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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chi Oct 14. 2020

그녀가 임원 후보임을 숨기는 이유

[다양성&포용의 조직문화 구축 방법] 제도 도입 시 고려 사항

다양성에 대한 기대


새로 들어온 인턴사원이 면담을 신청해 왔다.


커리어 패스(career path), 해외파견 근무 가능 여부, 그리고 어떠한 복리후생 제도가 있는지 궁금해했다. 특히, 채용 인원의 성비 균형과 다양성이 인정되는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는 회사 홍보 영상을 보고 우리 회사에 지원했다며, 체적으로 어떤 제도가 있는지 물어왔다.


다양성과 포용의 조직문화에 대한 그녀의 기대 컸지만, 아쉽게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똑소리 나는 Z세대.

그러나 그들의 기대에 비해 사는 참은 뒤처 다.




조직의 현실

여성 인재가 중요하다는 점은 남녀 구분 없이 많은 이들이 인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직장 내 여성 관련 인사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다양성을 보장하는 제도는 조직 내에서 힘을 받기 어렵고 때로는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작년 임원 승진 심사 때, 인사팀에서는 여성 후보자들에게 가산점을 주어, 여성 리더의 비율을 의도적으로 높이고자 했다. 이러한 심사 기준이 알려지면서 남성 직원의 반발이 생겼다.


‘조직 내 중요 보직에 대한 여성 할당 정책이 회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가, 또는 그 반대인가’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나는 몇 개월 전, 임원 후보자군이 된 여성 이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임원 후보자들에게 단체 메일 보낼 때, 수신인 명단이 드러나지 않게 해 주세요.

 제가 후보가 되었다는 것을 비밀로 하고 싶습니다.”


'임원 후보가 되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 아닌가?'

나는 의아해서 물었다.


“다른 분들이 후보자 유추할 수 없게 공지 방법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임원 후보자군이 되었다는 것은 본부 내에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고,

 추천도 소속 본부장님이 직접 하셨는데, 좋은 일을 왜 굳이 숨기려고 하세요?”


“그동안 정말 열심히 해 왔고 동기들에 비해 실적도 앞서고 있는데...

 제가 여성이우대를 받아 쉽게 임원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들려서요...

 아직 임원이 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특혜다 뭐다 그런 말 듣는 게 불편하네요.”


그녀처럼 여성 우대정책이 여성 엘리트들에 대한 편견을 초래해 정당한 성과가 있음에도 그 결과물이 평가절하되거나 개인의 자부심을 훼손하는 경우가 있다.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제도 도입은 이렇듯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다양성 관련 제도 도입 시 고려할 사항


차별 해소를 위한 제도가 또 다른 차별을 만들면 안 되에,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제도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범위와 기준 또한 명확하게 설정하여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다.


그밖에 다양성 관련 제도 도입 시 고려할 사항은 아래와 같다.


1.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자


현실적인 문제들을 앞에 두고 다양성을 위한 제도 개선에 앞장서던 조직의 리더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냥 여태 해 오던 대로 할까.

 내가 무슨 인정을 받겠다고 이런 불만을 들어가며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네.’


신규 고객 창출, 수익성 개선과 같이 조직 내 누구에게나 칭찬받을 수 있는 일이면 모를까, 다양성과 포용의 조직 문화 구축은 성과를 드러내기도, 인정을 받기도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동안의 차별을 시정하고 실질적으로 약자의 지위를 격상시키기 위해서는, '평등(Equality)에서 공정(Equity)'으로, 지금과는 다른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평등(equality)은 동일한 것을 제공하는 것, 공정(equity)은 같은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회사에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양성한 인력이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제도 미비로 퇴사하는 것을 방지하고, 모든 임직원의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보다 긍정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일이며 중요한 일임을 기억하자.



2. 젠더 이슈가 아닌 통합의 이슈로 그 범위를 확대하라


얼마 전, 회사에 여성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여성위원회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회사 내 여성 인재들과 간담회를 하며, 불평등 사례를 조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 만들기였다. 그러다 보니, 여성위원회가 추진하는 일들이 모두 편향된 움직임으로 비추어지기 시작했다.


사실 여성위원회 출범의 의도는 남성, 여성을 구분하는 젠더 이슈가 아닌, 다양성을 존중하고 조직의 모든 임직원이 하나가 되는 통합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모든 임직원상으로 '사람 그 자체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훌륭한 인재들이 좋은 회사를 만들어 나가고, 좋은 회사가 또 임직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포용적인 조직 문화 만들기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 내부의 분위기와 출범 의도에 맞추어, 여성위원회 지원 대상은 보다 포괄적인 범위로 확대되었다. 


‘워킹맘을 위한 행사’는 임직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가족 초청행사’로 변경되었다.


차장급 이상 리더에게 다양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야 했는데, ‘여성’으로 한정했던 강사와 대상자를 ‘남녀’ 모두로 확대하였다.


인사 제도 개선 방향은 ‘여성 우대 정책’보다는 ‘누구든, 능력 있는 사람이면 리더가 될 수 있는 문화 만들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대한 내부 홍보가 진행되었다.


앞으로도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조직 문화 개선에 대한 더 큰 이해와 신뢰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여러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 제도를 잘 활용하고 유지하느냐에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3.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여전히 조직 내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직원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당장 내 앞길이 중요하지, 더디게만 진행되는 회사의 변화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여성이 리더로 성장하기까지에는 분명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조언을 구할만한 멘토가 조직 내 없어, 이러한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들에게 회사 밖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정부기관 및 전문교육업체에서는 여성 인재 양성을 위한 멘토링, 네트워킹 프로그램, 글로벌 여성리더 초청 강연 등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조직 내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외부의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여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받아볼 수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전문성을 키우고 알리는 것이다. 


여성 우대 정책에 편승하여 리더가 된다 한들, 조직 내에서 인정받기 어렵다. 여성 우대 정책이 여성에게 일자리 혹은 승진을 보장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다양성 및 포용의 조직 문화는, 능력 있는 여성이 능력 있는 남성과 동등하게 고려될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의사결정자들이, 친숙한 기존의 인재집단을 넘어 더 넓은 범위로 후보를 탐색하도록 촉진한다. 그렇게 마련된 공정한 경쟁의 장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맡은 업무에서는 성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동료들이 알 수 있도록,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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