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Happy Letter Dec 09. 2023

어떤 파티

THL 창작 시(詩) #33 by The Happy Letter


어떤 파티



사람들이 춤에 지쳐가도

마시던 술에 지쳐가도

흥겨운 음악소리,

요란한 파티는 끝날 줄을 모르고


아무렇게나 바닥에 뒹구는 술병들

여기저기 버려진 파티음식 파편들

누가 잊어버리고 두고 간

장갑 한쪽, 목도리 하나 덩그러니 있고


아직 남아 있는 한 무리 예닐곱은

한구석에 널브러져 자리를 잡고

못다 한 이야기 목청껏 깔깔대다

어느새 진실게임이 시작된다


대답 대신 술을 마셔도 안되고

흑기사 흑장미는 없고

어떤 질문이든 피할 수 없고

그냥 무조건 답만 하기로 한다


아직 파티에 들뜬 목소리 그대로

시작과 동시에

거침없이 주고받는 그 상상 속 질문들,

짓궂은 공격들 서로에게 쏟아진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 서서히 지쳐갈 무렵

어느새 잔잔해진 음악소리만 들리는데

누가 던진 패드립 질문, 그리고 그 대답 하나

파티를 끝내게 하고 만다


그렇게 웃고 떠들던 목소리 다 어디 가고

한순간 찻물 끼얹은 듯 조용해지더니

쭈뼛쭈뼛 거리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챙기고 집으로 돌아간다



by The Happy Letter




매거진의 이전글 지난여름 망중한(忙中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