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인사

by The Happy Letter


지난달에 디지털 디톡스(detox)를 한번 시도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3주 정도 지나고 나니 다시 노트북 스크린 앞으로 가고 있는 자신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 의지가 약한 것인지 아니면 디지털 스크린의 유혹이 그만큼 강한 것인지 구분 짓지도 못한 채 이렇게 다시 글을 발행하고 있어요.


그사이 새로운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요즘 들어 찬기운으로 일교차가 심한 탓에 올해도 감기가 걸려 며칠 고생까지 하고 있으니 나만 노쇠老衰해져 가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연세가 지긋하신 독자(작가)분들께는 이런 말이 좀 겸연쩍기도 하네요.


해마다 우리는 조금씩 늙어갈지 몰라도 철마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이 계절은 결코 늙지 않는 모양입니다. 자연은 세상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받는 새 생명生命처럼 우리에게 늘 새롭게 다가오네요.


세상에 한번 왔다가 가는 인생에 누구나 그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는데, 호랑이처럼 가죽을 남기지도 못하고 내 이름 석자도 크게 남기진 못하겠지만 늙고 병들어 이 세상 하직下直하는 그 순간까지 내 가족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오가며 만난 소중한 인연因緣들과 함께 한 지나온 계절들의 그 추억들은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몸이 좀 아픈 것보다 정말 더 두려운 것은 지난 기억을 잃어버리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필자의 글방을 방문해 주시고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추석 명절 잘 쇠시고 이어지는 연휴도 뜻깊고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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