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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Jul 22. 2023

본편) "모모"를 기억하며 - 짧은 감상문

[자기 앞의 생] by 로맹 가리(aka에밀 아자르).책리뷰 & 독서노트


Originally published as "La Vie devant soi" by Editions Gallimard, and in English as "Momo" by Doubleday & Company, Inc., written by Émile Ajar (pseudonym of Romain Gary)




주말 늦은 시간이면 호흡이 긴 글을 써두었다가 조금 손을 보고 탈고를 거쳐 '발행' 하곤 했는데, 지금 쓰는 이 글은 '초고' 상태로 한 번에 다 쓰고 그대로 바로 '발행'을 클릭하고 싶다. 그만큼 감성적인 글이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일까? (작가 '로맹 가리' 개인의 삶 자체만 해도 화젯거리가 많고 워낙 드라마틱해서 할 이야기가 많은 데 오늘 여기선 논외로 하고 작품,  [The Life Before Us]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약간 스포 있음 주의)


"The Life Before Us breaks many other rules, as well as the reader's heart."(Afterword by James Laughlin)




이 소설은 처음엔 한국어 번역본으로 먼저 읽었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그때의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어떤 알 수 없는 슬픔이 오랫동안 함께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 속 이야기의 특이한 배경이 기억에 좀 남아 있다. "Momo"(모모)와 "Madame Rosa"(마담 로자), 두 인물에 의해 - 아주 어둡고 우울하게 - 전개되는 플롯(plot)에 몰입하여 따라가다 보면 그 당시 어린 나이에 이 책 속 이야기의 배경이 되고 있는 '매음굴', '매춘부촌' 같은 장소와 공간이 낯설었고 처음엔 무슨 19금인가? 하고 착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직 안 읽어보신 독자들을 위해 필자의 결론부터 지금 미리 한마디로 말하면, 이 글은 한 편의 "러브스토리"다 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한 사람, 아니 두 사람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에 관한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왜 우리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지를 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잘 느끼게 해 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쌍의 남녀, 그런 연인의 애절한 사랑, 혹은 이루지 못할 사랑이나 한 명이 먼저 떠나가고 헤어지는 그런 사랑이야기만 '뜨거운 사랑'으로 가득 찬 이야기로 여기기 쉬우나, 이 음울하고 지독히 추하고 척박한 삶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도 끝까지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때문이라는 것을 이 작품은 그 어떤 작품의 이야기보다 더 절절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여담이지만, 최근까지 이 책을 기반으로 작품화된 몇 편의 영화, <마담 로자>(1977), <자기 앞의 생>(2020) 등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필자는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다. 아니, '일부러 안 봤다'라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개인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상상력을 발휘해 형성시킨 이미지나 그런 "머릿속 화면"들이 어떤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으로 말미암아 나의 그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그 이미지를 쉽사리 망가뜨리고 싶지는 않아서 인지도 모른다. (스포에 미리 김 빠지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역으로 그 영화를 본 후에 나만의 "상상화"가 하루아침에 무참히 '손상'될지도 모르니) 적어도 아직은. 물론 원작인 책을 기반으로 한 모든 영화화된 작품을 전부 다 안 본다는 뜻은 아니다.




Gary, Romain. The life before us. New Directions 1986


위의 사진처럼 얼마 전에 이 책 영문 번역본(1986, reissued in 2022)을 다시 읽었다.(영문 번역 by Ralph Manheim)


실은 이 책을 두고두고 기억하기 위함이 목적이었는데 막상 '감상문'을 쓰겠다고 '발행'까지 하면서 "예고편"을 사전 공표해 두었으니 최근 며칠 실제 그 부담감이 늘 마음 한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마 독자들도 대부분 '매춘부'의 아들로 태어난다는 것과 하나뿐인 그 어머니마저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어느 정도의 척박한 삶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며, 죽음의 바로 문턱까지 가야 했던 홀로코스트(Holocaust) 생존자는 어떠한 정신적 고통에 괴로워하며 살아갈지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다고 본다.


독자는 "You're very young, and when somebody's very young there are things he'd better not know."(Page 3)으로 시작하지만, 이 책 이야기가 "마지막"을 향해 가면서 Momo는 - 독자들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 어느새 벌써 "성인"으로 훌쩍 성장해 있음을 흠칫 놀라며 발견하게 된다. 심지어 Momo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I've never been too young for anything, Madame Rosa.(Page 151)

이웃 Hamil은, "you've got to learn those things when you're young and capable of believing anything."(Page 28)이라는 말을 통해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무 편견과 선입견 없이 믿음을 가져야 하고 또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Momo는 "자기 앞의 생"에 대한 가늠할 수 없는 고난의 길에 - 미리 좌절과 낙담할 정도로 - 스스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Madame Rosa의 사랑을 받고 또 믿으며, 새로운 삶의 의지를 키워나간다. 우리는 때로는 타인의 삶에서 삶의 의미를 배우고, 또 살아가야 할 이유를 느끼고, 또 계속 살아 숨 쉴 힘을 얻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I've often noticed that people end up believing what they say. They can't live without it.(Page 32)

자신의 '기억'속에서만 - 그리고 그 공포와 '트라우마'(trauma) 속에서만 - 살아가는 Madame Rosa지만(Holocaust / Auschwitz 생존자로서) 그 억척스럽고 처절한 삶 속에서도 그녀가 구축한 'Hideaway'(스포 주의)는 독자들에게 가히 충격적이며 뒷 목덜미가 쭈뼛해지는 경련을 일으키게 한다.


그래서 책을 읽어가는 독자들은 이야기 속에 묘사된 그녀의 삶과 고통, 그 불안을 알기에 그녀의 어설픈 "여행 준비"를 그녀와 "같이" 절실하고 진지하게 "준비"하고 또 심히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만다.


이 이야기 말미에 Momo 역시 화자의 위치에서 책을 읽는 독자들의 '위험한' 공감'("같이 떠날 준비")을 - 독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 다시 확인해 주듯 말한다.

 

"... when you're at the end of your rope you get all sorts of crazy ideas."(Page 176)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필자가 적고 싶은 한 마디의 말은 다음과 같다. 성장, 희망과 꿈,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거름이 되고 밑받침이 될 근원으로서의 사랑, '사랑'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랑 없이는 숨 쉴 수 조차도 없다. 바로 내 옆에 이웃한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살기 위한 '나를 향한 사랑'에 다름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또 그래야만) 두 사람이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책중 한 문장을 옮겨 적으며 이만 줄인다.


"... it's not possible to live without someone to love,"(Page 182)





이 글을 기다려 주고 또 읽어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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