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길을 나선다. 어제처럼 그 길을 나서지만 나에겐 똑같은 길이 아니다. 오늘도 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다. 보다 정확히는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내 생生의 한 순간瞬間을 살아간다. 나는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나는 내일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지나온 길이 그러했듯 때로는 갑자기 내리는 겨울비를 맞았고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낀 길 앞에 두려워했고 때로는 알 수 없는 불안으로 밤을 지새야 했다. 한번 본 영화는 자꾸만 엔딩을 떠올리게 만들어 더 이상 그 예전의 설렘과 긴장을 담보하지 못하듯 결말을 다 알아버린 소설은 아무리 애지중지愛之重之 오래 보관해도 두 번 읽기가 어렵다. 그 소설 속 주인공만 모르는 ‘내일’을 향한 감정선을 다시 따라가기가 너무나 애처롭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극심한 고통스러움 속에서도, 어쩌면 몹시 무료한 시간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저마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의 끝, 그 알 수 없는 내일 때문인지도 모른다. 삶이 죽지 않는 것이라면 살아감이란 ‘미지’未知, 우리 생生의 그 알 수 없음이 주는 의미意味를 좇아가는 과정일까? 나는 내일 아침 또다시 길을 나설 테다, 오늘도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어제처럼 또 그냥 지쳐 잠들고 말겠지만.
미지(未知) : 어떠한 사실 따위를 아직 알지 못함.
(Daum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