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191 by The Happy Letter
가을 오면 옛 친구
그가 생각납니다
코흘리개 어린 시절
교실 옆자리 그에게
고사리 같은 손 내밀며
'지우개' 좀 빌려 달라 하니
그도 없다고 합니다
"내가 방금 전에 봤는데"라고 물으니
"네가 잘못 본 거야"라며 대답하는 데
그 순간 그의 하얗던 얼굴에
가을 단풍(丹楓)처럼
온통 빨갛게 홍조(紅潮)가 퍼졌습니다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어디에서도 그와 같은
'홍조'(紅潮) 띠는 얼굴은
좀체 마주할 일이 없네요
모두 화려해진 조명(照明) 불빛 때문인가요
두꺼워진 고가의 화장(化粧) 탓인가요
어쩌면
'마스크' 뒤 켜켜이 쌓인 오만(傲慢)의 세월
아직도 가을 오면 옛 친구
그가 생각납니다
by The Happy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