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의 노래 '시를 위한 시'를 들으며
1995년, 겨울!
오빠를 위하여, 오빠만을 위하여 크게 울어보지 못했다. 가슴을 쥐어뜯으며 미친 듯이 통곡하지 못했다. 나보다 더 슬픔에 빠진 엄마가 옆에 있었기에, 간당간당 목숨을 이어가는 엄마를 살펴야 했기에 때마다 유예시킨 울음들이 내 가슴 곳곳에 쌓였다, 모였다, 흩어졌다, 다시 모였다... 를 반복하며 25년이 흘렀다.
오빠는 여전히 33살!
오빠도 그때 그 마음이었으리라. 4살 어린 동생을 위해 호떡을 구워주고, 돈가스를 사 주고, 용돈을 주고, 좋은 옷을 사 준 것은, 사춘기에 마주한 가정의 파탄이 너무 아팠기에 동생에게는 울타리를 쳐 막아주고 싶었으리라. 집안에 콕 박혀 꺼져가는 동생이 기죽을까 봐 불러내 환한 거리를 함께 걸었으리라. 겨우 4살 많았을 뿐인데, 오빠도 방황하는 청소년이었을 텐데 그저 오빠라는 이유로 나에게는 언제나 어른인 척했으리라.
아이가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넉넉한 용돈을 주고, 사소한 잘못을 매질이 아닌 어른스러운 말투로 타이르고, 마음껏 공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편안하고 안락한 방에서 쉬게 하고, 전봇대에서 공사를 하다가 떨어지는 일 따윈 아예 없도록 안전하고 건강한 스무 살을 선물하고, 맛집 탐방과 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지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버지에게 왜 아들에게 그렇게 했냐고 묻고 따질 수 있는데...
2020, 겨울!
오빠는 다 알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내가 얼마나 오빠를 사랑하는지,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말해 주고 싶다. 눈 내리는 겨울마다 얼마나 가슴이 시리고 미안한지는 그냥 눈빛에 담아 두겠으나.
오빠를 위한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