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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내음 Mar 06. 2023

낯선 허그






 


민재는 무언가 아내와 아이들을 웃길 수 있는 농담을 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둘 다 고등학생이라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예민했고 민재가 바라던 사이좋은 남매는 아니었다. 그리고 민재의 아내도 그런 아이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최근 많이 힘들어했다. 그런 세 사람과 함께 아이들 학원이 끝난 자정이 넘은 시각에 집으로 들어오는데 무언가 그 뒷모습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었다.


 


“야, 재수없어”


 


갑자기 큰 녀석이 들고 있던 책으로 동생의 얼굴을 툭쳤다. 막내는 안경을 썼고 항상 또한 여동생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큰 애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민재는 동생의 안경쓴 얼굴을 책으로 치는 큰 아이를 보자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번엔 민재는 지난 번 처럼 괴성을 지르면서 큰 녀석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몇 달전 비슷한 일이 있었을 적에 민재는 이성을 잃고 큰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꾸짖었다. 그 때는 거의 30분이 넘게 혼을 냈지만 분이 풀리지 않았었다.


 


갑자기 어디서 읽었는지 들었는지 혼을 내지 말고 안아주라는 말이 떠올랐다. 민재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큰 아이를 안아 주었다. 큰 아들은 잠시 움찔 했지만 가만히 있었다. 민재는 그렇게 1분 남짓 큰 아들을 안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을 할 수는 없지만 그 이상하고 기묘한 기분은 잊지 못했다. 아기 때부터 그렇게 숱하게 안아주다가 어느 순간부터 안아 주는 것이 어색해 진 큰 아들은 민재에게 남은 아니지만 무척 낯선 존재가 되었던 것 같다.


 


민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와 내일 새벽 출근을 위해 잠자리에 누웠다. 잠을 자기 위해 누웠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밤은 깊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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