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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May 08. 2021

우리 동네, 만월산!

만월산을 오르다.
 만월산~ 정기를 이어받아서~ 배움의 전당을 이곳에 심고! (동인천 여중 교가~)

 만월산을 오르며 갑자기 중학교 교가 가사가 문득 생각나 친구들에게 톡을 보냈다. 우리 학교, 그 교가에 나오는 산을 이제야 올라본다고.... 친구들은 하나 같이 기억력 좋다. 무슨 교가를 아직도 기억하느냐, 만월산이 어디냐 등등의 댓글로 답해 톡방이 소란스러웠다.

 그리고 4주째 만월산을 오르고 있다. 만월산의 정기는 변함이 없으나, 다시 보니 우리 중학교 교가에 등장하는 산은 문학산이었다. 갈수록 늘어나는 기억의 오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증상이 다방면으로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 세상 장담할 일 하나도 없다더니, 등산은 절대 내 스타일이 아니라며 손사래 친 일들이(무슨 용기로 그렇게 확신에 찬 언행을 일삼았는지) 그저 뜨끔하기만 하다. 코로나로 인해 답답해서, 당뇨와 비만 걱정 때문에, 건강관리를 위해서 등등 산을 오를 이유는 부지기수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다니 알면 알수록 기특하고 고맙기만 하다. 내가 산에 관심이 없을 때도, 만월산을 칭찬하는 주위 소리에 무심할 때도 산은 늘 그렇게 거기에 있었다.

등산 초입,약사사 입구가 보인다.
녹음 속으로 푹 빠지다.
♡ 저녁형 인간이다 보니 오후 3시쯤 집을 나선다. (이제는 좀 서둘러 오전 산행을 계획해 본다.)
♡ 집에서 30분 정도 걸어 약사사 입구에 도착한다.
♡ 1시간 정도 산에 머문다.
♡ 첫 등산은 계단을 이용해 정상(187M)에 오르는 직진 코스를 밟았다.
♡ 이제는 요리조리, 여기저기 둘레길을 찾아 산속을 누빈다.
♡ 인적이 드문 시간대라 그런지 마주치는 사람이 거의 없다.
♡ 폭신한 길, 바윗돌 길, 딱딱한 길 등 지루하지 않은 코스가 마음에 든다.
♡ 무엇보다 송도 앞바다까지 내다볼 수 있는 전망이 최고다. 인천의 남동구와 주안, 부평 일대까지 빙 돌아가며 산 아래를 둘러볼 수 있다.
♡ 시원한 바람길이 적재적소에 펼쳐져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솔 향이 가득한 피톤치드가 가득 느껴지는 산속이 좋다.
First

 첫날은 계단을 몇 개 오르지도 않았는데, 숨이 턱까지 막혀 헉헉거렸다. 마스크가 답답하고,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코스도 낯설어 계단 옆길로 오고 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궁금했다. 주인과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는 강아지를 보고 강아지 ‘잡채’를 떠올렸다. 학교(간석여중) 운동장에서 고개 들어 바라만 보던 정자에 도착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시원한 바람과 한눈에 펼쳐진 간석동 일대가 우리를 정상에서 반겨주었다.    

계단 위에도 벚꽃이 흩날리고,15분 정도 오르면 정상이다.
산에 핀 꽃은 더 아름답다.
Second

 둘째 날은 둘째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둘보다 셋이 걷는 발걸음이 더 가볍고 즐거웠다. 엄마가 계신 만월당이 한눈에 들어와 그것만으로 위안이 되었다. 지난번에 보이지 않던, 정자 안, 현판에 쓰인 만월정이란 시가 눈에 들어왔다. 정자에 올라 시원한 바람과 오션뷰를 마음껏 누리니 숨통이 뻥 트이는 것 같았다.    

인천가족공원 내 만월당이 보인다. 엄마 보고싶다.
만월산 정상
정상에서 둘째가 찍어준 사진, ㅎㅎ 침대 위 모습을 여기서도 보게 되었다며...크게 웃으면서 반성했다.
Third

 셋째 에는 둘레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여기저기 불현듯 나타나는 다른 등산객의 발걸음이 무지 궁금했었는데, 오늘은 용기 내어 옆길로 새어보았다. 아~ 만월산의 매력에 퐁당 빠져든 순간이다. 가파르지 않은 오솔길이 산허리를 돌아, 돌아 펼쳐져 있는 것이 어디든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지 않은 모습으로 곳곳이 길이고, 나아갈 방향이었다. 나무와 풀숲으로 가려진 녹음의 길을 1시간 이상 걷는 호사를 누리니 몸 안의 모든 독소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아무 곳이나 있는 여린,물기 가득한 새 잎들!
Fourth

 넷째 에는 정상을 넘어 정자, 팔각정을 지나 더 능선을 타고 쭉 가보았다. KBS 만월 TV 중계소가 나왔다. 아마 더 내려가면 만월산 터널쯤에 있는 만월-만수산 연결다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욕심을 내려다 괜히 길도 모르는데 무리하는 것 같아 다시 돌아 내려왔다. 주로 걷기에 편한 평탄한 길이 대부분이지만, 가끔 바위산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험한 곳도 있어 언제나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등산으로 다친 중년들의 응급실행 기사를 자주 접했기에 언제나 조심조심하는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상을 지나 오는 길에 바윗길이 많이 있다.
이 산 꼭대기에 이런 중계소가 있다니...
바위 위 작은 여린 잎들에게 눈길이 가는 날이다.
Fifth

 다섯째 날은 다시 둘째와 함께 만월산을 올랐다. 집에서 약사사 입구까지 가는 도로가 살짝 지루해서 그렇지, 일단 도착만 하면 산속에서는 더 오래 머무르고 싶은 마음으로 즐거움이 가득이다. 돗자리라도 깔고 바람과 햇빛과 여유를 즐기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든다. 그런데 그새 몇 번 만월산을 올랐다고 자만을 했을까? 어디든 길이라며 호탕하게 옮긴 발걸음이었는데, 그 단순한 산에서 길을 잃었다. 아니 길이 아님에도 억지로 발길을 옮긴 탓이리라. 가파른 바위 끝을 부여잡고 20여 분을 헤매다 제 길에 들어섰다. 계단을 밟아 직진 코스로 정상에만 올랐는데, 산허리 굽이굽이 둘레길을 내 마음대로 누비며 만월산을 탐색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밑이 제법 낭떠러지라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고
포즈를 취하랬더니 이렇게 노골적으로 설정할 줄이야!
산보는 늘 즐거우리!

 조금 더 만월산을 익힌 후 만수산(201M)까지 등산길을 넓혀야겠다. 산길이라 그런지 걸음 수는 박하게 나온다.(8,000보 정도, 집에서 오가는 거리를 더하면 12,000보 정도 나온다.) 정말 빈손으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점점 사야 할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등산복 브랜드 제품으로 제발 깔맞춤 하지 말라는 우스개 당부 소리가 들린다. ) 급한 대로 스틱과 모자를 마련하니 훨씬 안전(하산 시, 자외선으로부터)한 산행이 되었다. 즐거운 산보로 최고의 장소이나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보였다.

◇ 약사사 입구에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는데, 그 앞에 모여 있는 한 무리 사람들은 언제나 시선(별로 좋지 않은)을 끈다.
◇ 간석오거리역에서 걸어 들어가는 길은 대부분 주택가지만, 70년대를 떠오르게 하는 허름한 주점 10여 개 들이 등산 초입에 자리 잡아 심한 부조화를 이룬다.
◇ 사람들의 발길이 그리 많은 곳이 아니어서인지 시설 정비가 허술하고 불안한 곳도 있다.
◇ 대부분 오솔길 폭이 좁아, 마주치는 이가 있을 때 옆으로 비켜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불편한 곳이 있다.
◇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임시 좌판 같은 곳에서 커피를 파는 곳이 2군데 있다.

 이제는 기다리다 지쳐 산이라도 다녀야 겨우 숨을 쉴 것 같은데, 코로나 19 이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는 현실을 부정하기 어려워  많이 안타깝고 속이 상한다.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가 정말 밉고 싫증 난다. 이 난리 통에 그나마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고 감사할 일이나 너무 힘들다. 앞으로 사람들이 더 지치면 어떻게 될까?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이 답답함을 풀 산이 동네 가까이 있음이 얼마나 큰 고마움인가! 만월산~고맙다!

땀이 날 때 쯤이면 어김없이 시원한바람이 불어온다.
건강하게, 안전하게, 오래오래 함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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