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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Jul 18. 2023

글쓰기의 어려움-"뻔뻔함" 장착할 용기가 더 필요해?

브런치 글쓰기(2) - 첫 글 "발행" 그 이후 소감을 기억하며

이 글은 앞서 발행한 필자의 졸고, [브런치 작가들끼리 "라이킷 - 품앗이"도 해야 하나요?]에 이어 쓴 것으로 글쓰기 관련 좀 더 업데이트된 지극히 개인적인 '심경(?)'을 짧게나마 기록해 두고자 한다.




전편에서 극찬한 브런치팀의 ad 슬로건,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글을 공개하는 것이다."로 돌아가 필자의 첫 글 발행때와 그 이후의 소회를 적어본다.(다음 [어학사전] 소회 : 마음에 품고 있는 회포)


일반적으로 글을 쓸 때는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게 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나만 읽고 말게 되는 '일기' 같은 글을 쓰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어쩌면 그 일기조차도 누군가(?)가 읽어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내재된 채 쓰인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생각과 감정들을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고 그런 글들이 읽히기를 원하는 마음, 그런 욕구에서 시작된 글쓰기 '발행(포스팅)'이라 하더라도 한번 공개적으로 올린 글들은 - 누군가가 복사하거나 따로 저장한다면 - 온/오프-라인상에 영원히 '박제되어' 남게 된다는 두려움이 공존한다.


더욱이 포스팅한 그 글들이 나중에 읽어보았을 때 - 특히, 밤늦게까지 열심히 쓰고 포스팅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다시 읽어보니 어색하고 못마땅한 구석투성이일 때, 영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럽게 느껴질 때 그 주눅 들고 초라해지는 감정은 주체하기 어렵다.


물론 어제 발행한 글을 오늘 수정할 수도 있고 심지어 '발행 취소'까지도 할 수 있지만 - 실시간 조회숫자가 보여주는 만큼 - 이미 누군가는 그 수정 전 버전을 벌써 읽어버렸으니까.




되돌릴 수 없는 수치스러움과 뒤늦은 후회는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이지만 자신이 쓴 글은 전적으로 자신만의 책임인 것처럼, 포스팅 후에 느끼는 (부끄럽고 민망하며 겸연쩍은) 감정 또한 오롯이 글쓴이 자신만이 견뎌내야 할 몫이다.


현재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피난처"는 작가 필명이라 불리는 '닉네임'(nickname)으로 대체된 '익명성'(물론 브런치 관리자 Admin을 제외한) 뿐이지만 이 닉네임 또한 나의 '또 다른 인격'을 갖춘 "부캐"로서 그 모든 평판과 평가, 책임 앞에 자유로울 수 없음을 나는 분명히 안다.




글쓰기를 하면서 - 자신이 쓴 글을 공개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 읽는 사람, 그 독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글을 쓰는 과정과 내용의 자연스러움이나 인위적임과는 무관하게 글을 사람들 앞에 공개한다는 것은 - 동시에 평가를 받거나 비평을 받는다는 것은 - 자기 객관화의 처절한 과정 중의 하나일 것이다. 혼자 말하고 마는 독백이나, 쓰고 바로 지워버리는 그런 글이 아니라면 말이다.


딜레마(dilemma)는, 남들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서만 입속에서 되뇌듯 쓸 수 있는 이를테면, 욕설에 가까울 정도의 적나라한 정제되지 않은 감정 표현 또는 애써 감추고 싶어 하는 원초적인 욕망에 관한 감정, 또는 상대가 듣지 않는다는 전제하의 험담, 반론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시기와 비난 등에 관한 그런 글을 공개적으로 쓰기를 주저하는 것이다.


많은 예들 중에 가족, 친척, 친구, 지인을 직접적으로 암시하거나 노출하는 에피소드를 꺼리거나 또는 사회적 공인에 관한 실명 비난 토크, 정치, 종교에 대한 직접적 비평을 최대한 조심스레 삼가는 것 등도 거기에 속할 것이다.





글'쓰기'는 쉽지만 글'발행'하는 것에는 많은 '용기'와 어떤 '뻔뻔함'이 동시에 요구되는 것 같다. 이것이 제일 먼저 극복해야 할 글쓰기의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쓰기를 시작하며 조금은 그 '뻔뻔함'을 배우고 또 그러한 것에 익숙해지려고 작정했는데 쉽지 않다. 수 백 명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어느 강당에 혼자 서서 강연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수많은 청중 앞에서 그런 강연을 해낸다는 것도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글 발행은 수 백 명 정도가 아니라 아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많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 실은 한국어가 가능한 모든 독자를 잠재적 대상으로 - 하는 것이다 보니 그만큼 무게감과 부담감을 더 많이 느끼고 또 더욱 진중해지는 것 같다.(물론 작가님의 글들이 어떤 외국어로 번역되어 해외로도 퍼져나갈 수도 있다.)


브런치에 글쓰기 어려운 이유에는 바로 이렇듯, 내 글을 읽는 주된 독자층인 '상대'가 누구인지, 어떤 세대, 어떤 연령층, 어떤 직업과 취미나 성향의 소유자인지 알 길이 없다는 것과 맞닿아있다. 무슨 원고 기고 청탁을 받아 글을 작성하면 기획자와 협의하면서 어떤 매체인지, 어떤 잡지나 신문인지 성격이 드러나고 원하는 방향과 소재, 심지어 글의 길이나 분량까지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가 있다.


결국 내가 정하는 수밖에 없다. 목표 대상으로 하는 아무런 타깃(target) 카테고리도 없이 그냥 말 그대로 불특정 다수를 향해 스스로 글을 쓰고 포스팅하는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써고자 하는 글의 주된 주제나 소재 선정도 망설여질 때도 많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나만의 특화된 이야기 주제와 소재로 제한하여야 한다. 그 중심에 바로 '나만의 콘텐츠'(content)를 만들고 가꾸고 이끌어나가야 한다. 나만의 경험과 체험, 나만의 고유의 스토리 구성이 가능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브런치 글쓰기 배경에 '내 글이 누군가에 의해 읽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이상, 내 글이 단지 넋두리나 일기 같은 푸념을 늘어놓는 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 함께 작동한다.


하지만 실제로 읽히는 가 여부는, "나만의 경험과 체험, 나만의 고유의 스토리 구성이 가능한 경쟁력을 갖춘" 글을 쓴다 하더라도 전적으로 독자 개인의 관심사에 따른 주제 분류, 키워드 서치, 그리고 선택적 '조회'에만 달려있을 뿐이다. 나는 부지런히 써서 올려놓고 '선택'(클릭)되기만을 기다릴 뿐인 형국이다.


기왕에 글을 쓰고 발행하는 김에 내 글이 내가 타깃 하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깨달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잠깐이나마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키거나 혹은 미소 짓게 하거나, 아니면 유의미한 생각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이 되면, 그리하여 공감과 감동까지 느끼게 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소망한다. 물론 가장 우선적으로 내 글을 인지하고 읽어볼 사람은 팔로우하고 알람까지 설정해 둔 '구독자'이겠지만.




아무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의 '공공의 이익과 상생' 운운하는 게 좀 부끄러울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과연 나는 어떤 '공익적 마인드'를 가지고 글을 쓰고 공개하는가에 대한 지속적인 '자기 의심'이자 그런 물음의 반복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킬링 타임'으로 소소한 일상의 상념들을 글로 적어 포스팅하는 지극히 가벼운 일과라 하더라도 자신만의 '일기장'이 아니라 공개적인 블로거 등에 올리고 공개하는 순간, 나는 사회적 통념에 따른 잣대, 가치 평가와 비평을 마주할 각오를 해야 함과 동시에 '사회악'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 미약하나마 조금이라도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유로워지기 위해, 또 자기 주도적 사고와 가치판단하에 주체적이며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남을 의식하지 말고 살아라 한다. 하지만 글을 쓰고 공개하는 것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들어냄과 동시에 그 글을 읽을 '남'(독자)을 분명히 의식하는 행위이고, 역으로 바로 이것이 나의 글쓰기의 커다란 '동기부여'이자 '추진 동력'임을 매번 자각하게 한다.


그것이 지나친 자기 절제로 말미암아 '자기 검열의 부작용'(?)처럼 동반된다고 하더라도 지금 나 자신의 게으른 글쓰기, 나태한 글쓰기를 따끔하게 깨우치게 하는 긴장감, 부지런히 글쓰기를 해야 할 어떤 강제성과 압박감, 나아가 '사명감'까지도 줄 수 있다면 차라리 후자에 의지하며 나의 글쓰기 욕구를 - 실은 내심 가지고 있는, 나의 글을 보이고 싶어 하는 욕망을 - 채워줄 이러한 글'공개'와 ‘발행’에 의존하는 편이 더 나으리라 본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매번 또다시 혼자 일기처럼, 메모처럼 글을 쓰고 그다음 날 다시 지워버리기만 반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심정은 나의 미천한 글을 공개적으로 올린다(발행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여전히 좀 두렵고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래도 필자는, '남들이 보고 있다'라고 늘 자각하면서, 덥수룩한 머리에 흐트러진 '파자마' 차림이 아니라 스스로 좀 더 정갈하고 단정한 모습이 되길 바라며 이렇게 저렇게 고민 또 고민하며 - 내일이면 또 후회하게 될지도 모를, 하지만 더 이상 지워지지 않을 - 첫 브런치 발행(포스팅)을 공개했다. 내 글을 읽어줄 낯선, 하지만 친절한 그 누군가(?)를 엄청 의식하면서!




(다음 3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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