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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Aug 23. 2019

폭염 속 부채길 따라 3Km!

 강릉 바다 부채길

 모임 때마다 ‘강릉 부채길’을 다녀온 이들의 찬사를 들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강릉 여행 중인 지금 발길이 부채길로 향한 것은 어쩜 당연했다.

썬크루즈 리조트 출발지 안내판
 정동심곡 바다 부채길은 2천300만 년 전 지각 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천연기념물 437호) 지역으로 정동진의 ‘부채끝’ 지명과 탐방로가 위치한 지형의 모양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정동심곡 바다 부채길’로 지명을 선정하였고 그동안 해안경비를 위한 군 경계근무 정찰로로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천혜의 지역이라고 관광 안내판에 소개되어 있었다.
내려가는 길이 더 편하다.
 탐방로는 왕복 코스(썬크루즈⇔투구바위⇔부채바위⇔심곡항)로 편도 3Km가량 되는데 출발지를 심곡항보다는 썬크루즈로 잡는 게 팁이라면 팁이다. 아무래도 내려가는 길이 오르는 길보다는 덜 힘들기에…….

 부채길 왕복 거리가 부담스러운 관광객들은 보통 편도 코스를 걸은 후 택시를 타고 출발지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흔한데, 이왕이면 내려가는 길인 썬크루즈 출발 발걸음이 훨씬 가볍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이 구간을 운행하는 셔틀버스도 있다고 한다. 둘레길에 화장실은 없으니 미리 준비하고 출발해야 한다.    

더워도 좋았다.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생긴 몽돌해변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시선을 떨궈본다.
이런 바다를 내내 보며 걸었다.

 찌는 듯 폭염 속이지만 그래도 바닷바람이 있으려니 기대했으나 초입에는 역시 바람 한 점 없었다. 날씨 좋고 바람 좋고 햇빛 좋은 날 다 마다하고 이런 뙤약볕 속에 이 길을 걷다니 그것도 무려 1시간 반 가량을……. 온몸은 땀에 젖고 햇빛은 따가웠으나 그래도 아름다운 길이었다.

잔도(: 험한 벼랑 끝에 선반을 매달아 놓은 듯이 만든 길)가 쭉 이어진 바다 부채길
고려시대 강감찬 장군이 발가락이 여섯 개 달린 육발 호랑이를 백두산으로 쫓았다는 투구바위!
어부와의 애틋한 사랑이 담긴 부채바위 전설
부채바위 오르는 길
 바다와 하늘의 빛이 같았다. 어디로 고개를 돌리든 아름답고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빛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잔도로 이어진 바다 둘레길 곳곳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자리하고, 전설을 지닌 바위들도 제 각기 사연을 품은 채 우뚝 서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길목마다 마련한 쉼터에는 어김없이 귀한 여름 바람이 불어와 우리에게 다시 걸을 힘을 주었다. 뭐 대단한 게 없어도 좋았다. 천천히 길 따라, 하늘 따라 평탄한 길을 걷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졌다.

귀한 식물들을 곳곳에 소개하고 있다.
나에게는 아찔한 다리!

 잔도의 종류도 나무뿐만 아니라 다양했는데, 특히 철망으로 바닥이 뚫려 있는 잔도는 스릴감까지 느끼며 이 길을 걷게 만들었다. 물론 나 같이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무리한 길이었지만 걷는 내내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기상 악화로 폐쇄되는 날도 종종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뜻대로 관광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할 일이 리라. 군사 목적의 경계로 해안 경비가 삼엄했던 곳이 이렇게 일반인에게 개방되다니 곳곳에 설치된 경비초소에서 그때 군인들의 노고를 실감해 본다.

 날 좋은 계절에는 사람들이 엄청 붐빈다는데 덥지만 오늘 같이 한적하게 바다를 마음껏 보며 내 마음대로 걷는다는 것도 꽤 좋았다. 쉬엄쉬엄 걸으며 바다와 실컷 교감하고, 모처럼 수평선 너머로 눈길을 멀리 던지며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심곡항에 이르렀다.

 얼음물 한 병이 생명수 같은 발걸음이었다.

 단풍이 가득할 때, 또는 눈과 겨울바람이 한창일 때 다시 걷고 싶은 바다 둘레길이다.

등대를 보면 우리는 아련한 마음을 가진다.
심곡항 바다 부채길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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