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한준 Jan 01. 2020

'백종원의 골목식당' 긴급 점검 반드시 필요하다!

이대 백반집, 거제도 도시락집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방송 2주년(첫 방송 18년 1월 5일)을 앞두고 있다. 이른바 '설탕 레시피' 혹은 방송의 편집 문제에 대한 비판은 있지만 폐업 업종 1위인 식당을 살리기 위해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프로그램 취지 면에서는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 음식점 중에 많은 곳이 엉터리인 게 아닌가란 걱정이 들 정도다. 특히나 음식 보관이나 조리방법에 대한 위생상태에 있어 기본도 안된 곳이 나오면 밖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것이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음식 장사의 특성상 단순하게 수익성만 보고 접근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간과된 모습인 셈이다. 물론 갓 장사를 시작한 분들은 잘 몰라서 생긴 부분이 있어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몇십 년 장사를 해온 분들인 경우라면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그래서 잘못된 부분들을 바꿔주는 백종원이 시청자로서 고맙게 생각된다. 그런데 방송에 출연하는 식당 입장에서는 어떨까? 대부분의 방송에 출연하는 식당들은 처음에 백종원으로부터 많은 지적을 당한다. 백종원이란 인물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생각되어도 다 큰 성인이라면 기분 나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지적받는 부분에 대해 나름의 방어수단을 가지고 변명하지만 결국 백종원의 솔루션을 받아들이며 성공을 거둔다는 아름다운 스토리로 마무리되는 일종의 루틴을 갖게 된다. 문제는 갑자기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운영하던 식당 주인이 그것을 버리고 백종원의 철학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데 있다. 어쩌면 방송에 출연한 식당들은 자신들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잠시만 내 의견을 굽히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백종원의 칭찬을 받을 수 있고 그에 따라 시청자들 역시 '꼭 가고 싶은 식당'으로 보이게끔 만드는 것이 목표일 수 있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하게 된다.


  다행히도 요즘은 피드백이 빠르다.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면 사람들이 쉽게 몰려가는 만큼 '맛집의 변심'에도 사람들은 쉽게 알아차린다. 다양한 후기들을 통해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 금세 퍼지고 초반 문전성시를 이루던 모습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백종원의 골목식당' 겨울특집 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긴급 점검은 매우 반갑다. 포방터 시장 돈가스 집이 제주도로 이사 갈 수밖에 없던 안타까운 사연이나 홍탁집 사장님의 변함없는 부지런함이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 반면 거제도 지세포항의 식당들은 반대였다. 특히 거제도 도시락집은 아직 구체적인 배경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방송을 통해 거미래라면 '1인 1라면 주문 필수', '김밥만 주문 시 홀 식사 불가', '일정하지 않은 김밥 속 톳 양' 등이 솔루션 당시와 달라졌음이 소문처럼 사실임이 드러났다. 시청자인 나조차 배신감이 들 정도다.


  초심과 달라지는 식당 주인들 때문에 '백종원의 골목식당' 긴급 점검은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에서의 식당들의 마지막 모습들은 분명 맛집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었지만 그것들이 끝까지 이어지는 모습들이 더 중요한 것이다. 사람들이 많아 바빠진다든가 혹은 돈을 더 벌고 싶은 욕심 때문에 변하게 된다면 그들이 만드는 음식 안에 그 악한 기운이 알게 모르게 녹아 있을 수 있다. 그것들이 맛을 변하게 하고 사람들의 발길을 점점 끊게 만드는 요인인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변명을 할지 모른다. 방송발은 처음에만 있었고 나중에는 결국 원상태로 돌아왔다고 말이다.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남 탓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여름특집 편에서는 이대 백반집 역시 그랬다. 은근슬쩍 레시피를 바꾸고 손님이 줄었다며 하소연하는 모습, 백종원의 레시피를 비판까지 하는 충격적인 모습들도 있었다. 우선은 자신부터 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방송에 출연하는 모든 식당 주인 분들은 항상 이 부분을 생각해 주셨으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음식은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 중에 하나이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로 이유로 집에서 먹는 것보다 밖에서 사 먹는 경우도 흔해졌다. 그만큼 음식점들의 음식이 중요해진 것이다. 그래서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는 모습은 더욱 큰 불쾌감을 자아낸다. 골목식당에 등장한 포방터 돈가스 집의 진심은 방송을 통해 그대로 전달됐다. 편집 발이 아닌 진심 말이다. 가격보다 근본적인 음식의 재료에 더 신경을 쓰는 그들의 모습은 감동이었다. 이런 진실된 모습이 필요하다. 시청자로서의 마음을 넘어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먹을만한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으로 이 글을 작성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긴어게인2, 아름답다, 영원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