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아지 ‘잡채’는 털을 흘리고 다닌다.

by 도시락 한방현숙
털, 털, 털!

강아지 ‘잡채’는 요즘 털을 흘리고 다닌다. 평상시에도 털을 날리며 다니지만, 이렇게 털갈이 시즌이면 거의 떨구고 다닌다,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강아지 털과의 전쟁을 하루 이틀 치른 것도 아닌데, 유독 참아내기 힘든 때가 있다. 하루에 한 뭉치씩, 솜이불을 만들고도 남을 양을 그동안 생산해 왔기에 털갈이 시즌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늘 털을 흘리다가 유독 심해지면 털갈이 때가 돌아온 줄 안다.

뭉텅뭉텅 빠지는 털들은 온 집안, 구석구석을 날아다닌다. 청소기 돌리기를 잠시 깜빡하는 틈이라도 생기면, 모서리마다 털들이 모여 잔치를 벌이고 있다. 깔끔한 이들이 들으면 질색하는 부분이다. 식탁과 소파 등 가구 밑 공간은 물론이고, 식탁의자 다리마다, 털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의자를 눕혀 붙어있는 털을 떼어내는 것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안 떼자니 눈에 거슬리고!

털과의 전쟁

강아지 ‘잡채’ 털은 짧다. 단모종이다. 털이 짧아 털 걱정을 안 할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주 많이 빠져서 털이 짧은 것이다. 반대로 털이 수북한 장모종은 털이 길어 많이 빠질 것 같지만, 이 아이들은 털이 안 빠져 털이 긴 것이다. ㅎㅎ 웃음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강아지 ‘잡채’는 지가 알아서 셀프로 이발을 하는 격이라 기특(미용비가 따로 들지 않는다.)하지만, 빠진 털을 쓰레기통에 스스로 버리지는 못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 빨래 걱정 안 하는 아이들은 검은 옷을 입고 강아지를 안아 털투성이 옷으로 만들고 만다.
◇ 외출할 때도 한 가닥씩 어김없이 강아지 털이 따라왔다.
◇ 구매 예정에 없던 살림살이 건조기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 가끔 음식에서도 털을 발견하니, 많이 먹기도 했을 것이다.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3년 가까이 함께 생활한 가족에게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정도로 강아지 ‘잡채’는 겁이 많다. 우리의 쓰다듬을 거부하기 일쑤고 일정 거리를 늘 유지하며, 배를 뒤집어 마음껏 애교를 부리는 일은 아예 없는 강아지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강아지 ‘잡채’의 애정을 갈구하느라 늘 애가 탄다.

다른 집 강아지들은 침대나 소파에 폴짝폴짝 잘도 올라가건만, 강아지 ‘잡채’는 도무지 오르지 않아 어르고 달래 겨우 침대 위로 이끄는 데 성공한 것이 최근 일이다. 딸들은 3단 계단을 구입하고, 박수를 치고 호들갑을 떨며 강아지 ‘잡채’의 침대 위 입성을 환호로 답했다.

엄빠 침대 위에서 숙면 중인 강아지 ‘잡채’
잠시 눈을 뜨기도 하지만
다시 골아떨어진 강아지 ‘잡채’
침대 위에서 TV도 시청하고
우아한 자세로 기다리기도 하고

오르기 싫다는 강아지를 억지로 침대에 오르게 만들어 놓고는 이제는 침대에 오르지 못하게 단속을 하게 되다니, 이 무슨 인간 이기심의 끝이란 말인가!

◇ 거실 바닥의 털은 청소기로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침대 이불 위 털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 이제는 안방 침대가 자기 자리인 듯 자연스럽게 점프해 자리를 잡고 있으니
◇ 발밑에 웅크린 강아지 ‘잡채’를 피해 남편과 나는 서로 팔자(八) 모양으로 벌어져 자야 한다.
◇ 이불을 들썩일 때마다 날아오르는 털에 재채기를 참을 수 없게 되었다.
◇ 네이비 색 이불 커버에 선명하게 박혀있는 털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털이 엉덩이에서 이불 위로 이동 중입니다.
저보고 이제 침대 위로 올라오지 말라고요!
고민 좀 해 볼게요.

그래서 특단의 조치로 강아지 ‘잡채’의 까만 눈을 바라보며, 안돼! 잡채, 이제는 여기 올라오면 안 돼! 라며 행동을 제지했더니 영문을 모르는 죄 없는 강아지는 머뭇거리더니 방바닥에 웅크리며 나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아! 미안하다. 변함없는 강아지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인간은 지 편리대로 왔다 갔다 하느라, 상황 따라 변화무쌍하게 행동하다니.

지가 올라오라고 해서 어렵게 올랐더니, 이제는 오르지 말라고, 도대체 왜?라고 따지지도 않는 강아지‘잡채’가 그저 짠할 뿐이다.

강아지와 함께 살려면

강아지와 함께 생활하려면 털과의 전쟁에서 이기거나, 무심해야 한다. 털과의 전쟁에서 실패하면 강아지와의 생활을 후회하거나 힘들어하고 그래서 접는다면 강아지를 파양하는 큰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는 원래 털을 흘리고 다닌다. (아닌 종도 있지만)

그것을 감수하고도 강아지를 키울 수 있을 때 입양(실내에서 같이 생활하는) 해야 한다. 귀여운 인형처럼 예쁘고 가뿐한 때가 길지 않은(매우 짧은) 강아지들이 많다. 그 짧은 시간에만 혹해서 입양을 결정하면 안 된다.

세상에 공짜는 하나도 없다. 강아지 ‘잡채’의 귀여움과 웃음을 얻었으니 덤으로 털도 받아내야 한다. 평생 흘릴 털을 가늠하며 그저 웃지요 수준이 되어야 털과의 전쟁에서 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강아지 ‘잡채’ 엉덩이의 털이 뽕뽕 빠진다. 털 달린 짐승을 사랑하는 죄이니 어찌하리오. 사랑이 죄는 아니잖은가!

둘째가 스투키 끝자락에 강아지 ‘잡채’ 털을 살포시 얹어 놓았다.ㅎㅎ 스투키에 꽃이 피었다.
잡채야~어디 보니? 네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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