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는 오늘도 사랑스럽고 귀엽다.

by 도시락 한방현숙
一笑할수록 一少一少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에서 오늘은 93세 할머니와 흰둥이 반려견의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일요일 오전마다 행복한 이유이기도 하다. 동물들의 순수한 모습과 귀여운 행동들은 괜스레 미소를 자꾸 흘리게 한다. 특히 어린 아기들이나 노인들을 배려하는 강아지들의 모습을 볼 때면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란 말이 왜 생겼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출처-다음 블로그 이미지

여기 나오는 흰둥이도 혈기왕성한 3살이지만 할머니와 있을 때만은 차분하게 천천히, 느릿느릿, 발걸음을 조절한다. 연로한 할머니의 안색을 살피고 심지어 누워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할머니에게 길을 비켜주기까지 한다. 할머니 앞에 납작 엎드려 할머니 말에 빈틈없이 움직이고 따르는 모습이라니…….

영특하고 귀엽고 예의까지 바른 반려견 흰둥이 앞에서 아흔이 넘은 할머니 얼굴에 생기가 가시지 않는다. 아마 엄청난 ‘옥시토신’이 마구 분비되고 있을 것이다. 강아지와 할머니를 보는 나에게도 이 호르몬이 전달되는지 나도 덩달아 연신 웃음 가득이다.

할머니와 흰둥이 뒷모습만으로도 정겹다.
출처-다음 이미지
그 시절에 ‘잡채’가 있었다면!

흰둥이와 더불어 날마다 一笑一少하실 할머니를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잡채’ 덕분에 집안에 웃음소리가 잦아질수록 한편으로 떠오르는 얼굴……. 우리는 모두, 엄마를, 할머니를 생각한다. 병마로 외로웠을 그 시절에 ‘잡채’가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잡채’로 인한 이 기쁨을 진작 할머니와 느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워하며, 안타까워하며 후회하는 마음 가득이다. 가끔 명치끝이 아프다.

추석은 외로운 이들을 더 외롭게 한다. 달빛이 너무 쓸쓸한 이들은 초가을의 한기를 앞서 느낄지도 모른다. 집집마다 퍼지는 고소한 전 냄새에도 상처 받을 수 있음을 나는 안다. 엄마를 잃은 그 해 추석이 그러했으니…….

소박한 추석 차례 상 앞에서 ‘잡채’가 경건한 자세를 취한다. 뭔가 아는 강아지처럼 차례 상을 멀찍이 두고 앉아서 공손히 손을 모으고 앞을 응시하고 있다.

생전에 강아지를 귀여워하던 엄마는 분명 ‘잡채’를 매우 예뻐하셨으리라. ‘잡채’의 재롱에 매일 一笑一少하셨을 텐데……. 그랬다면 좀 더 건강하게, 좀 더 오래 우리와 함께 하셨을 텐데……. 후회는 불효자의 몫이라고, 나는 오늘도 후회하고 아파한다.
경건한 자세로 예를 지키고 있는 '잡채'
마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는 것처럼……. 시킨 것도 아닌데! 기특한 녀석.
추석, 보름달 그리고 '잡채'

추석은 ‘잡채’에게도 나름 의미 있는 날이다. 생애 처음으로 산책을 시도한 날이니!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던 작년 추석, 그러나 ‘잡채’는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벌벌 떨다가 집에 들어왔었다. 처음 접하는 바깥세상의 공기가 신기하면서도 얼마나 떨렸을까? 이렇게 산책을 즐길 줄은 미처 모르고!

앞으로 수십 번의 추석을 '잡채'와 함께 할 것이다. 이제 겨우 1년 함께 지냈을 뿐인데 이리 정이 폭 들 줄이야! 감당 못 할 사랑으로 이별 앞에 무너질 날도 있으리라. 그러나 바보가 아니라면 이별이 무섭다고 사랑을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잡채'는 자라지 않은 아기 모습으로 평생 우리 곁에서 자라고 또 늙어갈 것이다. 인간은 자라 변하나 강아지들은 늙어도 평생 강아지일 것이다.

순수와 사랑으로 인간을 늘 해바라기하는…….

저 보름달에 엄마와 오빠와 아버지까지 모두 보낸 나는 '잡채'가 왠지 큰 힘이 된다. '잡채'가 나를 좋아하고 따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사랑받고 있다는 위안이 된다. 그래서 덜 외로운 달밤이란 생각까지 든다.

'잡채'에게 핑크 보름달을 선물해 주었다.
'잡채'야~ 그거 튜브 아닌데……. ㅎㅎ
'잡채'는 오늘도 사랑스럽고 귀엽다.

보름달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은 선선하기까지 하다. 찬바람이 불면 옷깃을 여미며 지난 계절을 돌아보게 된다.

자랑할 만한 큰 경사는 없지만, 또한 며칠을 고민할 정도의 일들도 흔했지만 그래도 잘 지나오고 있다. 계절 끝이 아니어도 이미 감사한 마음 가득이다.

‘잡채’와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것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소소한 행복을 크게 여기면 좀 살만해진다. ‘잡채’와 생활한 지 사계절이 지난 지금……. 가족 모두 많이 웃고, 많이 부드러워지고, 많이 이야기하게 되었다. 순수한 아기가 한 마리 집에 있으니 모두가 말랑말랑해진 덕분이다. 조건 없는 복종 앞에서 모두 열린 마음이 되어 여유로워진 것이리라.

'잡채'는 오늘도 사랑스럽고 귀엽다.
아기 한 마리와 인형 세 마리
'잡채' 넥타이 매고 출근하려고? ㅎㅎ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