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Happy Letter Sep 03. 2023

독일 사람들이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방법

늦게 가면 절대 안 되고, 일찍 가도 실례인 약속 시간 잘 지키는 노하우


주말에 무슨 약속 없었나요? 이번엔 커피나 차 한 잔 하시며 편하게 읽으실 수 있는 '약속 시간'에 관한 글을 (이 또한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한 번 적어 봅니다.


하지만 누군가와의 '약속'이라는 사안의 무게는 저마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생활 속 우리 모두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슈(issue) 임은 심히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친구 약속, 무슨 모임 참가, 경조사 혹은 친인척이나 지인 집 방문 등 약속은 단지 어떤 사람, 누구를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식당 자리 예약부터 병원이나 관공서 방문, 거래처 미팅 등 우리 일상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겪게 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독일 사람들은 대체로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어떻게 그들은 약속 시간(시각)을 정확하게 잘 지킬 수 있을까?"입니다. 필자가 독일 지인들로부터 듣거나 나름대로 체험한 개인적인 경험치에 의한 소견임을 전제로 아래와 같이 3가지로 나누어 써봅니다. (약속 시간 정확히 지키는 노하우의 "정답"(?)은 이 글 맨 아래에 있으니 우선 이 글을 먼저 읽어보신 후 나중에 글 말미에 한 번 확인해 보시죠.^^)





1.

우선 약속 만들기의 '진지함'에 기인(起因 cause)하는 것 같습니다.


독일 사람은 대개 인사상 "빈말"(empty words) 같은 것을 잘 안 하는 편입니다. 평소에도 딱히 마음에 없는 '겉치레 말' 같은 것은 일부러 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상으로 "야, 00야, 우리 언제 밥 한 번 같이 먹자!"라고 말하면, "응, 그래, 그러자!"라는 막연한 답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좋아! 어느 날짜로 정할래? 어디서 만날까?"라며 스마트폰 캘린더(calendar)나 일정관리 앱을 열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약속 일시'를 정하고 메모하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꼭 ('식사'를 같이 하려는) 생각이 있을 때만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만 구체적으로 약속을 잡습니다. 또 그 약속이 정해지고 나면 그 잡힌 약속은 어떤 약속이든 반드시 지키려고 하는 편이지요. 다시 말하면, "원하는 약속만 제안하고, 필요한 약속만 잡고, 잡힌 약속은 반드시 지켜라."입니다.





2.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손해 본다, 그것도 아주 많이 손해 본다!"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렇게 쉽게 약속을 정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약속은 이제 아주 중요하고 꼭 필요한 약속뿐입니다. 개인적인 약속이라 하더라도 모든 약속을 진지하고 신중하게 잡기 때문에 일단 한 번 잡힌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고 하고 또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약속한 상대방도 똑같이 진지하고 신중하게 Yes!라고 답하며 그 약속을 같이 정했기 때문이기도 하죠.)


먼저 약속을 어기면 개인적으로 인간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신뢰'를 잃게 됩니다. 이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여기서 따로 부언(add)해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짧게나마 일상 속 다른 예를 보자면, 식당 자리 예약 후 No-show를 해서도 안되며, 병원이나 관공서 약속일정은 어디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좀 더 심각합니다. 독일 병원의 의사와 진료 일정을 바로잡기가 상당히 어렵고 또 지금 전화나 이메일로 진료 가능 일정을 문의하면 대개 상당히 오랜 시일을 기다려야 할 정도입니다. 물론 긴급한 경우, 일부 예외가 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아 병세(病勢)가 아주 심각하면 응급실로 바로 가야 합니다.


그러니 한 번 독일 병원과 한 약속을 어기거나 늦게 가면 진료 기회가 없어지고 또다시 오랜 시일을 기다려야 합니다. 무조건 약속을 어긴 본인만 손해입니다.


관공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이라서 차별하거나 불리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외국인을 전담하는 외국인 관청에서도 무슨 서류를 심사하거나 특히, 비자 visa 등 체류 허가증(승인서)을 받아야 하는 약속이라면 (이런 약속 일정을 어기는 "간 큰 외국인"은 없겠지만) 더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일반 행정 관청의 관공서 사안도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매우 중요하며, 한 번 잡힌 약속을 어기면 기록(record)으로도 남겠지만 담당 공무원과도 원활한 일처리를 하는 데도 불편하게 됩니다. 물론 피치 못한 사유로 약속일정을 지킬 수 없다면 반드시 사전에 설득력 있는 사유를 적어 양해를 구해야 하겠지요.


병원이나 관공서에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No-show'에 대한 어떤 페널티(penalty)가 아주 높아서가 아니라도 대개 10분, 15분 단위로 예약된 일정들을 지키지 않으면 - 조금이라도 늦게 오면 - 그 기회(진료나 면담, 상담받을)를 놓치게 되고 말며 재신청하더라도 엄청나게 오랜 시일을 다시 또 기다려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3.

모두 저마다 처한 상황과 환경을 고려해 주는 '상호 존중'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약속은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약속한 상대방과 지키는 '방식'도 존중해야 합니다. 어느 국가나 지역을 떠나 저마다 모두들 다 무지 바쁘고 개인적 사생활(privacy)을 우선 순위에서 더 중요하다고들 말합니다. 그만큼 사적인 영역은 서로 존중하고 서로 방해받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또한, 약속은 혼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개인이든 단체든, 모임이든, 조직이든)이 있는 것이다 보니 그 약속을 같이 하고 나서 '기다리고 또 지키려 애쓰는 상대방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나와의 약속 일시에 맞추어 나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고 또 준비하고 기다릴 상대방을 생각한다면 한 번 정한 약속은 절대 어길 수도 없고 늦게 갈 수도 없고 또 취소하기가 그토록 어렵고 조심스러워집니다.


RSVP(Répondez s’il vous plaît. 참석여부 회신 요청)은 비단 프랑스에서만 통용되는 문화가 아닙니다. 어떤 행사나 식사 등 초청이든 초대를 받았다면 신중히 심사숙고하여 참석 여부를 미리 정해진 시일 전까지 제때에 알려줘야 준비를 하는 측에서도 최종 참가 인원수 및 물량 등을 사전에 고려하여 적절히 조정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보면 습관적으로 매번 늦게 오는 사람들도 있고, 약속 시간에 늦으면 으레 오다가 길에 "갑자기 차가 너무 많이 막혀서" 등 이런저런 핑계만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습니다.(만약 말 못 할 불가피한 사유가 갑자기 발생되어 늦을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그 해명의 수용 여부는 약속한 상대방이 느낄 때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겠지요.)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은 오다가 길에 "갑자기 차가 막힐 것까지"도 미리 다 계산하고 그만큼 집에서 일찍 약속 장소로 나섭니다.

 

그렇다고 약속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너무 일찍 가도 안됩니다. 예를 들어 누구 집에 개인적으로 식사 초대를 받았다라면, 위에 적은 소제목처럼, "늦게 가면 절대 안 되고, (그렇다고) 일찍 가도 실례인 약속 시간"이다 보니 상호 존중에 대한 기본 예의로 너무 이른 방문 시간은 상대방을 방해하거나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하지만 병원이나 관광서는 기다릴 수 있는 '대기실' 공간이 있으니 차라리 안전하게 좀 일찍 가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이런저런 연유로 독일사람들과 일상 속에서 언제 어디서 만나 무엇을 함께 같이 하자거나, 행사든 모임이든, 면담이든 무슨 약속을 잡을 때 "선약"(先約 previous engagement)이 있다고 하면 거의 무조건 존중하는 편입니다. (그 선약이 바꾸기 어렵거나 뒤로 연기나 조정하기가 어렵다면)


이때 독일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은, "Ich habe einen Termin." (I have an appointment.)라는 말입니다.  누가 내일 좀 만나자고 해도, 그냥 "선약이 있다,"라고 말하면 더 이상 다른 토를 달지 않습니다. 상대방도 그 "선약"이 가지는 무게와 진중함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어렵게 그 약속을 잡았을지도 알고, 그 약속을 안 지키면 또 얼마나 큰 "손해"나 "불이익"을 볼 지도 충분히 짐작하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악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만나기 꺼리는 변명의 사유가 아니라면) 진심으로 상대방의 선약 일정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제안받은 약속 시간이 거절하기 좀 애매할 때(혹은 아예 싫을 때), "아, 미안하지만 그때 선약이 있는데..." 라고 흔히 말하지 않나요?






어쨌든 원래의 이 글의 동기, "어떻게 그들은 약속 시간(시각)을 정확하게 잘 지킬 수 있을까?"로 다시 돌아와 위에 언급한 3가지가 약속 잘 지킬 수밖에 없는 이유와 배경으로 공감이 되시나요?


우리가 꼭 무슨 예약 취소, 불참 등에 따른 위약금(no-show charge)을 높이거나 이를 무서워해서가 아니라도 평소 약속을 잘 지키는, 또 약속을 사전에 제때 취소하거나 미리미리 재조정하는 습관이 모두에게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분들 생각은 어떠세요?^^


마지막으로, 이 글 서두에 예고한 (사적 초대의 경우에 한하여) "정답"을 아래에 붙이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P.S. 여담이지만, 유럽에서 정시 도착과 정시 출발로 익히 신뢰도와 명성이 아주 높은 독일 철도 DB(Deutsche Bahn) ICE도 최근 들어 간혹 기차 도착이나 출발이 지연되어 열차 이용객들의 컴플레인(complaint)이 발생될 때가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 맥주 다들 어디까지 마셔 보셨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