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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내음 Apr 04. 2023

재미있는 사람과 점심식사

민재가 보기에 정호는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열심히 정말 열심히 지켰다. 고개를 숙이는 대상의 범위도 무척 폭넓었다. 위와 아래를 가리지 않았다.

그가 점심을 먹자고 했다. 분명 안 좋은 소식을 전하려거나 아니면 최근에 있었던 일 때문에 민재를 다독이려고 점심을 먹자고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민재는 한숨이 나왔다. 그와 같이 더 일을 하면 그의 우유부단함과 전방위적인 저자세 때문에 보람도, 실력도 미래도 모두 잃을 것 같았다. 민재의 상사이지만 민재에게 지시를 내려 민재가 그것을 수행하다가 어려움에 처하면 결정적일 때 모른척했다. 사태를 해결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그저 ‘좀 잘하지 그랬어’ 라고 뜬금없는 책임전가와 ‘그래 힘들었겠다’ 정체불명의 위로로 봉합 하려고 했다. 이게 한번 열번 백번이 반복되자 민재는 자신이 하는 일에 의욕을 잃었다.


 


“저 다른 일을 좀 해볼께요”


 


민재는 정호에게 어느날 말헀다. 가장 마지막 사건으로 민재는 거의 좌천을 당한 상황이었다. 정호가 시키는 대로 했지만 정호의 상사에게 말도 안되는 지적을 받고 민재는 기존에 하던 거의 모든 일과 그에 따른 권한을 잃었다. 하지만 정호는 아무 변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참아라’, ‘억울해 하지마’, ‘털고 일어나야지’하는 말만 반복했다.


 


“에이 왜그래, 그냥 있어 다른데 가지 말고”


 


정호는 민재에게 말헀다. 민재는 화가 났다. 왜 제대로된 일도 안 주면서 다른 곳으로 보내기는 싫어하는 것인가. 제 먹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까운건가.


 


아는 사람을 통해 들었다. 지금 정호의 상사가 외부로 사람을 뺏기지 말라고 했다고. 민재가 있는 부서에서 사람이 부족해서 계속 찾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있는 사람을 뺏기는 건 리더십에 문제로 보겠다고 했단다.


 


민재는 허탈했다. 세상에 이런 X같은 경우도 드물 것 같았다.


 


“젠장”


 


조급해 하지 않기로 했다. 고민하고 고민하며 방법을 찾으면 될 것이라 믿자고 했다. 엄청나게 성공한 인생은 아니지만 여기 까지 온 민재의 인생도 나쁘지 않은 결과로 생각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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