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78 by The Happy Letter
밤새 내린 함박눈에
산책길 경계(境界) 없어지니
앞서 간 발자국만 하나 둘 따라간다
익숙하던 그 길도 왠지 낯설어
한껏 움츠린 어깨로 무심히 발걸음 재촉한다
이 눈 이 얼음 빨리 녹고
이 한겨울 어서 지나가길 바라지만
동네 비탈진 눈길 위
썰매 타느라 신난 아이들은
매서운 찬바람도 추운 줄 모른다
그 예전 어릴 적에
어서 빨리 어른되고 싶었는데
무더위며 한겨울, 철마다 어서 지나가라
그 사계절(四季節) 바뀔 때마다 재촉했는데
그러다 세월(歲月)만 다 흘러가 버렸구나
아이들 신나게 노는 유희(遊戱)의 그 순간(瞬間)
시간(時間)이 멈춘 듯 진정한 몰아(沒我)구나
너희들은 빨리 어른되게 해달라 기도하지 말아라
돌아가는 길 하얀 눈길 위
어느새 어스름한 모색(暮色) 밀려든다
by The Happy Letter
풍경1(風景) : 감상의 대상이 되는 자연이나 세상의 모습.
순간(瞬間) : 1. 눈 깜짝할 사이의 매우 짧은 동안. 2. 어떤 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때.
몰아(沒我) : 자기 자신을 잊고 있는 상태.
모색4(暮色) : 날이 저물어 가는 무렵의 어스레한 빛. (다음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