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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Apr 26. 2018

4월 벚꽃 졸업식

인하대학교 졸업식

4월 졸업이라고?

 2월이 아닌 4월에 졸업식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해도 생뚱맞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그 이유가  ‘벚꽃 피는 4월에 졸업하면 사진이 예쁘게 나오니까…….’ 라니! 웬 배부른 소리인가 싶어 별 호사를 부리며 유별을 떤다는 생각을 사실 떨칠 수가 없었다.

4월 벚꽃 졸업식

 그리고 4월이 되었다.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린다고 하나 어찌 추운 계절, 2월에 비할까 보냐. 하늘은 푸르러 아름다웠고, 날리는 벚꽃들은 귀여웠다. 하늘색 닮은 졸업 가운은 청춘들의 얼굴을 더 환하게 만들며 오늘을 돋보이게 했다.

 올 해로 3년째란다. 아직도 찬반으로 의견이 엇갈리며 설왕설래하는 행사이나, 부모로서 참석한 소감은 대 찬성이다.

♡ 인하대학교의 4월 벚꽃 졸업식 이야기이다.
♡ 2016년부터 현 최순자 총장의 제안과 의지로 실시되었다.
♡ 왜 한국은 추운 2월과 더운 8월에 학위수여식을 해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단다.
♡ 교정이 가장 아름다운 4월에 가족, 친지, 친구들이 모여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 싶었단다.

 늘 하던 대로, 원래 졸업식은 추울 때 하는 것이려니 하는 마음으로 2월에 졸업해도 아무 문제는 없다. 그러나 막상 4월 어느 토요일, 화창한 봄날 졸업식에 참여해 보니 봄나들이라도 나온 듯 마음이 가볍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벌써 내 딸이 대학 졸업을!

 벌써 대학 졸업이라니! 그러고 보니 30년 만에 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본다. 붐비는 인파로 어렵게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가는 길가에는 플래카드가 즐비하다.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넘치고, 애정과 축복이 가득한 졸업 축하 문구들이 역시 젊은이 광장답게 활기차다. 웃음이 저절로 나오며 나도 함께 축하하는 마음 가득이다.

나의 대학 졸업식

 1991년 2월에 나도 졸업을 했다. 엄마가 오고, 오빠가 오고, 남친도 와서 축하해 주었다. 얼마나 추운 날씨였는지 엄마는 연신 추위에 떨었다. 추위에 빨갛게 상기된 오빠가 ‘튤립이 좋다’는 여동생 말에 몇 군데의 꽃집을 들러 가며 겨우 마련한 ‘튤립 꽃다발’을 들고 내 옆에 서 있다. 다정한 오누이 모습이다. 지금의 남편은 어색한 몸짓으로 양복을 차려입고 역시 내 옆에 서 있다. 한파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얼마나 추운 날이었는지 지금도 생생하다. 취업은커녕 모든 것이 뿌연 막연한 심정으로 추운 날씨만큼이나 걱정 가득한 때였지만 지금 돌아보면 얼마나 좋은 날이었던가 아련하기만 하다.

내 딸의 졸업식

 돌아보니 잔디밭 위로 웃음과 행복이 가득하다. 예쁜 사람들, 훤칠한 사람들, 잘 생긴 사람들, 멋진 사람들로 즐거움 가득이다. 예전처럼 학사모를 쓰거나 가운을 입어보는 부모들은 보이지 않는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축하 사진 찍느라 행복한 사람들만 보일뿐이다. 그 틈에 여전히 축하 꽃다발과 여학생용 레이스 스카프 장사로 대목을 보려는 사람들이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고, 여러 번 원판 사진 찍기를 제안하는 사진사 모습은 요즘 세상에 정겹기까지 하였다.

 큰딸은 과 친구들, 소꿉친구, 남자 친구에게 둘러싸여 여기저기 다니며 사진 찍기에 바빴다. 벚꽃가지 늘어진 연못에서, 비행기가 보이는 잔디 위에서, 학교 상징물 탑 아래에서 웃음 흩뿌리며 마냥 즐거워했다. 예뻤다. 젊음이, 웃음이 눈부셨다.

아쉽게도 요즘 가장 부끄러운 비행기가 보인다.
세 명의 졸업생이 차례로 올라가는 것을 봤다. 밑에 후배는 저녁에  파스 좀 붙였겠다.
걱정거리 여러 가지

우리(남편과 나)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커피를 마시며 저 멀리 푸른 가운의 물결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 많은 졸업생들 중에 취업한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학자금 대출로 졸업과 함께 빚진 자의 삶을 시작한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졸업식 후 바로 옷을 갈아입고 취준생 차림으로 도서관으로 향할 큰딸의 모습은 또 …….

 애써 떠오르는 생각들을 누르려했다. 굳이 이 좋은 순간까지 앞선 걱정으로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애써 지웠다.

언니 졸업식에 함께 한 막내를 보며 우리는 또 생각했다.

 막내가 대학에 입학할 때 남편은 환갑의 나이가 되고, 졸업할 때는 내가 환갑이 된다.

 ‘ 대학 졸업’까지가 부모의 일상적 의무 중에 하나라면 우리는 아직 쉴 틈이 없다. 건강도, 돈도 챙길 것이 많은 나이에 이렇게 잠시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다.

4월 아름다운 날

 4월은 참 예뻤다. 그리고 향기로웠다. 건강하게 대학을 졸업한 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 청춘은 무엇이든 모두 실험이다-스티븐슨
♡ 젊은이는 별 이유 없이 웃지만 그것 야말로 그들의 가장 큰 매력이다-오스카 와일드
♡ 젊은이가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한다는 자체는 옳다.-게오르크 짐 멜
♡ 만약 내가 신이었다면 나는 청춘을 인생의 끝에 두었을 것이다.-아나 틀 프랑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로 아픔을 당연히 여기지 말기를, '젊어서 그래'라는 말로 기울인 노력과 힘듦을 가볍게 여기지  말기를, 정의와 옳음에 민감하기를 딸에게 바라본다.

 진심으로 졸업을 축하한다. 공부하느라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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