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음 씨는 큰 딸과 함께 마트를 갔다. 중학교 3학년인 딸은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고 있어 최근에 제대로 말도 한번 못 붙여 봤는데 그날따라 웬일인지 먹고 싶은 과자가 있다고 같이 가서 사달라고 하여 웬 떡이냐 싶어 모처럼 같이 외출을 하였다. 마트에 가서 딸아이가 먹고 싶어 하던 과자를 고르고 있는데 갑자기 딸이 내음씨에게 물었다 “ 아빠는 안 골라? “ 사실 요즘은 과자가 별로 당기지 않아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없어서 살 생각이 없었는데 딸이 그렇게 묻는 것을 보니 혼자 사는 것을 미안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내음씨도 하나 골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그 마트의 PB 브랜드에서 나온 캐러멜 땅콩 맛 과자였는데 사이즈가 정말 큰 소위 노래방 OOO 크기였다. 그런데 마침 특가 세일 중이어서 잘됐다 싶은 마음에 내음씨는 그걸 골랐다. 그리고 딸이 3개 정도 과자를 고르는데 1개를 사면서 3개 정도의 양이 되는 거여서 딸에게 내음씨는 3개 사는데 왜 아빠는 1개만 사냐는 얘기를 안 들어도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모처럼 만에 큰 딸과 데이트를 하고 내음씨는 집에 돌아왔다. 사온 과자를 먹는데 3분의 1은 과자가 아닌 질소가 들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이 정말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음씨는 그렇게 같은 맛의 과자를 여러 번 먹을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사 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먹는 걸 버리는 게 너무도 어색한 세대이기에 당이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먹어 거의 3주간 그 과자를 먹었다. 어느 토요일 마침내 마지막 분량을 먹기 위해 과자들을 모아둔 곳에 가서 뚜껑을 열었는데 거기에 똑같은 크기의 노래방 OOO 사이즈 캐러멜 땅콩 맛 과자가 한 봉지 더 들어 있었다. 그 과자를 보고 잠시 몸이 얼어 있는데 내음씨의 와이프가 지나가면서 한마디 한다. “ 그 과자 좋아하길래 한 봉지 더 사다 놓았어. 요새 자주 먹더라. 그런데 너무 많이 먹지 마 살찌니까 “ 으.. 으응... 고마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또 3주가 걸릴 것 같다. 하지만 내음씨는 행복하다. 내음씨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