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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Mar 29. 2017

8. 오늘도 '배움'

 나이 듦의 두려움

오늘도, 내일도 '배움'

 날마다 정보가 넘쳐나고, 유행은 새록새록 바뀌고, 자고 나면 세상이 뒤집히기도 한다. 이런 엄청난 소용돌이 같은 사회 속에 ‘배움’의 종류는 늘어나고, ‘배움의 유용 기간’은 줄어들고, 깜빡하면 뒷북으로 대화에 끼이지 못할 때도 많아진다.

 그 방면에 전문가가 아니어서, 나이 차이로, 관심 분야가 아니어서,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서 등등 ……. ‘배움’이 필요할 때는 무궁무진 넘쳐나기만 한다.

 방법은 하나! 평생 배우며 사는 것이다.

배움에 관한 명언들

 오늘도, 내일도 평생을 배움의 자세로 산다면 정말 늘 젊은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내친김에 ‘배움’에 관한 명언들을 찾아보니 참 좋은 말들이 많다.

배움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배워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 칸트
살아 있는 동안에 배워라. 늙음이 현명함을 가져다주리라고 기대하지 마라 – 솔로
사람은 일생을 통해 배워야 하고, 배우지 않으면 어두운 발길을 걷는 사람처럼 길을 잃고 말 것이다. - 태자
요즘 배운 것들

 부끄럽지만 요즘 배운 것들을 통해 매일매일 배우려는 나의 의지를 응원해 보기로 한다.

혜자스럽다.

 지난겨울 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다 보니 요즘 한창 유행하는 인형 뽑기에 관한 이야기 같은데 ‘혜자’라는 말이 여러 번 나왔다. 인천 구월동 로데오 거리에 ‘혜자 가게’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웬만하면 인형 하나씩은 쉽게 뽑을 수 있단다. 그래서 그 가게 이름이 일명 ‘혜자 인형 뽑기 가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 한 번 사 먹어본 적 없는 내가 탤런트 김혜자 씨와 관련 있는 ‘혜자 도시락’을 떠올리기는 만무하기에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딸들에게 들은 설명인즉,

탤런트 김혜자 이름을 단 편의점 도시락이 나왔는데, 가격에 비해 양도 질도 아주 우수해서 인기가 많았단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나온 다른 유명 연예인 도시락은 기대에 못 미치며 질도, 양도 좀 떨어졌던 것이 이 김혜자 도시락을 더 돋보이게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온 신조어가 ‘혜자스럽다’ ‘혜자답다’라는 것이란다. 이 신조어가 유행하는 바람에 반대 의미로 해석이 되어 곤욕을 치른 다른 연예인은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하는 사태에 이를 정도로 이 말이 유행되었다는 것이다. 난 그것을 지난겨울에야 겨우 알았다. 배움이 일어나는 순간이다.ㅎ ㅎ
모큐멘터리 (mockumentary)

 중3 딸과 TV 시청을 하다가 눈길을 빼앗긴 프로그램이 있었다. 스물을 갓 넘긴 어린 엄마, 아빠가 10대에 이미 부모가 되어서 지금은 6살 된 딸아이를 기르며 거처도 없이 찜질방을 전전하면서도 사랑을 실천하고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프로그램이었다.

 딸과 나는 같은 10대의 마음으로, 또는 가슴 쓰렸을 부모의 마음으로 그 프로그램을 진지하게 시청하면서 그 어린 부모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내며, ‘근데, 엄마 스스로 학생 때 못 된 짓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저렇게 의젓하게 철이 들었네.’ 또는 ‘ 막노동으로 고생하지 말고, 저 외모에 모델이라도 하면 좋지 않을까?’ ‘아이가 참 잘 자랐네, 구김살 없이 밝아 보여 좋네’라며 푹 빠져 시청을 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다큐멘터리(documentary)가 아니고 모큐멘터리(mockumentary)란다. 사실 내용을 기반으로 했지만, 거기에 등장한 인물들은 당사자가 아니라 배우였던 것이다. ‘가명’이나 ‘재연’이라는 말 한마디 없이 진짜 본인이 그 상황에 처한 것처럼 취재진과 면담도 하고, 혼잣말도 하고, 화도 내고, 울기도 해서 깜빡 속은 것이다.

그렇게 알게 된 것이 모큐멘터리(mockumentary)이다. ‘가장하다’ 또는 ‘조롱하다’의 뜻이 있는 ‘mock’와 ‘documentary’가 합해진 말이란다. 일명 페이크 다큐멘터리(fake documentary)로 불리기도 한단다. 또다시 ‘배움’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토스 (Toss)

 용돈이 떨어진 딸이 가불을 해 달래서 살짝 귀찮은 마음에 인증서 깜빡하고 학교에 두고 와서 어렵다 했더니 나온 말이 ‘그럼 토스해 주세요.’ 한다. 배구시합 또는 영어공부 관련해서나 들어본 ‘토스’란다. 그게 뭐니? 하는 내 얼굴을 보고 딸아이가 자세히 설명해 준다.

세상에 이런 편리한 것이 있다니?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없이 편리하게 계좌 이체할 수 있는 ‘어플’이었다. 지금은 비밀 번호 다섯 자리만으로 깜빡 잊은 모임 회비 송금할 때나 또는 외출 중에 정말로 편리하게 잘 이용하고 있다. 송금 대상자가 이 ‘어플’을 사용하지 않아도 가능하고, 상대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사용 가능하다. 요즘에는 ‘더치페이’ 나 ‘기부하기’ 기능도 추가되었다고 한다. 송금 대상자의 계좌가 아니면 송금이 안 되게끔 나름 안전장치도 해 놓았다. ‘배움’이 일어나는 이 순간의 기쁨을 함께 나누려 했으나, 아는 지인은 나의 ‘토스’ 어플 사용 권유에 퇴짜를 놓았다. 보안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어안렌즈

 사진을 잘 찍으시는 브런치 작가 @‘노란 보석’님의 글을 통해 알게 된 단어이다. 사진에 문외한인 나에겐 당연히 생소한 지식이었다.

접사 촬영에 사용되는 초광각 렌즈로 말 그대로 물고기 눈으로 보는 것처럼 360도 원형으로 촬영이 가능한 렌즈라고 한다. @노란 보석님의 여러 사진 작품 중에 나는 이 어안렌즈로 촬영한 사진이 마음에 훅 들어왔었다. 아름다운 봄을 알리는 매화와 지붕이 어우러진 특별한 사진이었다.

 '이탈리아 정통 까르보나라'에는 크림소스가 안 들어간다는 사실, 달걀노른자로 버무려 고소한 맛을 낸다는 것도 최근에 알았다. 먹거리 이름에는 더 자신이 없다. 5년 전쯤까지도 커피숍에서 커피만 마실 줄 알았지 '허니브레드'가 뭔지, 심지어 모카커피를 마시면서도 '근데 초콜릿 맛이 난다'라며 웃지 못할 일화를 만들었다. '얼그레이'가 뭐냐고 물었다가 타박을 들은 상처도 있다.

앞으로의 '배움'의 기록들

'그깟 음식 이름쯤이야'처럼 몰라도 부끄럽지 않은 지식들도 넘쳐난다. 우리 반 아이들이 다 알고 있는 'ㄱㅇㄷ'을 '갸우뚱'이라고 해석해도 그냥 웃고 넘기면 그만이다.

 그러나 정말 알아야 할 것들은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한다. 영화 '더 리더'의 여자 주인공처럼 '몰라서 그랬어요'가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해치는 결과가 되면 절대 안 된다. 이 영화에서는 '무지도 죄다'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많이 보고, 많이 겪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배움의 세 기둥이다 - 벤자민 디즈레일리

 앞으로도 배움의 기록들을 남기겠지만, 한 가지는 나 자신에게 다짐하고 싶다. '몰라서' 덜 세련되거나 유행에 뒤떨어지는 것은 언제나 봐주겠다. 그러나 '몰라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어리석은 판단으로 피해를 끼치는 일은 절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나이 들어가는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https://brunch.co.kr/@theka6/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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