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산도시 부여에 가면 수륙양용 버스라는 것이 있다. 이 버스는 말 그대로 강과 육지를 오가며 운행을 할 수 있어 버스에 탄 채로 백마강을 타고 낙화암, 고란사를 보고 그대로 땅에 올라와 부소산성과 궁남지 같은 유적지를 볼 수 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첫째로 땅에서 보던 걸 물에서 볼 수 있게 하는 법. 둘째로 거꾸로 물에서 보던걸 땅에서 보게 하는 방법 그리고 셋째로 땅과 물에서 다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 하면 나라는 사람도 평생을 사람들에게 관심을 끄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기 때문에 묘한 공감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렇게 관심을 끄는 방법을 고민했던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가장 잘 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임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내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커리어로 삼아 일을 시작했을 때 땅에서는 보지 못했는데 바다에서 왔냐는 소리를 들었었다. 첫 번째는 성공한 셈이다. 둘째로 바다에 돌아가서 내가 땅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자 바다에서 일하는 존재들의 관심을 받아 이것도 성공하였다. 셋째, 땅과 바다에서 다 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나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땅에서도 완전하지 않다고 평가를 받고 바다에서도 이미 바다를 떠났기 때문에 바다에 적응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결국은 완성도와 깊이가 나의 숙제인 셈이다. 한 때 축구에서 멀티 플레이어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지금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너무 많지는 않더라도 두 개 이상의 포지션 정도는 어느 수준 이상 소화해야 감독에게 인정받고 감독의 전술이 바뀌었을 때나 특정 포지션의 동료 선수가 부상일 때 시합을 출전할 수 있어 선수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다. 회사도 여전히 다양한 군상의 사람과 급변하는 시장환경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항상 생긴다. 한때 내가 스스로를 죽도 밥도 아닌 것은 아닌가 하고 슬럼프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냈었는데 어차피 1등 밥이나 1등 죽이 될 수 없다면 죽도 밥도 아닐지언정 그래도 어느 정도 먹을만한 죽도 되고 밥도 될 수 있는 회사의 자산이 되는 것도 나에게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크고 여러 가지 형태의 생명체가 존재한다. 밥과 죽, 흑과 백 중 어느 하나가 아니라고 배척하지 말고 태어난 습성 때문에 그 중간에 있는 나와 같은 존재들도 어느 정도까지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긍정적인 결과를 낼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