히 바랄 수도 없음.

고침단명(高枕短命) : 베개를 높이 베면 오래 살지 못한다는 말.

곤히(困-) : 잠든 상태가 매우 깊고 편안하게.(다음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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