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두 명의 사내가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금요일 저녁은 치킨집에서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대목일 것이다. 손님은 아직 없었다.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는데 아직은 사람들이 찾을 시간은 아니었던 같다. 민재야 회사에서 파워게임에 밀린 후 요새 일찍 퇴근 하고 있어 회사에서 한 시간 걸리는 이곳까지도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올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유쾌하지 않은 불쾌한 여유 였다.
“생맥주 하나 하구요, 똥집튀김 하나 주세요. 저기 바깥에 앉을께요”
민재가 이곳을 고른 이유는 단 하가지였다. 야외 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4월의 금요일 저녁, 야외에서 맥주 한 잔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받은 일이라 생각했다. 더구나 세계 어딘가에서는 전쟁을 하고 있고 어딘가에서는 초등학교에서 총기 사건이 나고 있는 시대에 사는 민재로서는 말이다.
이 골목은 모든 것이 적당했다. 넓이가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아서 사람들이 적당히 오가는 곳이었다. 먹자골목이라고 하기에는 그리 크고 번화하지도 않았고식당이 그리 많지도 않았다. 철물점도 있고 세탁소도 있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입구도 있었으며 애완 동물 숍도 있었다. 민재는 그냥 잊고 잊자고 생각했다. 회사, 고3 큰 딸, 전세 계약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비하면 먼지보다도 작은 문제라 할 수 있지만 민재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어렵고 심각한 일이었다. 민재는 스스로가 찌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재는 자신의 인생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맥주와 똥집이 나왔다. 맥주 잔을 들자 노란 액체와 하얀 거품이 컵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찰랑 거렸다. 민재는 입을 대고 목이 따가울때까지 주욱 들이켰다. 반 정도 마셨겠지 생각했지만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니 3분의 2는 남아 있었다.
‘그래 난는 더 이상 젊은이가 아니다. 40대 후반이다. 맥주 원샷은 커녕 반도 마시지 못하다’
민재는 오른손으로 잔을 이리 저리 기울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치킨 한 마리를 다 먹지 못할것 같아 시킨 똥집 튀김 하나를 입에 넣었다. 금요일 저녁, 생맥주, 튀김 모든게 완벽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먹방 하나늘 틀었다. 이어폰 넘어로 짭짭 쩝쩝 깔깔 호호가 들렸다. 민재는 행복한척 하려고 노력했다. 핸드폰 속에 나오는 요새 뜨는 일본의 중년 아저씨와 한국의 유명한 덩치큰 개그맨이 웃고 먹는 것에 맞춰서 나도 먹고 있고 웃을 수 있다고 그들에게 말을했다. 그리고는 스스로를 위로 했다.
맥주를 다 마시고 똥집 튀김을 다 비웠다. 핸드폰 시계를 보니 이 곳에 들어온지 23분이 지났다. 너무 오래 있으면 퇴근이 늦어져 민재는 마음이 불편했다. 이제 들어가 고등학생 아빠가 되어 또 할일을 해야한다. 그냥 지금 이런 것들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다고 마음 먹지만 왠지 감사의 마음이 진심으로 들지 않아 마음이 이상하다. 이럴 때 이상한 마음을 안 이상하게 만드는 것 보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맡겨야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된 민재는 이상한 마음을 부여잡고 집으로 집으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