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녘 저무는 석양夕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빨간 꽃에게 뒤에 서있던 친구가 말합니다.
“머지않아 너도 어느 집 꽃병에 꽂혀 있다가 며칠 후 염殮을 하듯 이리저리 감싸져 이승을 하직하고 말 거야. 이제는 다시 되돌아갈 수도 없지만 바로 그 지나온, 평범했던 일상들이 네가 그토록 찾아 헤매며 갈구渴求하던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들이었지. 그러니 앞으로라도 네 남은 시간 동안 하루하루 내리쬐는 햇볕 한줄기, 매일 마시는 물 한 모금, 오가는 인연, 그 모든 것 하나하나 더욱 귀하게 여기며 살아야 해.”
지난 세월歲月 억척같이 살아온 그 빨간 꽃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며 친구에게 묻습니다.
“설마 이게 다일까...?”
“글쎄,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