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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chi Jul 05. 2020

불확실한 시장에 맞설 조직 다양성

[무엇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로막는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리더

이전에 다니던 회사는 전자 분야 대기업 중 한 곳으로, 회사의 주력 생산품이었던 CD, DVD 드라이브는 당시 노트북 시장의 호황을 타고 매년 두둑한 보너스를 쥐어주곤 했다. 하지만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어 노트북은 스마트폰이라는 강적을 만나, 점점 더 얇고, 가벼워지기를 요구받았고, 이에 더해 스트리밍 서비스, 클라우드가 활성화되면서 CD, DVD를 찾는 사람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었다. 


회사 실적이 악화되고 있었지만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계획이 없던 터라, 조직 내부에서는 스멀스멀 위기감이 일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상품군을 다양화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신입사원들을 주축으로 신제품 아이디어 경연대회가 진행되었고, 특허 취득을 장려하는 캠페인도 시행되었다. 


변화가 두려워 익숙함을 선택한 사람들


반면, 대다수 관리자들은 제품 다양화, 사업 방향의 변화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우선 이번 분기만 잘 버텨 보지 뭐."

"먼저 손 떼는 기업이 생기면, 시장에서의 우리 파이는 더 커질 수도 있어."

"지금까지 잘 나갔는데 하루아침에 어떻게 되겠어."

"정 힘들어지면 모기업에서 지원금을 대주겠지."


그렇게 신제품 아이디어 경연대회는 일회성 행사로 끝났으며, 관리자의 지지를 받지 못한 특허 제도 또한 유명무실해졌다.


그 사이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제품은 개당 판매 이익금이 1달러도 되지 않는 단계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치열한 치킨 게임이 시작되었다. 회사는 엄청난 현금을 퍼붓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누군가 도태되어야 살아남는 그 게임에서, 아쉽게도 우리 회사는 자본잠식 상태가 되어 패자가 되었다. 직원들은 각자 살 길을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젊은 직원들은 다른 기업으로 속속 이직을 했다. 그러나 변화가 두려워 익숙함을 선택했던 관리자급의 리더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들은 회사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상황에서도 "아직은 괜찮아."라며 과거의 영광에 젖어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만약 그때, 회사의 조직 문화가 다양성과 포괄성을 보유한 문화였으면 어땠을지 상상해 본다. 신제품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진행했던 나는, 그 당시 신입사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아직도 기억한다. 특히, CD를 읽어내는 원천 기술을 이용한 원심분리기 아이디어는, 생명공학 쪽에 깊은 지식이 없는 나에게도 꽤나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직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제안에도 불구하고, 책임지고 신사업의 변화를 일으켜보고자 하는 리더는 없었다.


사원 시절, 정체되어 버린 조직 안에서 속이 타들어갔던 나는,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조직은, '더 나은 전략, 더 나은 리스크 관리,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불확실한 시대에 맞서기 위한 조직의 다양성 전략


4차 산업혁명이 유발하는 변화의 불확실성은 저성장의 기조와 맞물려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고 있다.

 

과거 불확실성이 낮고 고성장 시대에서의 경쟁은 마치 지형지물이 고정된 산을 올라가는 것과 같았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잘 그려진 지도와 속도가 관건이었다. 산은 높고 험했지만, 고지가 보였다. 목표를 정해 놓고 열심히 준비하고 도전하면, 언젠가는 정복이 가능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이 가능했고 어느 정도 성공의 룰이 정해진 시대였기에, 리더에게 중요한 덕목은, ‘명확한 목표 설정’과 구성원을 끌고 나갈 ‘카리스마적 리더십’, 누수 없는 '효율적인 조직 관리'였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높고 저성장 시대인 오늘날의 경쟁은 마치 바다를 건너는 것과 같다.

파도가 끊임없이 일렁이듯, 예상치 못한 수많은 난관이 발생한다.

정해진 답이 없는 시대이기에, 새로운 접근법,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으면 도태되기 쉽다.

이제 리더에게는 '빠른 상황 판단'과 '유연하고 민첩한 경영 전략'이 필요해졌다. 최전선에 있는 현장 직원의 전문성과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며, 그들의 의사결정 능력을 강화하는 등 '권한의 위임'도 요구된다.


특히, 구성원의 다양성은 더욱 중요해졌다. 조직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중 업무 현장에서 좋은 기회를 맞닥뜨릴 때,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민첩하게 낚아채야 하는데, ‘동일한 사고’, ‘동일한 문제 해결 방식’, ‘동일한 관점’만으로는 기회를 잡아채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헨리 민츠버그(Henry Mintzberg)는 많은 기업의 성공 사례를 분석한 결과, 조직의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의도된 전략(Intended Strategy)'보다는 '우발적인 전략(Emergent Strategy)'과 '그동안 실현되지 않은 전략(Unrealized Strategy)'임을 밝혀냈다. 


이는, 불확실한 시장에서는 초기의 전략을 변동 없이 지속하는 것보다는 기회를 민첩하게 포착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조직의 리더라면, 회사를 둘러싼 환경과 이슈를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구성원들의 아이디어와 혁신안에 권한을 부여하자. 다양성과 포용적인 조직 문화에서는 집단지성이 빛을 발하고, 불확실한 시장에서 당신의 조직을 살릴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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