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사회 다녀오다 -인천 구월동 롯데 시네마
영화 시사회
모처럼 내 취향의 영화를 보고 가슴 가득 기쁨을 안고 영화관을 나왔다. 이미 수년전 일본 원작 영화 관람으로 내용은 물론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까지 다 알고 간 영화이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감동이 컸을까? 아니면 ‘소지섭’과 ‘손예진’의 ‘멋짐’과 ‘예쁨’이 폭발하여 그것만으로도 만족감이 충분했던 걸까?
아무튼 난 감정을 최대로 이입하여 울다가 웃다가 다시 울다가 마지막 영상 자막을 맞이했다.
사실은 천만 영화라는 ‘신과 함께’를 보면서도 초반에 깜빡 졸 정도로 눈물 한 방을 맺지 못 했었고, 포복졸도라는 말을 대놓고 홍보하던 ‘조선 명탐정’을 보면서도 억지웃음 강요라는 생각만 들 뿐 호탕하게 웃지를 못 했었다.
구름나라 엄마 펭귄
영화 처음 등장하는 구름나라 엄마 펭귄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이미 나는 울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난 ‘지호’처럼 순수한 7살 어린이도 아니고, 하루 종일 엄마만 기다리며 아파하는 것도 아닌 이미 어른이 된 딸인데도 ‘수아’처럼 우리 엄마도 꼭 저 구름나라에서 나를 보고만 있을 것 같았다. 간절한 애절한 눈으로 나를 보살피고 계실 것 같았다.
나에게 요즘 좋은 일이 생기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 엄마의 보살핌 덕분일 것이다.
순수한 사랑
‘수아’와 ‘우진’의 사랑은 나를 촉촉이 적셔주었다.
어린 시절 비 오는 골목에서 ‘수아’가 우산을 편 채 편안히 지나갈 수 있도록 벽 한 쪽으로 우산을 접어 길을 비켜주는 ‘우진’의 행동은 진정 세상 모든 여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하다. 그것도, 모르는 아무나 누구나 상대에게……. 배려심이 가득한 이런 ‘우진’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건축학 개론’이 때때로 생각날 정도로 순수한 이들의 사랑은 꾸밈없고 소박해서 진심으로 다가왔다. 물론 ‘건축학 개론’의 ‘납득이’ 역할도 당연히 나온다. ‘조정석’만큼이나 둘 사이의 사랑을 이어주는 훌륭한 끄나풀 역할을 친구 ‘고창석’은 해 낸다. 아마 요즘 한창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오배우’의 그 자리를 곧 ‘고창석’이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수아’와 ‘우진’이 횡단보도 앞에서 처음으로 손을 잡는 장면, 별빛 쏟아지는 산등성이에서 자동차 극장 영화를 보며 처음 입맞춤하는 장면 등 ‘손예진’과 ‘소지섭’은 영화 내내 나를 어여쁜 사랑으로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놓았다.
웃기다
그리고 많이 웃었다. 조연 배우들의 디테일한 웃음 연기들이 유쾌했다. 특히 아역들의 연기가 참 자연스러웠다. 무던하고 진실한 캐릭터들이 곳곳에서 살아나고 어우러져 내내 웃을 수 있었다. 내로라하는 두 배우가 까메오로 출연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박서준’의 등장은 ‘수상한 그녀’의 ‘김수현’처럼 시사회에 참여한 모든 여성들이 동시에 한 목소리를 내게 하는 마술을 부리기도 했다.
슬프다
행복한 비의 계절이 다 가고, 애써 모른 척 했던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자 다시 슬픔이 가득 차올랐다. 이별을 받아들이고 떠날 준비를 하는 이들의 마음이 담담하게 펼쳐져 다시 ‘부모의 마음이’ 되고, ‘자식의 마음’이 되어 여기저기서 훌쩍이기 시작했다.
비밀
그리고 등장인물들도 모르던 ‘비밀(반전)’이 관객에게까지 드러나면서 감동은 배가 되었다. 비밀을 선택했던 ‘수아’도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오열하고, ‘수아’를 보낸 후 ‘우진’도 이 비밀을 읽으며 눈물 흘리고, 이 비밀스런 사랑, 사랑스런 비밀 덕분에 우리는 스무 살 ‘지호’를 만나게 된다.
주연, 조연, 아역까지
‘지호’를 연기한 아역 배우 ‘김지환’은 볼수록 사랑스럽다. 처음에는 평범함으로만 다가왔는데, 영화가 흐를수록 자연스런 연기와 눈물, 감정 연기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특출 난 배우임이 드러났다.
‘우진과 수아’의 고등학생 역할을 한 배우 ‘이유진과 김현수’도 아련한 첫사랑의 커플로 손색없는 연기를 펼쳤다. 특히 ‘이유진’은 ‘소간지’에 비유될 정도로 외모가 뛰어나 역시 심쿵했다. 엉성하고 어눌하지만 ‘소지섭’의 넓은 어깨와 ‘손예진’의 빛나는 외모는 말할 필요 없이 우리를 ‘로맨틱’한 세계로 이끌어 버렸고, ‘홍구’역의 ‘고창석과 배유람’은 유쾌한 웃음의 조연으로 영화를 충분히 빛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집에 돌아와 내내 생각했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와 ‘엄마(가족)’의 자리 사이에서 어떤 고민과 선택을 했을까? 어미의 자리에서 ‘나’의 행복이 ‘자식’의 행복이고, ‘자식’의 행복이 ‘나’의 행복임을 오랜 시간 동안 경험한 50대의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나만을 선택하는 것이 허구적 세상, 영화의 세상에서는 좀 더 극적일지 모르나, 현실에서는 이 두 개를 결코 나눌 필요 없는 일상적 행복을 누리고 싶다.
그리고 지금 가족과 가까이 있음을 감사하며 안도하는 마음으로 남편과 딸들과 다른 가족들을 떠올려 본다. 언제나 만날 수 있음에, 언제나 목소리 들을 수 있음에 기뻐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 말이 이별을 경험한 모든 이들에게는 얼마나 애틋하고 벅찬 의미인지 깨달아 본다. 옆에 있을 때, 곁에 계실 때 그 기쁨과 소중함을 마음껏 누려보자, 후회하지 말고! 그래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