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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Dec 12. 2016

중2 국어책에서도 배울 것 투성이

진정 우리가 배웠다면

배움 : 학교 : 교과서

 한 해가 또 마무리되어 간다. 학교에서는 마지막 시험이 한창이다. 시험 문제를 출제하면서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詩들이 있다. 아이들은 분명 어렵지 않은 이 詩에 관한 문제를 모두 잘 풀 것이다.

진정한 배움이란?

 새삼스럽게 나는 배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배움이 무엇인가? 시험 문제 100점 받았다고 학생이나 학부모나 교사 모두 뿌듯해할 수 있으나, 내면화된 행동 변화를 진정한 배움으로 본다면 점수 결과만으로 배움을 확인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우리 모두가 진정한 배움의 소중함을 함께 고민하고, 함께 중요시한다면, 그래서 진정한 배움이 존중 받는 사회가 되었다면 지금과는 많이 다른 사회 모습을 만들어왔지 않았을까 싶다.

교과서에 실린 시 두 편

 중2 국어 교과서에 실린 두 편의 詩에서 나는 또 새삼 많은 것을 깨닫는다.

굼벵이 매미가 되어 날개 돋쳐 날아올라
높으나 높은 나무 소리는 좋거니와
그 위에 거미줄 있으니 그를 조심하여라

 벼슬길의 험난함을 경계하는 조선 시대 이름 모를 이가 지은 시조이다. 하찮은 신분의 굼벵이로 수년을 애쓰다가, 다행이 매미가 되어 벼슬길에 올라 권세를 누리는 삶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자칫 권력과 권세의 맛에 이끌려 거미줄을 조심하지 않으면 엄청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우리에게 경계하고 있다.

출세길의 거미줄이란?

 이 시조를 배울 때 유독 뉴스에 쇠고랑 찬 유명인들이 많이 출연했다. 유명 정치인은 물론이고, 기업가, 특히 유명 연예인들이 도박이나 성범죄에 연루되어 어제의 화려한 조명과는 다른 고개 숙인 얼굴로 나타났었다.

 한창 잘 나간다고 한 순간 방심하고, 흐트러지다간 이렇게 거미줄에 걸린다는 것을 몇 백 년 전부터 시인들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아는 덕목

 15살짜리 아이들과 출세하면 출세할수록, 주변에서 뻗쳐오는 온갖 유혹과 검은 손들을 조심해야한다고 한 시간 동안 토의했었는데, 아이들에게서 과연 배움이 일어났을까? 특히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더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미래의 리더가 될 아이들은 청렴이나 공정에 대해 얼마나 느끼고 생각했을까?

 15세 때 고민하고 배웠어야할 이 덕목을 지금 저기 나오는 쇠고랑 찬 사람들은 미처 공부하지 못 한 탓일까? 라고 우문을 해 본다.

신경림의 시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 한 잘못이 맷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신경림 시인의 동해 바다 – 후포에서 라는 시의 처음부분이다.

 시인은 남에게 잘아지고 굳어지는 돌 같은 자기 자신이 싫어져 동해 바다로 간다. 그 곳에서 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따스하게, 자기 자신에게는 억센 파도로 엄격하게 다스리는 동해 바다의 모습에서 지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다짐한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동해 바다처럼 너그럽게 살고 싶은 시인의 소망이 잘 드러난다. 돌과 동해 바다를 대비시켜 화자가 동경하는 관대하고 포용력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시인의 깨달음이 느껴지는 시이다.

 부끄러운 돌

 이 시를 아이들과 배우면서 ‘나는 참 돌과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나도 실수투성이 인간이면서 난 참 다른 이들의 실수나 단점에 엄격했었던 것 같다. 자식에게도, 동료에게도, 학생에게도…….

 되도록 정해진 규칙이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최선의 삶이라는 생각에서 매우 엄격한 부모로서, 교사로서의 모습을 지녀왔다. 조금의 실수가 있으면 꼭 가르치려하고 설교하려했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모습이 바로 바다 같이 남의 실수나 단점까지도 때로는 끌어안을 줄 아는 푸근함인 듯하다. 좀 더 부드럽게, 좀 더 관대하게 특히 어린 아이들을 대했다면 더 좋은 배움들이 일어났을텐데……. 가르치면서 배운다고 매우 부끄러운 마음으로 가르친 시이다.

 평생 배움

 배움은 정해진 때가 없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배울 있다면 배워야하지만, 우리들은 참 배우는 것에 인색하다. 특히 어른들이 더 할 것이다.      시험보고 땡인 그런 가르침이 아니라 아이들이 정말 느끼고, 행동으로 표현할 줄 아는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야 교육일 것이다.

배운 대로만 산다면

 아직 어린 중 2짜리 국어 교과서에도 우리 어른들이 배워야 할 무궁한 덕목들이 살아 있고, 그런 것들을 진정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중요한 몫인 것 같다.

 

 모든 이미지 출처는 다음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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