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삶과 죽음에 관한 책이다. 죽음은 살아있는 존재에게 엄청난 공포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하지만 죽음은 곧 오늘도 “살아가는” 우리 삶의 그 일부가 되기도 한다.
책장을 정리정돈하다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Dr. Elisabeth Kübler-Ross)의 대표작인 『On Death and Dying』(1969)을 선정하여 여기 올려둔다. 한글 번역본은 『죽음과 죽어감』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있다.
정신의학자이자 호스피스(hospice) 운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공동저자인 제자 데이비드 케슬러(David Kessler)와 함께 출간한 베스트셀러, 『인생수업』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져 있다.(원제 : [Life Lessons] Two Experts on Death and Dying Teach Us About the Mysteries of Life and Living, 2001)
그는 “the five stages of dealing with death”로 유명하다. 그가 주장하고 있는 ‘죽음을 대하는 5단계’는 “denial and isolation, anger, bargaining, depression, and acceptance”라는 순차적 심리 변화이다.
타인의 죽음을 애도(哀悼)하는 것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인데 하물며 바로 자기 자신의 예고된(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공포스럽고 여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주장(이론)이 한없이 나약하기만 한 우리 인간에게 (자신의 죽음을 대하는) 어떤 해법이 될 수도 있을까?
지금 살아 있어도 늘 내가 죽을 수 있음을 자각(自覺)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은 수도 없이 많이 듣고 또 읽고 있지만 우리 대부분은 평소 죽음을 잊고 산다. 실은 잊은 게 아니라 마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 질문이든 죽음이든 둘 다 말이다.
그렇지만 -저자도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듯이(p.31)- 자기 자신이 갑작스러운 사고나 또는 늙고 병들어서 죽을 수 있다는, 아니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매일 분명히 인식하며 산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모든 순간 모든 만남 모든 일들이 더욱더 소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과 죽어감”을 밖으로 끄집어 내 우리 삶 속에서 더 이상 피해서만은 안될 토픽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맞이하게 될 “죽음”이란 실은 지금 살아있는 우리 모두의 한정된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한 요소임을 다시 각인(刻印)시켜야 한다.
과연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독자분들 개개인이 각자 판단할 사안이지만 신앙과 믿음의 영역으로만 돌리지 않는다면 자신의 죽음을 아직까지 제대로 “상상”조차 해 본 적도 없는 필자에게도 이 주제는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계속 고심(苦心)하고 또 반복해야 할 질문으로 남을 것 같다.
“Though every man will attempt in his own way to postpone such questions and issues until he is forced to face them, he will only be able to change things if he can start to conceive of his own death. This cannot be done on a mass level. This cannot be done by computers. This has to be done by every human being alone.
Each one of us has the need to avoid this issue, yet each one of us has to face it sooner or later. If all of us could make a start by contemplating the possibility of our own personal death, we may effect many things, most important of all the welfare of our patients, our families, and finally perhaps our nation.”(p.31 [On Death and Dying] by Elisabeth Kübler-Ross)
글쓴이 주) Dr. Elisabeth Kübler-Ross가 명성(名聲)이 높고 많은 찬사(讚辭)를 받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생전 발표한 그의 연구이론과 방법(인터뷰 이슈) 및 그 주장 등의 독창성 여부와 관련하여 학계 내에 비판적 견해도 있음을 함께 적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