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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May 09. 2018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수는 없다.

죽은 이들의 자리에서

  죽음!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헤어짐’, ‘단절’, ‘되돌릴 수 없음’ 때문이 아닐까? 죽음은 곧 끝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다시 돌아올 수 없음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이 끝이 아님을, 오히려 이곳 죽음의 장소에 오면 느끼게 된다. 빼곡히 죽은 이들이 줄지어 모여 있는 곳! 이곳 가족공원에 오면 죽음이 결코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음을 잊은 듯 깨닫게 된다.

그리운 이들

 오늘 유독 꽃송이 들고 저리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어버이날’ 때문이리라. 날 좋은 5월 어느 날 불현듯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아장아장 걷는 어린 자식 데리고 이곳을 찾았으리라. 아직도 가시지 않은 통곡의 소리를 가슴 찢어지게 내고 있는 저 늙은 여인의 울음이 곧 우리 마음이리라.

 우리도 엄마 집 유리문 앞에 꽃송이를 붙이고, 카네이션 선물을 드리고, 다섯이 모두 손을 잡고 빙 둘러서서 인사를 드린다. 엄마는 여전히 고운 한복을 입고 환한 모습 그대로 우리를 맞아주신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아이들이 있어 참으려 했지만 다시 또 추억과 사랑들이 차올라 또르르 굴러 내리고, 입술이 씰룩거리고 코가 벌름거리며 그리움을 토해 내니 다시 생사의 끈이 이어지며 죽음은 한 발짝 물러서 기다려준다.

 여자 친구를 데려와 젊은 엄마에게 소개하는 젊은이,
 할머니 영정 앞에 자리 깔고 앉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는 젊은이,
 주름진 손에 꽃송이 들고 천천히 걸어오는 어르신,
 남편의 이름을,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안녕을 비는 이들의 마음들이 다시 죽음을 멀찌감치 밀어 놓는다.
인천가족공원-꽃밭이 한 가득이다. 유채꽃 만발!
아름다운 계절 5월

 5월 햇살은 참 좋다. 게다가 꽃향기까지 가득하다.

 ‘가족 공원 소풍 나들이’ 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삶과 죽음을 한데 불러 모으는 듯 나부낀다. 죽음이 자리한 초록 잔디 위로 다양한 부스들이 설치되고 그곳에 산 자들이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드나든다.

 ‘카네이션 만들기’, ‘가족 액자 만들기’ 등 다양한 10여 개의 체험 프로그램 중 ‘상여놀이’가 눈에 띈다.

 부모의 상을 당한 상주와 유족들의 슬픔을 덜어주고 위로하기 위하여 출상 전날 밤늦도록 벌이는 민속놀이라고 한다.
 출상 전날 밤 마을 사람들이 상가(喪家)에 모여 다음날의 출상 준비와 함께 흥겹게 노는 것은 여러 가지 놀이를 통해 죽음의 의미를 삶의 의미로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으로 가는데, 이때 망인이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즐겁게 놀아야만 망인이 살아 있는 자손들에게 많은 복을 내려준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한다.

 어제 이 ‘상여놀이’가 어떻게 펼쳐졌을지 궁금했다.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평소 5분이면 충분히 지나쳤을 플라타너스 거리를 1시간이 넘어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긴 차량 행렬 속에서 우리는 다시 침묵으로 떠올린다. 말이 없는 저 너머 초록 무덤들의 삶을, 패랭이꽃들에게 둘러싸인 길가 잔디 무덤의 이야기를 바라보며 경건해지는 마음들을 모아 본다.

 우리 모두 가야 할 길이고,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최종의 길을 앞선 가족들을 통해 걸어 본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아 힘들고 아득하고 어두운 길을 걸어왔지만 결코 우리의 사랑을 갈라놓을 수 없음을 시간이 흐를수록 깨닫는다. 죽음으로 희미해지기도 하고, 죽음으로 잊히듯 멀어지기도 하지만 결국엔 우리 가슴속에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삶이 죽음이고, 죽음이 다시 삶이 되는 연속 위에 우리의 생활이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

 차량 안에 있는 수많은 이들이 오늘 그리운 이들을 만나고 얻었을 진심과 사랑은 꽤 오래 동안 우리 삶을 살만하게 만들어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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