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사랑받고 인정받을 때 가장 행복했다.
이제는 모두 가버린 사람들
엄마, 안녕! 오늘도 건강하게 거기서 행복하지요? 보고픈 오빠, 안녕! 오늘도 그곳에서 마음껏 웃고 있지요?
아버지와
엄마와
오빠와
살던 때가 있었다
아버지는
광활한 만주 벌판을 꿈꿨으나
우리들의 셋방은 너무 좁았다
어머니는
곱고 수줍은 분이었으나
세상은 생긴 대로 살게 하지 않았다
오빠는
머리 좋고 재주 많은 아이였으나
아버지는 아들을 슬프게 하였다
애달픈 인생들은 모두 과거형만 남겨놓고 떠났다.
나는
아버지를
어머니를
오빠를
어루만진다
그러다
나도 어루만진다
나는 그들에게 사랑이었다
추석이 다가오니
내 마음이 달빛이 되어가나 보다
달무리 안에 모두 모여 기다리면 좋겠다
불행하게 살다 불행하게 가버린 피붙이를 떠올리는 일이 아픔이고 아물지 못한 상처이기에 아직도 가슴이 묵직하다. 그리고 아프다.
'상처의 향기, 상처야말로 더 꽃'이라는 시인의 위로
어린 매화나무는 꽃 피느라 한창이고
사백 년 고목은 꽃 지느라 한창인데
구경꾼들 고목에 더 몰려섰다
둥치도 가지도 꺾이고 구부러지고 휘어졌다
갈라지고 뒤틀리고 터지고 또 튀어나왔다
---- 중략 ---
꽃구경이 아니라 상처 구경이다
상처 깊은 이들에게는 훈장(勳章)으로 보이는가
상처 도지는 이들에게는 부적(符籍)으로 보이는가
백 년 못 된 사람이 매화 사백 년의 상처를 헤아리랴마는
감탄하고 쓸어 보고 어루만지기도 한다
만졌던 손에서 향기까지 맡아 본다
진동하겠지 상처의 향기
상처야말로 더 꽃인 것을.
- 유안진, 「상처가 더 꽃이다」
내 삶을 멋지게 잘살아 보자!
친절한 말투!
자랑하지 않은 겸손!
남을 위한 배려!
여든을 훌쩍 넘긴 시부모님을 집 가까이 모실 때 나의 대견함이 멋지다.
자잘한 일상을 살피고, 건강을 챙기는 마음을 효심이라 칭하려 한다.
아픈 외삼촌을 위해 쑤었던 전복죽의 따스함을 잊지 않으려 한다.
나이 들어 노쇠해지는 친척 어른들의 안부를 묻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밭에서 일군 농작물을 알알이 선물하신 귀한 마음을 감사히 받는다.
이웃과 음식을 나누고, 반려견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가며 뿌듯함을 배운다.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매일 배우려 한다.
관계와 관계 속에서 정을 나누고, 사랑받고, 인정받을 때 내가 가장 멋있음을 알아채고, 활발한 모습으로 생긴 대로 기쁨을 느낄 때 내가 가장 행복함을 확인한다. 그래서 ‘상처가 더 꽃이' 될 수 있음을 실행해 본다.
나는 그들에게 사랑이었다
그들은 모두 갔지만, 난 그들에게 사랑이었다. 그래서 난 오늘도 나를 귀히 여기며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