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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락 한방현숙 May 11. 2021

명품 가방 메고 산책 다녀옵니다.

저는 강아지 '잡채'랍니다.

가방 선물 받았어요.

 엄마가 한 땀, 한 땀 직접 바느질하여 만든 가방을 들고 퇴근했어요. 오자마자 기쁜 얼굴로 저에게 가방을 보여줬어요. 원래는 제가 산책할 때 응가 가방으로 쓰려고 했다는데, 사이즈가 진작부터 너무 작지요. 헤헤 아무튼 모처럼 바느질 때문에 고생(눈이 침침하고, 인조가죽이 제법 두꺼워) 한 것 누구보다 제가 다 알지요. 그래서 제게는 정말 소중한 명품 가방인 것이죠!

 동아리 시간에 실습한 자투리로 만들었다는데, 1시간 이상이 걸렸다고 하네요. 바느질 할 구멍이 이미 뚫려 있어 쉬워 보이지만, 양쪽 구멍이 어긋나지 않게 가늠하며 바느질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엄마, 가방 선물하고 어디 갔나요?
킁킁, 새 가방 정말 좋아요.

 새로운 냄새, 새로운 모양에 제가 민감한 편이지만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어요. 전 하루 종일 못 본 엄마 얼굴, 엄마 냄새가 더 당기는 귀염둥이 강아지니까요. 그러자 엄마가 가방 속에 맛난 간식을 넣어 저를 혹하게 만드네요. 고소하고 기름진 간식이 쉽게 빠지지 않아 엄마 뜻대로 한참 동안 코를 박고 킁킁거렸죠. 엄마가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 하니, 엄마 말대로 해야죠. 노즈워크에 달인인 저는 간식을 짧은 시간에 찾아 먹을 수 있었답니다.

가방 메고 산책 다녀옵니다.

 저녁을 먹고 나자 엄마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하루 종일 기다린 말! 산책을 드디어 말합니다. 저는 낑낑, 응응거리며 말을 할 정도로 기뻤지요. 저는 그 말(산책)을 들으면 갑자기 힘이 생기고, 기분이 최고로 좋아집니다.

 잡채! 산책 가자.

현관으로 달려 나가, 하네스와 현란한 목줄을 착용하니 엄마가 아까 그 명품 가방을 저에게 메어주네요. 전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보면 순간 놀라고 보는 쫄보라 저도 모르게 귀가 내려앉고, 꼬리가 움츠러들었어요. 저는 긴장해서 꼼짝 못 하는데, 엄마와 누나들은 귀엽다고 난리가 났어요. 제가 그렇게 귀여운가요? 누나들의 감탄이 저절로 하이톤으로 제 귀에 꽂힙니다.

저, 긴장했나요? 달랑거리는 가방이 무서워요!
 이놈의 인기란, 정말! ㅎㅎ
가방 메고 유치원 다녀오고 싶습니다.

 그런 모습으로 밤 산책을 나갑니다. 어제와 다른 새로운 냄새가 저를 즐겁게 하네요. 어둠 속에서도 꽃향기를 찾을 수 있고, 저 멀리 다가오는 친구의 발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이렇게 매일 산책을 함께 하는 엄마를, 그래서 저는 제일 좋아합니다. 마음껏 킁킁거리며 아파트를 누비고 돌아다녔더니 스트레스가 풀렸어요. 가방을 보고 귀엽다고, 저의 불빛을 보고 멋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더 기분이 좋아졌어요.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긴장이 풀리지 않아요.
가방 위치가 바뀌니, 좀 편안해지네요.
야호! 기분 좋아요.
밤 꽃은 더 예뻐요.

 퇴근 후 아주 피곤해 보이던 엄마 얼굴도 조금 좋아졌네요. 아마 엄마도 저와의 산책 시간을 즐기는 듯합니다. 엄마 얼굴에 웃음이 가득 보이니까요. 1시간 넘게 산책을 하니 행복한 투정이지만, 다리가 좀 아프네요. 풀, 나무, 꽃, 친구들, 그리고 산책 중에도 저만 바라보는 엄마.... 전 정말 행복한 강아지입니다. 1보 3 킁킁거리는 저를 천천히 기다려주는 엄마와의 산책은 정말 행복하지요.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밤 산책으로 오늘도 기분이 좋습니다.

산책 후 세수한 제 얼굴, 귀엽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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