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THL 창작 시

건초乾草

THL 창작 시(詩) #276 by The Happy Letter

by The Happy Letter


건초乾草



예쁜 꽃으로도

큰 나무로도 자라지 못한 채

어디로 가는지도

누구 먹이가 되는지도 모른 채

어느 햇볕 쨍쨍한 날

이름 모를 들풀

세상 회한悔恨 모두 뒤로 하고

둥글게 둥글게 말려 나간다

어젯밤 흘리던 눈물까지 말려 나간다


어떤 이별시離別詩도

그 흔한 사진 한 장도 남기지 못한 채

어디서 다시 만나는지도

어느 순간 한 줌 재가 되는지도 모른 채

비처럼 흐르던 시간 멈춘 날

형체 없는 들풀

지금껏 살아온 대로 가겠다고

둥글게 둥글게 말려 나간다

한평생 간직한 온기溫氣까지 말려 나간다



by The Happy Letter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름새, 그 말 등에 내려앉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