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들의 자리에서
그리운 이들
여자 친구를 데려와 젊은 엄마에게 소개하는 젊은이,
할머니 영정 앞에 자리 깔고 앉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는 젊은이,
주름진 손에 꽃송이 들고 천천히 걸어오는 어르신,
남편의 이름을,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안녕을 비는 이들의 마음들이 다시 죽음을 멀찌감치 밀어 놓는다.
아름다운 계절 5월
부모의 상을 당한 상주와 유족들의 슬픔을 덜어주고 위로하기 위하여 출상 전날 밤늦도록 벌이는 민속놀이라고 한다.
출상 전날 밤 마을 사람들이 상가(喪家)에 모여 다음날의 출상 준비와 함께 흥겹게 노는 것은 여러 가지 놀이를 통해 죽음의 의미를 삶의 의미로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으로 가는데, 이때 망인이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즐겁게 놀아야만 망인이 살아 있는 자손들에게 많은 복을 내려준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한다.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우리 모두 가야 할 길이고,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는 최종의 길을 앞선 가족들을 통해 걸어 본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아 힘들고 아득하고 어두운 길을 걸어왔지만 결코 우리의 사랑을 갈라놓을 수 없음을 시간이 흐를수록 깨닫는다. 죽음으로 희미해지기도 하고, 죽음으로 잊히듯 멀어지기도 하지만 결국엔 우리 가슴속에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삶이 죽음이고, 죽음이 다시 삶이 되는 연속 위에 우리의 생활이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