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33 by The Happy Letter
사람들이 춤에 지쳐가도
마시던 술에 지쳐가도
흥겨운 음악소리,
요란한 파티는 끝날 줄을 모르고
아무렇게나 바닥에 뒹구는 술병들
여기저기 버려진 파티음식 파편들
누가 잊어버리고 두고 간
장갑 한쪽, 목도리 하나 덩그러니 있고
아직 남아 있는 한 무리 예닐곱은
한구석에 널브러져 자리를 잡고
못다 한 이야기 목청껏 깔깔대다
어느새 진실게임이 시작된다
대답 대신 술을 마셔도 안되고
흑기사 흑장미는 없고
어떤 질문이든 피할 수 없고
그냥 무조건 답만 하기로 한다
아직 파티에 들뜬 목소리 그대로
시작과 동시에
거침없이 주고받는 그 상상 속 질문들,
짓궂은 공격들 서로에게 쏟아진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 서서히 지쳐갈 무렵
어느새 잔잔해진 음악소리만 들리는데
누가 던진 패드립 질문, 그리고 그 대답 하나
파티를 끝내게 하고 만다
그렇게 웃고 떠들던 목소리 다 어디 가고
한순간 찻물 끼얹은 듯 조용해지더니
쭈뼛쭈뼛 거리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챙기고 집으로 돌아간다
by The Happy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