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윤스테이’에서 활약 중인 윤여정 씨가 나온 ‘미나리’라는 영화가 미국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에 같은 상을 수상하고 이후 아카데미에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기생충 때문인지 더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기생충과 달리 미나리는 한국 영화라고 그냥 부르기에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윤여정, 한애리 등의 한국 배우가 나오고 한국인의 미국 이민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은 맞지만 감독은 미국 사람이고 물론 제작사도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이것 때문에 여론에서 미나리가 작품상 후보가 아닌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른 것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골든글로브 측에서는 영화 속 대사 중 영어가 50%가 넘지 않으면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내부 규정을 들어 미나리가 외국어 영화상 후보가 되는 것이 맞다고 재확인하였습니다. 그런데 골든글로브의 역사나 성격을 조금 뜯어보면 앞에서 말한 규칙과 조금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골든글로브는 1944년 1월 20일에 처음 열렸습니다. 할리우드 외신 기자협회에서 기금 조성을 위해 시작하였는데 이 외신 기자협회는 50개국 이상의 나라 출신인 90여 명의 기자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골든글로브는 다른 시상식과는 달리 무척 자유로운 분위기에 진행됩니다. 또 다른 유명한 시상식인 에미상이 참석자들이 좌석에 앉아서 강영 형태로 진행된다면 골든글로브는 참석자들이 각자 원형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고 담소를 나누면서 진행됩니다. 그리고 작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4관왕을 한 아카데미상이나 TV의 아카데미 상이라고 불리는 에미상에 비해 골든글로브의 위상은 높다고 할 수 없지만 할 수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글로벌하고 자유로우며 문화계에서 중요한 네임밸류를 가진 골든글로브이지만 현재 운영되는 것은 무척 국소적이고 보수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일부 미국 언론들은 다른 20여 개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윤여정 씨가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조차도 오르지 못한 것은 골든글로브가 보수적이고 자신의 밸류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계화와 자유를 표방한다는 골든글러브. ‘표방하다’라는 말을 사전에 찾아보면 ‘어떤 명목을 붙여 주의나 주장 또는 처지를 앞에 내세우다’라는 뜻으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골든글로브가 미국 안에만 갇혀있지 않고 세계화를 위해 애쓰며 세계 모든 사람들의 자유를 대변하고 싶어 하는 것은 정말 멋지고 칭찬해주고 싶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미나리 외국어 영화상 후보 선정을 보면 골든 글로브는 여전히 세계화와 자유라는 가치에 대해 표방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나리’ 이후 내년 내후년 골든글로브는 어느 방향으로 갈지 궁금해지는 건 골든글로브뿐만 아니라 트럼프라는 홍역을 한 번 치른 미국 사회가 전체가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한 많은 세계인들의 호기심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