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A HEATHROW DIARY 책리뷰 & 독서 노트
우리 동시대 많은 독자들에게 최애 작가 중 한 명인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그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나도 그의 작품과 같은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왜냐하면 그의 책을 일단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연달아 다른 책들도 이어서 통독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 작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어학사전], 마력(魔力)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거나 현혹시키는 이상야릇한 힘
다른 한편으로는, 구절구절 "현학적"이라고 할 만큼 그의 글이 특유의 함축된 (연관된 배경에서 오는) 깊이와 그리고 그 기저에 내재된 광범위한 의미 때문에 - 줄줄 읽으며 마냥 쉽사리 따라잡기에는 - 어려울 때가 종종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곰곰이 곱씹어보는, 그렇게 글을 읽으면서 동시에 같이 사유하면서 그 의미를 천착해보는 '재미'도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음 [어학사전], 기저(基底) : 어떤 사상이나 생각 따위의 기반이 되는 생각. 천착(穿鑿) : 깊이 살펴 연구함.
알랭 드 보통의 책 중에서 유명한 베스트셀러들은 이미 많이 읽어보셨을 테니 오늘은 그의 작품 중 상대적으로 조금 덜 알려진 [A WEEK AT THE AIRPORT A HEATHROW DIARY](2009) (한국어 번역본, [공항에서 일주일을. 히드로 다이어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제목 그대로 런던 히드로(London Heathrow) 공항에서 작가가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관찰하고 생각한 것들을 글로 적은 책이다.
얼핏 생각하면 공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자 시점에서 나열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데, 아니다, 그 이상이다. 110여 페이지(매 페이지마다 사진이 같이 수록되어 있음)의 논픽션(nonfiction) 임에도 불구하고 그 공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작가 특유의 예리한 관찰력을 통해 그 사람들과 현상과 분위기가 주는 감정과 일상의 의미를 거침없이 경쾌하게, 때로는 시니컬(cynical)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스토리텔링 속에서 에피소드(episode) 마다 문득문득 우리에게 진중한 메시지를 함께 전하며 독자들을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이끌기도 한다.
'For what purpose is all the toil and bustle of this world? What is the end of the pursuit of wealth, power and pre-eminence?' asked Adam Smith in 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1759), going on to answer, 'To be observed, to be attended to, to be taken notice of with sympathy, complacency, and approbation' (Page 65)
예를 들어, 박사논문을 쓰고 있는 폴란드 여성과의 우연한 만남과 그녀를 통해 듣게 되는 레바논 엔지니어와의 '소설 같은' 이야기는 가히 "액자소설"로 만들어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탄을 금하지 못하게 한다.
다음 [어학사전], 가히 : 모자람이 없이 충분히
I befriended a young woman who told me that she was writing a doctoral dissertation at the University of Warsaw:
[… …]
An engineer of Lebanese origin, he had been coming to London once a month for the past year and a half in order to receive treatment for throat cancer at a private hospital in Marylebone, and during every visit, (Page 88)
어쩌면 그가 (공항이라는) 정해진 공간 안에서 - 또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 그렇게 흥미로운 경험을 하고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리하여 비교적 짧은 일기 형식의 글이지만 그런 값진 에피소드를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의 어떤 특별한 행운(?)이었을까?
우리에게도 이런 일주일간의 '특권'이 주어진다면 - 인천국제공항이든, 서울역에서든 - 과연 각자 자신만의 필력으로 이렇게 "즉흥적"이면서도 이토록 사실적이며 몰입감 넘치게 글을 써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어떤 대목에 심히 공감하면서 감동도 하고 또 다른 어떤 대목에서는 아! 이렇게도 연결될 수 있구나 하고 그 심오한 '맥락'에 놀랄 때도 많다. 이런 '놀람'을 포함한 모든 것도 다 작가가 미리 설계해 놓은 '큰 그림'의 일부이겠지만.
어쨌든 기존의 선입견을 다 내려놓고 다른 작품들과는 그 형식에 있어서부터 조금은 결이 다른, 알랭 드 보통의 [A WEEK AT THE AIRPORT A HEATHROW DIARY]를 재밌게 - 호기심을 갖고 -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다음 [어학사전], 맥락(脈絡) :
1. 어떤 일이나 사물이 서로 연관되어 이루는 줄거리
2. 서로 관계나 연관이 이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