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중장년층과 곧 중장년층에 접어들게 될 분들에게
최근 필자는 '퇴사와 이혼 이야기들'에 대해 무슨 대단한 반기(反旗)라도 든 사람 마냥, 사회초년생과 결혼을 준비 중인 분 또는 신혼부부들에게 라며 글 몇 편을 연이어 발행했다. 필자의 졸고 중 [퇴사하지 않고 직장생활 오래 잘하는 비법]과 [이혼하지 않고 결혼생활 오래 잘하려면?]의 연작이 그것이다.
이번엔 다른 연령대인 중장년층(中壯年層)과 곧 중장년층에 접어들게 될 분들을 생각하며 짧은 글을 적어보고자 한다. 따라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로 바쁘신 분들이나 자신이 이런 이슈를 읽기에는 아직 너무 젊다고 생각하시는 독자분들은 뒤로 돌아가기를 누르고 이 창을 떠나셔도 된다.
연륜(年輪)이 아주 깊은 고령인 독자분들이 읽으신다면 (앞서 발행한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썩소를 보이실 수도 있겠지만.
지난번 "평균치의 함정(trap)"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우리 모두 다 80세 이상까지 잘 살 수 있을까?]라는 글을 발행한 적이 있는데 그 글의 요지는, 한국의 '평균 기대수명'이 80세가 넘는다고 우리 모두 다 80세 이상까지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다들 "평균의 오류"에 빠지지 말자였다. (모두들 이제 “백세시대”라고는 말하지만) 우리 중 일부는 90세 이상까지도 살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중 일부는 80세 이전에도 이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쨌든 우리도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급속히 고령화가 되어가는 사회구조와 현상을 보이고 있어 노인층 문제는 여느 때 보다 더 주목받는 중대한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젊은 층의 결혼 기피나 출산율 저조 등을 감안하면) 현재의 인구분포 양상을 볼 때 노인층의 인구는 인구 구성비나 절대적 숫자로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 직후에 출생한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의 이른 은퇴(retirement)를 기점으로 우리 사회의 급격한 노인층 인구 증가는 벌써 수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속적인 의료기술 발달과 함께 사회적으로도 개선된 노인복지제도 도입, 요양(병원) 시설 확충 등으로 노인인구의 기대수명은 점차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어 국가적으로 더더욱 중요한 사회이슈가 되고 있으며 기업들에게도 노인층과 관련된 실버(silver) 산업은 영유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에인절(angel) 산업 성장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미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중장년층들은 남은 여생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잘 보낼 것인가를 늘 염두에 두고 있으리라 본다. 건강 관리 외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문제이다. 나이 들어 몸은 병약해지고 여기저기 아픈 곳도 많아지는 데 "돈"까지 없으면 힘들기 그지없다.
단순히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취미를 갖고 여가 선용을 잘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제대로 된 '노후 준비'를 미리미리 해야 한다. (실버타운이나 노인 요양원에라도 들어가려면 무지 막지 한 돈이 든다.) 왜냐하면 지금의 자녀 세대들이 크면 예전 세대처럼 부모와 한 집에서 같이 살려고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다른 금융 자산이나 '부동산'이라도 좀 갖고 있고 저축해 둔 여유 자금이 많이 있는 분들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대부분 서민들의 노인 빈곤 문제는 지금 현재 큰 사회이슈이자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실은 젊은 층의 취업문제, 결혼, 출산율 저조 문제에 못지않게 노인빈곤, 노인 자살률 문제는 아주 심각한 수준이라는데 소외된 빈곤계층처럼 사회적 도움과 관심을 많이 받지도 못하고 국가적 지원 확대를 위한 대책 마련이나 개선 노력도 더디다고 한다.
우리가 0.78명(2023년)이라는 저조한 출산율을 심각하게 걱정하지만 정작 출산과 양육 그리고 교육에 따른 경제적 비용 부담을 줄여줄 국가적 지원은 아직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편이어서 현실적인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많다. 무엇보다도 국가가 출산지원금이나 양육보조금, 교육 지원금을 (출산부터 대학졸업할 때까지) 충분히 지급해 준다면 지금 보다 더 많은 젊은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담감을 덜 갖게 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노인층을 위한 노인 기초연금제도나 노인복지 정책들을 새롭게 개선하고자 논의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스스로 저축해 둔 자금이 없으면 국가적인 노인지원금(연금)만으로는 최소한의 일상을 영위하기도 벅차 극빈층과 유사한 삶을 살게 될 수밖에 없다.(특히 빈곤층 중 노인 1인 가구는 더 심각하다.)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것이 추가로 든 개인연금이나 개인적으로 가입한 보험들이겠지만 하루하루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에겐 언감생심(焉敢生心) 바랄 수도 없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매월 납부할 연금과 보험금을 마련하고 저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참 힘들고 슬픈 일이다. 단지 죽을 날이 곧 다가온다는 차원만이 아니다. 힘없고 병약하고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잘 안 들리고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렇게 늘어가는 흰머리와 (아니 그 흰머리마저도 나날이 빠져가겠지만) 거동이 불편한 몸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함께 살아온 이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간다는 것이 더 힘들고 슬픈 일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노인으로 늙어갈 때를 생각해 보면 노쇠하여 다른 병마와 싸우는 것도 힘들겠지만 사랑하는 가족도 못 알아본다는 '치매'에 걸릴까 봐 제일 두렵다.
그렇다고 우리가 지금 앉아서 걱정만 하고 살 수는 없다. 조금씩 노후(자금) 준비도 하고 몸과 마음이 오래오래 건강할 수 있도록 틈틈이 운동도 많이 하고 뭐든지 배우며 취미 생활도 부지런히 하고 서로 성향이나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인간관계 교류도 하고, 해야 할 일은 아주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뭐라도 새로 시작하고 도전해도 된다. 무엇이든 새로 시작하는 데 있어 이미 좀 늦지 않느냐고 생각할 필요 절대 없다.
우리들 대부분은 나는 절대로 일찍 죽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며 산다. 하지만 쏜살 같이 빨리 지나가 버린 지나온 세월들을 뒤돌아보면 지금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분들은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것을 절감하시리라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아쉽게도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그 남은 시간도 그러하리라 본다.
우리의 남은 인생도 뜨거운 여름 같은 정열을 불태우는 시기를 지나고 나면 성숙하는 가을을 지나고 또 서서히 저물어 가는 황혼 같은 겨울로 접어든다. 사계절의 변화가 그러하듯 사람이 태어나고 늙고 죽는 것 또한 ‘자연의 섭리’ 일 것이니 원래(!)는 두려워할 일은 전혀 아니어야 한다. 다가오는 그날까지 지나온 봄, 여름 그리고 초가을 못지않게 남은 여생인 늦가을 그리고 겨울도 (지금까지 늘 그렇게 잘 살아왔듯이) 잘 살아내면 된다. 누가 그랬던 것처럼 "이 한 세상 잘 놀다 갑니다"하고 작별 인사를 하게 되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오겠지만) 그것 때문에 지금 미리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
인디언 서머(Indian summer)라는 말을 들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한가을과 늦가을 사이에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날이 계속되는 일시적 기간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인디언 서머(Indian summer)라는 용어의 역사는 최소한 17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인디언 원주민들이 좋은 날씨를 활용하여 겨울철 식량을 더 많이 비축할 수 있었던 것과 관련된다. 이것은 가을 중순에서 늦가을로 이어지는 기간의 건조하고 온화한 날씨를 가리키며, 주로 첫서리가 내린 다음에 나타난다.”(다음[백과사전])
(독일에서도 스산한 늦가을 초입(初入) 직전인 10월 중순경 한 열흘 정도 아주 좋은 화창한 날씨를 보이는 데 이 시기를 “Goldener Oktober”라고 한다.)
독자분들도 늘 '내 인생의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고 지금 바로 이 순간이 각자 나름대로 미리 (노인, 노년이 되기 전에) "겨울철 식량을 더 많이 비축할 수 있는" 값지고 멋진 최고의 시간이 되시길 바란다.
또한 동시에 "가장 젊은 날"인 오늘을 부디 즐겁게 마음껏 향유(享有)하실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