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한결같고 일관된 것이 옳다고 믿었었다. 그런데 인간관계, 특히나 회사생활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얼마 전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사람마다 개성이 달라 내가 일관되게 그 사람들을 대해도 그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것은 천차만별이었다. 사실 내가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는 나보다 선배/상사인 경우가 많아 사람에 따라 나를 대하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때는 그것보다 굽히고 참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이 20년이 되어가니 최근에는 그런 것들이 괜찮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잔상이 오래갔고 후회되었다. 그래서 바꾸기로 하였다. 더 이상 일관되게 대하지 않고 그 사람에 맞게 대하는 태도를 바꾸기로 하였다. 회사에서 내가 마주치는 사람들을 세 가지 정도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였다. ① 친절하게 대해야 할 그룹, ② 드라이하게 대해야 할 그룹 그리고 마지막으로 ③ 철저하게 무시해야 할 그룹.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그들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인간관계 스트레스도 총량제인 것 같다. 이제 내 그릇이 차서 아무렇게나 함부로 받아 담을 수가 없었다. 해소하고 버리는 것보다 그릇에 차는 스트레스가 더 빠른 것 같았다. ① 친절하게 대해야 할 그룹 나에게는 감사한 존재들이다. 흔한 말로 내가 트리플 A형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친절하게 대하고 친절한 대우를 받는 것이 익숙하고 편하다. 물론 속으로 나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겉으로는 예의와 매너를 가지고 대해주는 것이 좋다. ② 드라이하게 대해야 할 그룹 난이도로 따지면 3가지 부류 중에 내가 처신하기 가장 어려운 그룹이다. 왜냐하면 친절과 불친절을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시기와 포인트가 나와 다르고 내가 예상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어쩔 때면 내게 친절하다가도 갑자기 불친절하게 돌변하는데 그 이유와 시점을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일관되게 드라이하게 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데 본능적으로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좋아하고 나를 친절하게 대해주면 나도 그렇게 대해줘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상대의 친절을 그냥 드라이하게 받는 것도 참 쉽지 않다. 물론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를 대하는데 그냥 아무렇치도 않은 듯 드라이하게 대하는 것도 역시 어렵다. 공격을 받으면 나도 본능적으로 공격을 하기 때문이다. ③ 철저하게 무시해야 할 그룹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한때 나도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 3그룹의 사람들에게는 노력을 아무리 하고 마음을 열면 열수록 상처가 깊어지고 증오도 커진다. 내가 성모 마리아나 간디가 아니라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철저히 무시한다. 그리고 그 유명한 책처럼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하나 잊지 말 것은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상심하고 슬퍼하면 같이 영향을 받는 부모, 아내, 자녀 등 가족들이 있다. 혼자 이기적으로 3그룹에 대해 숭고하게 감내를 결정할 것도 아니고 보통 감내가 안되어 간혹 그 나쁜 에너지와 불똥이 가족들에게 튀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확실히 회사를 다니면 다닐수록 찐 회사생활의 묘미와 특성은 복합성에 있는 것 같다. 일만 잘해서 될 일도 아니기에 회사 내에서 일과 함께 복잡한 인간관계의 역학도 본인이 감당할 수 있을 수준으로 최대한 간단명료화(Simplification)해서 함께 잘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회사를 다니는 모든 직장인들 아자아자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