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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L 행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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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Jan 10. 2024

다시 읽는 행복론, 혹은 스스로 쓰는 행복론?

(THL행복론 19)


한동안 여기 이 <THL행복론> 매거진에 글을 못썼다. 아니, 안 썼다고 해야 맞을 듯하다.


필자의 매거진 <Aphorism 한 줄to THL>에 발행한 [불행의 원인 : 비교의 함정]이 한동안 필자를 불행감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어떤 '행복의 묘약(妙藥)'이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한, 같은 매거진에 발행한 글 중, [우리 불행의 주요 원천 중 하나는?]에 서술한 바와 같이, "행복에 대한 탐구는 이 세상 불행의 주요 원천 중 하나"라는 영국 철학자, A.C. Grayling의 인용구를 각인시키고 나니 더 이상의 행복에 관한 탐구를 스스로 그만두게 된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류 생존의 가장 큰 목적과 의의로도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 속에서 무엇보다도 '행복 추구', '행복한 삶'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니 늘 잊을만하면 다시 고개를 들고 찾아오는, 지난날 했던 근원적인 그 질문을 다시 반복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는 것이 힘들다고 느낄 때마다 지금까지 틈틈이 발행한 18편의 글이 담긴 <THL 행복론>을 천천히 조금씩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행복에 관한 걱정은 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그 글을 다시 읽어보게 된다. '행복한 삶'에 관한 선각자와 현자들의 명언, 행복 관련 심리전문가들의 조언 등을 살펴보면 저마다 나름대로 행복에 관한 답들이 제시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이 워낙 나약한 동물이다 보니 가끔씩 많은 것을 잊고 사는 것 같다. 과거의 고통스럽고 아픈 기억은 어떤 '방어기제'(防禦機制)가 작동된 것처럼 잊으려는 본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기쁘고 행복했던 시간들 마저 잊고 산다는 것이다.


그 망각에는 바로 직접 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행복감까지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에 우리의 "불행"은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본다.




개인의 불행은 개인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구조적인 문제이자 사회적 병폐라는 견해의 접근과 그에 따른 대안마련이 필요하겠지만 여기서는 개인의 일상의 관점으로만 축소해서 짧게나마 되새겨 보고자 한다. (물론 개인의 과오과 불성실, 나태로 인한 귀책의 원인제공은 별개의 사안이다.)


우리 일상에 행복이 뭔지 간단히 정의 내리기 어려울 때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거다는 말이다. 우리는 최소한 불행이 뭔지는 안다는 얘기다. 불행은 발생하는 그 순간 아, 이런 안 좋은 일이, 이런 힘든 일이 나에게 생기다니 하며 분명하게 체감하고 훗날까지 머릿속에 오래 각인되어 남는다.


반면 행복은 발생하는 그 순간에는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다가 시간이 흐른 후 뒤돌아보면 뒤늦게 아, 그때가 행복한 순간이었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고 한다. 정작 행복했던 그 순간에는 모르다가 그 순간이, 그 일이 지나고 나면 뒤늦게 알게 된다는 것이다.(어쩌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역설적이게도 훗날 돌이켜보면 행복했던 순간이었을 수 있을까?)




우리가 하루하루 힘들고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내세에 대한 종교적 신앙이나 신념을 떠나 현세만 보자면) 모든 난관을 헤쳐나가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무얼까?


우리의 삶에 그래도 행복한 일들이, 기쁘고 즐거운 순간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세의 고난이 내세에서 다 보상받을 수 있고 행복한 영생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개인의 신앙이 우리가 지금 당면한 현세의 불행을 다 정당화시켜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 그리고 여기서 행복함을, 또 과거 어느 한순간 (지나간 순간들이라 하더라도) 거기서 행복했음을 상기시켜 주는 비슷한 일들이 곧 다가오는 현세의 앞날에도 어떤 식으로든 또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태어나 지금까지 한 번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오신 분이 있다면 필자의 이런 글은 무용지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전적으로 필자의 편협한 시각에 기인할 뿐이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체감한 과거 행복했던 순간들은 가능한 한 자주 상기시키고, 또 지금 체험하고 있는 행복감을 오롯이 느끼고 훗날에도 기억할 수 있도록 잘 인지하고, 앞으로 미래에도 우리가 분명히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적인 자세를 취하자는 것이다.


필자도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불행했던 시간들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때 왜 어떻게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당한 일도 있었고 내가 다르게 결정했더라면, 좀 더 잘했더라면 후회스러운 일도 있었다.


하지만 행복했던 시간들은 어렴풋이 드문드문 생각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다 지나고 나니 행복했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일들도 있었고 두 번 다시 그만큼 행복한 순간들이 또 있을까 싶은 일들도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어디 한 모퉁이에 내가 힘들 때마다 되새기고 싶은 "나의 행복했던 순간들"이라는 리스트를 작성해서 저장하고 가끔씩 아니, 자주 열어 읽어보고자 한다.


우리가 몸이 아프면 약을 먹듯이 마음이 약해지면 삶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책을 읽고 문화생활(?)을 하고 소중한 친구를 만나 얘기를 나누듯, 우울해질 때면 입가에 흐뭇한 웃음 짓게 하는 지난날들의 행복 리스트를 펴 들고 하나씩 행복 추억을 다시 떠올리며 그 순간순간들을 곱씹어보며 단 맛에 취해보고자 한다.


세상에는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불행하게도" 안 좋은 일을 겪게 되기도 한다. 그 고통과 아픔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일은 중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어떠한 불행한 일을 겪더라도 이 험난한 인생을 잘 살아가야, 잘 살아내야 한다.


이러한 연유로 한 십 분의 일만이라도 우리의 "불행"했던 나날들 말고 "행복"했던 나날들을 떠올릴 수 있다면 오늘 하루의 고되고 힘든 일상도, 어쩌면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불안과 걱정도 좀 더 잘 견뎌내고 (지금까지 잘 살아왔듯이) 또다시 이겨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는 최근에 쓴 어설픈 단상들과 글감들이 저장되어 있는 '작가의 서랍'에 이 리스트를 저장해 놓고 두고두고 하나씩 자주 꺼내 보려고 한다. 말하자면 학창 시절 그리고 성인이 되고 난 뒤 결혼생활, 사회생활 등 모두를 통틀어 내가 가장 기분 좋고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기록해 두고자 한다.


그중에 예를 들면,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반친구들 앞에서 기분 좋은 칭찬을 받았을 때 (정말 어릴 때 받은 칭찬은 오래 기억되고 큰 영향을 끼친다! 자존감 높이는 인정욕구는 여기서도 증명된다.), 누군가를 좀 도와주고 잊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았을 때, 글짓기 대회 백일장에 첫 장원 했을 때 등도 있다.


입사 면접 보고 기다리다가 합격소식 받았을 때, 직장에서 어떤 중요한 일에 인정받았을 때, 배우자를 만났을 때,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멋진 여름휴가, 겨울휴가, 가족여행 갔을 때 등등 이리저리 찾아보면 필자에게도 분명 행복했던 순간들이 꽤 많이 있다.


이건 가만히 앉아서 나는 행복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저렇게 하면 행복해질 것이다라고 "자기 최면"을 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본다.


이건 단순히 어떤 '자기 자랑'이나 '겸손의 미덕' 운운 과는 다른 차원이다. 오히려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가기 위한 치유제 같은 '자기 힐링'이자 '꿈과 희망' 같은 삶의 원동력이 아닐까?


어쩌면 언젠가는 그 기분 좋았던 일들, 행복했던 순간들의 목록이 쌓이고 쌓여 멋진 글감이 되어 발행글로도 세상에 선보이며 공유할 수 있게 된다면 기분 좋은 웃음과 희망을 주는 선한 영향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 않을까?


힘들고 불행했던 일들, 그런 일들을 당하며 시련을 극복한 이야기도 큰 감동과 울림을 주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의 웃음과 기쁨이 충만한 행복했던 시간들의 이야기도 가슴 벅찬 감동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가 유명한 사람들이 앞서 쓴 그 많은 행복론을 다시 읽어야 할지, 혹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위한 행복론 한 편을 직접 써 내려가야 할지 스스로 고심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묘약(妙藥) : 1. 신통하게 아주 잘 듣는 약. 2. 어떤 문제에 대한 신통한 해결책.

방어 기제(防禦機制) : [심리] 두렵거나 불쾌한 일 또는 욕구 불만의 상태에 부딪쳤을 때,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동적으로 취하는 적응 행위. 도피, 억압, 치환, 승화, 보상, 투사, 퇴행, 합리화 등이 있다.(다음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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