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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눈사람

세상의 모든 영선씨들에게

by 도시락 한방현숙

폭신하게 내려앉은

눈길을 걷다 어린 눈사람을 만났습니다.

같이 가던 영선씨가

눈썹이 없다며 미끄러운 길 위에 앉았습니다.

날이 추워 손도 곱은데

한참 동안 눈사람 얼굴을 매만집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이미 모자를 씌워 바람을 막아 주었습니다.

아마 영선씨는

소녀상을 만나도

노란 리본을 보아도

그렇게 멈춰 섰을 것입니다.

차디찬 눈사람조차 따뜻해지길요,

상처 입은 마음 아프지 않게 이 겨울나기를요,

그냥 바라는 것이 우리 마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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